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국회” 외친 대한민국 국회의원 … 개근상 ‘한 명’ 없다
출석률 최하위 의원, 본회의 김태호, 상임위원회 안철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고 외치던 국회의원들의 약속이 무색하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 출석률 70%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상임위원회 출석률 60%대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이와 관련한 제재는 결석 1회에 특별활동비 3만 원 감액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제도 정비와 규율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법 개정, 출결 현황 국민 공개, 금전 제재 강화”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입법 활동과 의사 결정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는 본회의. 이에 국회의원의 본회의 출석은 단순 활동이 아닌 책무로 여겨지고 있다. 지역 나아가 국민을 대신해 일하기 때문에 본회의 불참은 단순 의무 불이행 그 이상의 해악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출석률을 현역 의원평가 기준에 포함시켰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내세워 회의 불참석 시 세비를 삭감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물론 국회의원도 청가(휴가를 청하는 것)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는다. 우리나라는 국회법 제32조에서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하는 공적 지위의 헌법기관인 동시에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할 자연인인 점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1948년 제헌국회에서부터 운영돼 왔다.

청가제도는 국회의원이 본회의나 위원회에 출석할 수 없게 되면 국회의장의 허가로 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1963년 11월부터는 사후 결석신고서 제출도 허용함으로써 사전 허가가 어려운 정당한 사유를 참작할 근거를 마련했다.

국회 본회의 출석률 꼴찌,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지난 9월1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성실 의정활동 현역 의원을 발표했다. 2020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입법 실적 최하위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 본회의 출석률 최하위는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김태호 의원의 본회의 출석률은 73.8%였다.

경실련 관계자는 지난 11월23일 일요서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대안을 만드는 투표 즉, 심판론보다는 정당이나 후보자를 꼼꼼히 따져보고 뽑아야 한다”라며 “심판론이 우세하지만, 너무 매몰되지 않고 정당보다는 인물을 면밀히 검토해보고 투표하자는 취지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실련에서는 후보자 검증과 정당의 공약을 보고 뽑자는 취지의 활동을 할 예정이다”라며 “물의를 일으키거나 꼼수 탈당 등을 한 의원들을 추려 발표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국회 상임위 출석률 꼴찌,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지난 10월25일 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1대 국회 상임위 출석률 저조 의원 명단도 발표했다. 출석율이 가장 낮은 국회의원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안 의원의 출석률은 64.3%, 이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67.5%,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69.9%,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69.9% 등 뒤를 이었다. 조사 대상자는 의원직 상실 제외 현직 의원 총 298명이다.

이와 관련 경실련은 “국회의원은 국민 대표자로서 성실한 의정활동을 해야 하며, 정당은 현역 의원과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 및 심사 평가를 해야 한다”라고 밝히며 불성실 의정활동 국회의원에 대한 철저한 심사 및 관리를 촉구했다.

국회의원, 정당한 사유 없이 결석해도 달랑 3만 원 감액 

우리나라는 1994년 6월부터 국회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결석하면 특별활동비를 감액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행 규정상 결석 1일당 단 3만1360원의 특별활동비가 감액된다. 이를 두고 항간에서는 초중고 학급에서나 정하는 벌금 수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연방의회의 경우 의원의 출석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면서 의결정족수 미충족 시 경위장(Sergeant-at-Arms)으로 하여금 불출석한 의원을 강제로 구인해 출석하게 할 권한도 함께 규정하고 있다. 

독일 연방의회도 의원의 출석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며 ‘본회의 출석부’를 작성한다. 허가된 휴가 기간이 아님에도 불출석하면 세비에서 200유로(한화 약 28만 원)를 삭감하고, 입원 중이거나 출석이 불가한 의학적 증거를 제출하더라도 20유로(한화 약 2만8000원)를 감액한다.

프랑스 하원도 마찬가지다. 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위원회 업무에 월 3회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세비월액의 25%를 감액하고, ‘본회의 표결 참여율’이 한 회기당 3분의 2이하면 세비를 최대 3분의 2까지 삭감한다.

국회입법조사처, 출석의무 현황 공개, 금전적 제재 제시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8월14일 ‘국회의원의 출석의무와 청가제도: 국내·외 비교와 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회의원의 출석의무와 청가제도와 관련해 공적 책임과 사적 자유간 균형을 고려하면서도 ‘일하는 국회’를 구현할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는 미국·독일 등 사례를 참고해 국회의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본회의·상임위에 우선 출석해야 할 의무를 ‘국회법’에 명시하는 방안이다. 현재 국회법에는 미국·독일과 같은 출석의무는 명시돼 있지 않다.

두 번째로는 출결현황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국회법 제49조의3을 개정함으로써 위원별 불출석 유형(청가, 결석, 출장 등)과 더불어 그 사유까지 함께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출결 현황을 공개 대상에 소위원회까지 포함하는 방안디ㅏ.

세 번째로는 금전적 제재 강화다.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 시 감액되는 대상 또는 규모를 확대해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의사일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지역구 사업, 세미나·간담회 주최, 의원 외교활동 등 다른 의정활동이 위축되지 않는 선에서다.

이렇듯 국회의원도 자연인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사생활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받지는 않아야 하지만, 기본적인 책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균형 있는 명확한 규율이 정비돼 ‘일하는 국회’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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