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안 101건 부적절한 발언… 징계 결정은 1건
영국 의회, 강력한 권한으로 의장이 퇴장 명령

국회의사당. [박정우 기자]
국회의사당.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의원으로서 품위유지 의무를 가지지만, 실정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13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제출된 235건의 국회의원 징계안 가운데 101건이 부적절한 발언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의회의 경우 의장이 강력한 권한을 사용해 원내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도 이런 강력한 권한이 있지만, (실제로는) 사용되고 있지 않다”라며 강한 권한 집행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국회법 제25조에 의하면 국회의원은 의원으로서 품위유지의 의무를 가진다. 국회법 제146조에 의하면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이어 의원은 회의 중 함부로 발언하거나 소란한 행위를 해 다른 사람의 발언을 방해해서도 안 된다. 이런 국회의원의 품위 있는 발언 규범은 국회법 외에도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과 ‘국회의원 윤리강령’에도 규정돼 있다.

국회의원이 이와 같은 규정을 어기고 회의장 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의장은 경고나 제지를 할 수 있다. 국회법 제145조에 따르면 경고 및 제지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의원에게 당일 회의 발언 금지나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

아울러 의원이 사생활 관련 발언, 모욕적인 발언, 품위유지 의무 위반 시 징계사유가 해당된다는 점은 국회법 제155조에도 명시돼 있다.

제13대부터 20대까지 징계안 41.2% 폭언

한국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국회의원이 의정활동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상대 당이나 의원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사례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제13대 국회부터 제20대 국회까지 총 235건의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제출됐다. 이 중 101건인 41.2%가 폭언이나 인격 모독성 발언, 명예훼손, 모욕 등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을 징계사유로 들었다.

이 중 윤리특위의 심사를 거쳐서 본회의에서 의원에 대한 징계가 결정된 사안은 단 1건에 불과하며, 나머지 징계안들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대부분 상대방 의원들이 요구했다.

문제는 해당 사안들에서 의장이 해당 의원을 공식적으로 경고·제지하거나 발언금지 또는 퇴장 명령을 내린 선례는 찾기 어렵다. 즉 회의장의 발언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법’을 통해 국회의장에게 부여한 권한이 실제 제대로 행사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다.

실제 징계가 의결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하다. 1건에 해당된 의원의 경우 성희롱 발언으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 윤리특위가 심사보고한 제명안은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30일 출석정지 징계가 의결됐었다.

해외 사례 참고해야, 영국 의회 발언규범
 
영국에서 최고 권위를 갖는 ‘의회선례집’에 따르면 의회에서는 ‘온화하고, 절제’하는 언어를 사용한다. 선례에 따르면 ‘멍청이, 거짓말쟁이, 불한당, 겁쟁이, 부랑아, 훌리건, 배신자’ 등이 ‘비의회적인 언어’라고 여겨진다.

의장은 원내 발언 및 질서 유지를 위해 강력한 권한을 갖는다. 의제를 벗어난 발언이나 자신의 주장을 집요하게 반복하는 발언, 다른 의원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 폭력적이거나 모욕적인 언어를 사용한 의원에게 의장은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의장의 발언 중지, 착석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당일 의사결정 동안 본회의장을 퇴장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의장에 지시에 계속 불복하면 ‘하원의사규칙’ 제43조에 따라 회의 당일 동안 의해 영내에서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曰 “권위 신뢰 회복해야”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의원의 말; 언어의 품격’ 보고서를 통해 “의원의 발언이 또 다른 정치갈등을 조장한다면, 국회의 기능 중 하나인 사회통합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고 서술했다.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주어지는 면책특권(헌법 제45조)이 국회의원의 거친 발언을 보호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2014년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독일연방의회의 경우처럼 의원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적 발언’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의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국회의장은 의원의 막말이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경고·발언금지·퇴장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이를 실제로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서는 발언질서의 확립을 위해 제12대 국회까지 존재했던 ‘발언취소’를 명령할 수 있는 의장의 권한을 재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현재 의장은 충분히 제재 권한이 있기에 이를 강하게 집행해야 한다”라며 “이런 상황이 환기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오히려 정치갈등을 조장하고, 유권자의 정서적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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