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사이트에도… ‘대리 시험, 대리 과제’
대면·비대면 수업 섞이며 혼란 가중돼

비대면 강의 현장. [뉴시스]
비대면 강의 현장.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코로나19 시기 본격적으로 활용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현재까지 대학가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대면 수업보다 시스템상 취약한 점이 불거지며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커닝, 대리 시험, 대리 출석 등 다양한 악용 사례가 잇따르며, ‘형평성 논란’ 또한 계속되고 있다. 한편 교육부는 원격수업 관련 훈령 등 제도를 통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수업이 불가능해지자,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대체재로 떠올랐다. 이후 전국 대학에서 비대면 강의비율이 급증했으나, 일부 학생의 도덕적 해이 사례가 발생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공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커닝’, ‘대리 시험’, ‘대리 과제’ 등 때문이다. 비대면 강의가 자리 잡은 이후 여러 대학에서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되는 사례가 빗발쳤다.

인하대학교에서는 1, 2학년 91명이 3, 4월 시험에서 집단으로 부정행위를 자행했으며, 서강대학교에서는 온라인 시험을 한곳에 모여 치른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후 매 시험기간 때마다 문제가 계속됐다. 

대리시험·대리과제 버젓이 중고거래 

비대면 강의는 특성상 수업을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제출 과제가 부여된다. 이와 동시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리 시험’, ‘대리 과제’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모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비대면 강의로 과제량이 많아진 여러분을 위해 과제 대행 서비스를 진행한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과제 종류, 교수 성향 등을 전달하면 에세이, 보고서 등을 장당 1만 원에 대필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게시물에는 ‘일정한 틀에 맞춰 복사 붙여넣기 식으로 작성하는 게 아니라 일일이 수작업으로 작성하고 있어 표절에 들킬 위험이 없다’, ‘선입금을 내면 1, 2페이지를 먼저 작성해서 보내줄 테니 보고 판단해도 된다’ 등으로 홍보를 이어가기도 했다.

비대면 온라인 강의, 듣지 않고도 출석 인정?

대략 60분의 강의를 영상 배속을 높여 수업시간을 대폭 줄이는 수법도 늘어나고 있다. 각 대학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비대면 강의를 제공하는 자체 시스템에서 최대 2배속까지만 강의 영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하지만 온라인 특성상 기술적인 접근을 통해 2배를 훨씬 뛰어넘는 ‘배속 재생’이 가능하다. 대학생 주요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이런 방식이 공유되고 있는데, 크롬 비디오 스피드 컨트롤러와 같은 앱을 통해 강의시간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앱들은 인터넷 창에서 재생되는 영상의 속도를 조정하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최대 16배속까지 가능하다. 정해진 수업시간이 있는 기존 대면 수업과 달리 일정 기간 내 들으면 출석이 인정되는 비대면 강의의 경우 어디서든 60분짜리 수업을 3~4분 만에 ‘수강완료’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로 전환, 대면·비대면 충돌 문제

교육부는 코로나19 시기 학습 결손과 앞선 부작용 등을 인지해 대면 수업 시행을 확대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면 수업과 남아있는 비대면 수업이 학습 방식, 공지사항 등이 제각각이라며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충청도 소재 대학생 강 모 씨는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이 동시에 적용되면서 각각의 장점이 모두 단점이 되는 것 같다”라며 “비대면 수업을 준비해온 것도 수년째인데 아직 조작이 서투른 교수님도 계신다. 이런 상황은 학생에게 학습의 질이 낮은 수업을 듣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소재 대학생 이 모 씨는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이 반복되니 헷갈리고, 대면 수업이 갑작스레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기도 한다”라며 “비대면 강의의 경우 수강 기간도 제각각이라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결석 처리가 되기도 한다. 통일된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제시했다.

비대면에 무색해진 교육? 대학가에 나타난 ‘멀티족’

온라인 수업 특성상 접속만 해놓으면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를 악용해 접속 후 다른 일을 하는 이른바 ‘멀티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학점 비율에서 출석 점수가 꽤 높은 만큼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에브리타임에 게시된 사례를 보면 대학생 최 모 씨는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강의를 켜두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라며 “강의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니 생산성이 두 배가 됐다”라고 악용 사례를 추천하기도 했다.

대학생 박 모 씨는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끼리 모여 PC방을 가기도 한다”라며 “학생 수가 많다 보니 교수님이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고, 카메라를 강제로 켜게 하지 못하니 들킬 염려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멀티족과 같은 이른바 ‘꼼수’를 막기 위해 비대면 강의라도 ‘참여형 강의’ 형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유선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는 “현재 진행하는 참여형 강의에는 멀티족이 있을 수 없다”라며 “토론과 참여 비중이 높으면 학생들의 집중도도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원격수업 훈령 통해 가이드라인 제시

교육부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온라인 수업이라 하더라도 별도로 지침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프라인 수업과 마찬가지로 대학이 학칙에 따라서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는 원격교육의 높은 질 유지를 위해 훈령과 같은 제도로 관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훈령에서는 ‘원격수업의 운영, 이수기준, 이수가능학점 및 평가 관리’, ‘원격수업의 출석관리, 폐강 및 분반 기준’ 등을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원격교육지원센터 등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대학에서 비대면 강의를 운영할 경우 세부사항을 학칙 등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를 맞이해,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이 공존하는 교육가에서는 아직 세부적인 부분에서 발생하는 애부정적 효과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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