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여의도는 ‘휴가중’...尹 지방순회 일정 소화, 여야 인사들은 국내외로

윤석열 대통령이 진해 해군기지를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8월 들어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정치권이 휴지기를 맞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 여야는 여러 정쟁 소재로 줄곧 치열한 공방 레이스를 이어온 만큼, 휴가철을 맞아 다소 느슨해진 정가 풍경이 낯선 측면도 있다. 양평고속도로 특혜 시비, LH(한국주택공사)발 ‘순살 아파트’ 논란 등 쟁점 현안이 즐비하지만 모처럼 휴지기를 맞은 정치인들도 하나둘씩 휴양지로 발길을 돌리며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부로 총 6박7일의 국내 휴가일정을 시작했고, 여야 당 대표들도 저마다 국내외로 휴가를 갔다. 여야 원내대표는 당 대표들이 당무에 복귀한 뒤 8월 2주차에 개인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정치권에서 휴가철이라 함은 통상 정국 구상을 위한 숨고르기 개념 정도로 인식되지만, 상대 진영과의 살벌한 줄다리기로 유독 쉴틈이 없었던 여의도 정계인사들은 이번 휴가에 ‘진심’일 것으로 보인다.

‘6박7일 휴가’ 尹, 지방 돌며 민심 모니터링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맞아 지방순회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당초 공식행사를 최소화하며 정국 구상과 국정현안 대응책을 고심하는 데 시간을 쏟을 것이란 관측과 달리 영‧호남을 횡단하며 지방 민심을 살피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지난달 수해 대응에 전념하기 위해 여름휴가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통령실 참모진들이 윤 대통령에게 그간 해외순방 등 격무에 시달린 만큼, 휴가가 필요하다고 조언해 이번 휴가에 나서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 첫 날인 지난 2일 국내 최대 2차전지 생산기지로 발돋움 중인 새만금국가산단이 위치한 전북 군산을 찾아 산단 투자사인 LS그룹이 주최한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협약식’에 모습을 내비쳤다. 

이날 행사에서 윤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새만금산단 투자에 30여 개 기업들이 동참했고, 투자액만 총 6조6천억 원에 달한다며 새만금산단의 첨단산업화 성과를 홍보했다. 이어 내년 출범을 앞둔 전북특별자치도를 언급하며 “전북과 호남이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이는 호남의 발전을 강조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내비치며 호남 민심에 구애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뒤이어 윤 대통령은 이날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등 휴가 첫 날 마지막 공식일정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늦은 시각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숙박을 하고 그 이튿날(3일) 오전 기지 내 군항을 둘러봤다. 아울러 초계함 천안함을 상징하는 ‘PCC-772’ 문구가 새겨진 모자와 천안함 티셔츠를 착용한 대통령은 해군 함정이 정박한 모항에서 현역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날 일정은 오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 노선을 재점검하는 차원의 행보로 풀이된다. 이후 윤 대통령은 경남 거제 저도에서 지역 주민들과 간단한 스킨십을 가진 뒤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휴가 기간 동안에는 영‧호남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민생을 두루 살피며 2차 개각과 광복절 특사 구상 등으로 시간을 보낼 전망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뉴시스]

여의도 휴가 풍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비교적 짧은 여름휴가를 보냈다. 휴가지로 수도권 근교를 택한 이 대표는 이번 휴가 동안 독서와 넷플릭스 시청 등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당 안팎에서 ‘10월 퇴진설’과 ‘총선 불출마설’ 등이 분출한 만큼, 쉬면서 향후 리더십 회복을 위한 정국 구상에 집중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당 차원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등 여권발 악재 부각에 화력을 쏟았음에도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흐름이 순탄치 않아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후속 대응책 마련에도 골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지난달 29일부터 9일 동안 비교적 긴 여름휴가를 가졌다. 김 대표는 가족들과 함께 베트남에서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 대표도 휴가 동안 사회‧과학분야 서적들을 두루 독파하며 총선 전략 등 미래 정국 구상에 골몰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는 해외 휴가 중에도 틈틈이 자신의 SNS를 통해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논란, LH발 ‘순살 아파트’ 사태 등 국내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외조를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각당의 대표가 복귀한 뒤인 8월 2주로 휴가 계획을 잡았다. 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내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야 원내대표들의 경우 9월 정기국회를 앞둔 만큼, 내년 총선 전 21대 마지막 국회에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세부전략 구상에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두 원내대표는 저마다 LH 부실공사 국조와 양평도로 국조 카드를 놓고도 이정표 제시를 위한 구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야 현역 의원들도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휴가를 보내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 중 일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남해‧통영‧거제 등을 휴가지로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휴가를 반납하고 내년 총선 지역구 관리에 몰두하는 의원들도 있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있는 8월에 지역구에서 조금이라도 더 얼굴을 알리기 위해 폭염에도 (의원이) 지역구로 향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편, 국회는 휴지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서울-양평 고속도로 국정조사 ▲공공‧민간 아파트 부실시공 사례 전수 점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쟁점 현안들을 놓고 국지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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