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누르고 강서구청장이 됐다. 강서구청장 선거는 내년 총선을 앞둔 전초전이자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대리전 양상 등으로 부각되면서 여야 지도부들이 총출동해 판을 키웠다. 보궐선거에서의 민주당 승리는 여당을 향한 민심의 경고장이라는 점에서 여당 내 쇄신론이 분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내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대신 혁신위 등을 가동할 계획인 가운데 영남 중진들에 대한 거취 압박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에서 쇄신을 위한 수도권 험지 출마설, 물갈이설 등이 힘을 받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심각한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뉴시스
심각한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뉴시스

다선의원들이 자신의 거취 문제를 당 지도부에 일임?
쇄신책일환 혁신위 성격 미래비전특별위원회출범도

강서구청장 선거는 검경 대결 구도로 이뤄졌다.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하면서 보궐선거 출마 기회를 얻었다. 이후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경찰청 차장을 역임한 진 후보를 전략공천했던 것이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윤석열 VS 이재명 대결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서는 당 지도부가 판을 키웠다는 지적과 함께 패배할 것이란 분위기가 일찌감치 감지됐다.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지원에 나섰던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강서구청 자체가 호남 인사들이 많은 데다가 보궐선거 비용 40억원은 애교로 봐달라는 말이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탓에 조금이나마 표차이를 줄일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는 강서구청 텃밭 자체가 민주당 현역의원들이 자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호남 주민들이 많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권에 대해 회초리를 들겠다는 심리가 발동하기도 했다. 그런만큼 결과는 당연한 패배라는 얘기다. 여권 내에서도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를 두고 얼마나 적은 표차로 국민의힘이 질 것인가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김태우 후보가 진교훈 후보에게 더블스코어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도 당 지도부 등이 총출동하면서 지지율 격차를 좁힐 수 있었다고 했다.

김기현 체제 유지 속 공천론자 책임론부각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김기현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쏙 들어간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대표는 애초 무공천하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일부 친윤계 인사들이 공천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고심 끝에 공천을 단행했다. 이후 보궐선거 패배로 비대위 체제 전환 등 목소리가 나오자 친윤계 핵심인사들 사이에서는 김 대표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공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김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는 대신 공천을 주도한 인사들에 대해 패배 책임론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물론 당 안팎에선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임명직 당직자들이 총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김 대표를 제외한 사무총장, 전략·조직부총장, 대변인 등이 사표를 내는 방안이다.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과 이철규 사무총장이 자진사퇴 의견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쇄신책으로 혁신위원회 성격의 미래비전특별위원회출범도 거론되고 있다. 해당 특위는 위원장과 위원을 별도로 인선하던 기존의 혁신위원회와는 달리 김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총선기획단을 조기에 출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11월 초 출범할 예정이었던 총선기획단을 조금 더 빨리 출범시켜서, 신속히 총선체제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이와 함께 인재영입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인재영입 발표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하태경 의원. 뉴시스
하태경 의원. 뉴시스

인적쇄신 고강도 혁신 김기현, 장제원, 윤재옥 행보는

특히 인적쇄신을 포함한 고강도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최고위원들과 일대일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민심의 변화에 대해 당이 체질 개선을 어떻게 해서 다시 사랑을 받을 수있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고강도의 쇄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김 대표에게 우리 지도부가 먼저 국민과 당원들께 반성하고 쇄신 의지가 있다는 걸 강도 높게 보여드리는 것이 위기를 수습하는 길이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적당히 면피성 대책이 아니라 누가봐도 지도부가 어려운 결단을 하고 함께 책임을 진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고강도 쇄신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총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 일각에서는 당내에서 불거졌던 수도권 위기론의 실체가 확인됨에 따라 인지도가 있는 영남권 중진 의원들이 험지 차출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쇄신을 위한 물갈이론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망이다.

하태경 의원이 해운대갑대신 수도권 출마를 선언하며 신호탄을 쏜 만큼 다른 영남권 중진 의원들도 수도권 차출을 요청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여권 안팎에서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로 통하는 장제원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투톱인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당 지도부의 솔선수범과 함께 전국 인지도가 높고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장 의원 등이 수도권에 출마해 수도권 위기론을 돌파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이 먼저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을 해야 당내 중진 의원들의 거취도 압박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인사, “영남권 중진 거취 당 지도부 일임해야

국민의힘 의총 장면. 뉴시스
국민의힘 의총 장면. 뉴시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4선 이상 의원들이 자신의 거취 문제를 당 지도부에 일임하겠다는 발표를 연달아 할 것이라며 영남권 중진들에게서 꽤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출마나 험지 출마 등 당 지도부의 전략에 맡기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당 지도부가 중진들과 접촉해 자발적으로 당 쇄신에 동참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하 의원도 당 지도부가 한 달 전쯤 접촉해 서울 출마 의사를 타진, 결단이 이뤄진 만큼 당내에서는 현 지역구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는 중진들로 영남권 지역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적어도 원내대표 등을 했던 의원들은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기 때문에 서울 수도권에 출마해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럴 경우 영남권 출마를 노리는 대통령실 인사들이 빈 지역구를 채우면서 기회가 열리고, 공천 쇄신론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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