직장인 65.5% “경기침체 계속 이어질 것”
경기침체, 저출생 등 근본적 원인 해결 필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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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경기침체와 가계부채 문제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며 직장인들이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직장인 절반 가까이는 올해 경제위기로 정리해고, 구조조정 등을 우려했다. 올해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직장인 65%가 비관적으로 예측한 가운데, 설문조사를 진행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정부에 ‘고용보장정책’, ‘사회보장제도’ 등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침체 해결방안으로 저출생 등 복합적 원인을 분석한 복지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가계부채 문제가 대두되며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의 제약이 걸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세계 최상위권으로, 1년간 총 생산해 낸 가치인 국내총생산량(GDP) 규모를 웃돌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민간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만성화되면 정부 나아가 기업의 투자위축이 이뤄질 수 있다.

지난 17일 국제금융협회(IIF)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100.2%로 주요 61개국 중 4위를 기록했다. 125.5%의 스위스, 110.0%의 호주, 102.9%의 캐나다 다음이다. 

전 세계 가계부채 평균 비율은 61.7%이며, 미국은 73.2%, 일본은 64.7%로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수치임을 파악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가계부채의 적정 수준은 GDP 대비 85% 정도로 논의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가계부채와 관련해 “증가 속도를 관리하고 부채의 양과 질을 개선하겠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계속되는 가계부채 증가가 경기침체로 이어져 고용시장이 경직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직장갑질119, 직장인 절반 ‘고용 불안 호소’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래해 지난달 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24년 경기 및 직장 내 고용관계 변화’ 설문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를 진행해 결과를 발표했다.

직장인의 절반 가까이 되는 45.3%는 올 한해 경기침체나 경제위기로 인해 정리해고, 구조조정, 고용형태 악화, 임금삭감 등을 경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설문에 응답한 20.6%, 직장인 5명 중 1명은 올해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5.1%는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등 고용형태가 악화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9.6%는 ‘임금이 삭감될 것’으로 판단했다. 직장인 10명 중 1명인 11.4%는 해고, 권고사직, 희망퇴직 요구를 받게 될 경우 ‘거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65.5% “올해 경기 더욱 나빠질 것”

올해 경기 악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65.5%를 기록했다. 특히 여성은 69.4%, 남성은 62.5%였고, 71%의 도소매업 종사자들이 다른 업종 종사자들보다 상대적으로 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관련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더 취약한 고용형태, 더 작은 사업장, 노동조합 밖의 노동자일수록 경기침체를 몸소 느끼고 있었다”라며 “정부는 비정규직과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고용보장정책과 동시에 촘촘한 사회보장제도를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정부, 정책 접근방식 바뀌어야”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침체와 관련해 정부 정책의 방향 전환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때라고 제시했다. 정 교수는 지난 19일 가계부채에 대해 “가계부채를 갚게 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경기가 좋지 않으니 악순환이 반복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계부채 전체가 문제는 아니다. 저리 대출로 집을 산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정말 문제는 갭투자, 위험한 투기 등이다”라며 “일부 문제가 되는 가계부채의 경우 정부의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현재 채무 재조정 관련 정책은 개인이 노력해도 대출을 갚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라고 분석했다.

직장인 고용 불안과 관련해서는 “경기침체 시기에 소수의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기업 외에는 대부분 수입이 적어지고, 부채가 늘어난다. 그러면 일자리가 줄거나 근로조건이 악화되고 다시 경기가 나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라고 답변했다.

정 교수는 올해 경기 전망에 대해서 “경기를 GDP를 기준으로 본다면, 인구가 줄기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라며 “전체 인구는 줄고 고령 인구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고령 인구의 경우 의료비 지출이 많다 보니 다른 지출이 적고, 자연스레 소비가 줄어 경기가 침체되는 식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는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전체적으로 인구가 줄어든다는 건 저성장 체제로 돌입하는 셈이다. 현재 기업 규제를 완화해 투자를 이끌면 경제가 성장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기는 힘들다. 생산 인구가 줄어드는 건 소비 인구도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노동을 통해 삶을 꾸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적정 수준의 일자리를 국가가 많이 제공해야 한다. 경제 정책에만 국한돼 있는 게 아닌 노동, 돌봄 등의 복지 분야로 방향 전환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때”라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경기침체를 두고 경제 정책에 갇혀 다룰 것이 아닌 저출생, 복지 등 복합적인 원인 분석과 그에 걸맞은 해결책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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