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최대 수혜자 이재명, 당권 장악 '이상 무'  
3년 만의 서울 민심 수복 이대로 총선 압승? 
與·野 김건희 특검법·백현동 수사로 정쟁 2R 예고 

(왼쪽부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보궐선거가 화두에 오른 8.15 광복절부터 10.11 선거 본투표일 사이 정치 인생 최대의 등락 폭을 경험했다. 이 대표가 잡은 승기(勝氣)의 유효기간은 미지수지만, 그가 민주당의 얼굴로서 거둔 첫 승리라는 점은 의미가 있다. 정치인 이재명을 상징하는 두 가지는 '유능함'과 '도덕성'이다. 1년간 이 대표의 민주당은 줄기차게 도덕성의 결함을 증명해 왔다. 그 사이 민주당이 유능함을 증명할 기회는 없었다. 이 대표는 이번 보궐선거 승리를 통해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딱 두 번 웃은 민주당 

민주당의 신년맞이 첫 행사는 야당 대표로서는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 조사에 출석하는 이 대표의 동행 길이었다. 벚꽃이 필 무렵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게이트'에 휘말렸다. 꽃이 지자,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논란이 정치권을 흔들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고개 숙여 사과도 해봤고 명분 없는 체포동의안 부결로 인해 여론의 뭇매도 맞았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민주당 혁신위원회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급기야 8월의 폭염 속에서는 이 대표의 백의종군론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출구 없는 위기가 계속되자 이 대표는 단식 투쟁을 선택했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단식이 국민 여론을 움직이지는 못했으나, 2차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 당내 세력 결집에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한다. 당시 이 대표는 구속수감 직전에 놓여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민주당의 원내대표 선거 속 화두 역시 '옥중 공천'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이 대표와 뜻을 같이할 친명계(친이재명계) 원내 지도부의 수립이었다. 그 뒤 이 대표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인해 극적인 생환을 이뤄냈다. 

이날 여·야는 모두 의원총회를 소집한 가운데 굳은 표정의 국민의힘 의원들과 환한 웃음을 띤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이 대비됐다. 이후 보궐선거 개표 당일 여·야는 다시금 희비가 교차한 모습을 보였다. 이 짧은 기간이 바로 민주당이 올해 처음으로 승리의 웃음을 보인 순간이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민주당의 일성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파면이었다. 그간 민주당은 습관적인 해임 및 탄핵에 대한 남발로 점차 그 소구력이 떨어졌지만, 이날의 일성으로 인해 승승장구를 이어온 한 장관은 처음으로 위기론을 경험한다. 구속영장 기각은 한 장관의 적나라한 체포동의안 제안 설명에 강한 반감을 드러낸 민주당이 반격에 성공한 계기가 됐다. 

서울 민심 수복한 민주당의 반격  

지난 11일 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캠프사무실에서 진 후보와 당직자들이 TV개표 방송을 지켜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국회는 대선의 연장전이 치러지는 공간으로 변했다. 한 장관과 민주당의 지난한 갈등을 비롯한 정치권 내부의 싸움만 지속됐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의 승리는 다르다. 대선 이후 정치권을 향한 민심의 중간 평가적인 의미가 있다.

지난해 말 전국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다. 발전 없이 반사이익에 기대는 정치권을 향해 경종을 울리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보궐선거도 결국 과이불개 속에 치러진 승부다. 혁신위까지 띄운 민주당은 결국 무엇 하나 제대로 쇄신하지 않은 채 보궐선거에 임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귀책 사유로 치러진 보궐선거에 당사자인 김 전 구청장을 다시금 공천하는 행보를 보였다. 

강서구민들은 정치권의 반사이익 대결 속에서 '정권심판론'을 택했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자정께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보궐선거의 결과가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힘의 패배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는 2021년 재보궐선거·2022년 대선·2022년 제8회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이 서울에서 거둔 최초의 승리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민주당은 자당의 성비위로 인해 치러진 2021년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는 명분 없는 공천으로 급격한 민심의 이반을 경험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박영선 전 의원을 상대로 서울시 25곳의 전 자치구에서 승리했다. 지난해 대선의 서울시 개표 결과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 대표를 상대로 4.83% 차이의 격차로 승리했다. 

그 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은 송 전 대표를 상대로 다시금 서울시 25곳 전역에서 승리를 거뒀다. 1년전과 비교해 득표율 차이(18.32%->19.82%)는 더 증가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4년 전 지방선거에서 24곳의 기초자치단체장을 차지한 것과 달리 해당 선거에서는 8곳을 얻는 데 그쳤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부에서는 진교훈 강서구청장이 김 후보를 상대로 17.15%의 득표율 차이로 압승을 거둔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3년간 상실한 서울 민심을 수복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당 텃밭인 강서구에서의 승리로 수도권 민심 전체를 판단할 수 없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민주당 텃밭인 그 강서구조차 2021년 이후로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는 앞서 오 시장이 두 번에 걸쳐 서울시 전역에서 승리를 거둔 사례로 알 수 있다. 직전 강서구청장이 이번 보궐선거에 참여한 국민의힘의 김 후보인 점도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대선에서 강서구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2.2%의 득표율 차이로 이긴 곳이긴 하다. 하지만 강서구의 20개 동 단위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은 13개 동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번 보궐선거의 결과가 텃밭 효과보다는 정권심판론에 가까운 이유다. 

보궐선거 後 민주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 '민심으로 보는 민주당의 길'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의 김용남 전 의원은 지난 11일 KBS 방송에 출연해 "참패는 참패"라며 "강서구가 서울에서는 민주당 우세지역이라고 하나 경기도 인구가 밀집돼 있는 남부나 서부에 비하면 사정이 좀 나은 곳"이라는 평을 남겼다.

이번 보궐선거는 여당 내부에서 거론된 '수도권 위기론'이 실체화된 사례다. 내년 22대 총선이 6개월 남짓한 시점에서 여당의 악재는 곧 야당의 호재일 수밖에 없다. 이는 민주당 내부의 계파 갈등에도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그간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은 도덕적 결함이 뚜렷한 이 대표 체제 아래서는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의 압도적인 득표율 차이는 정권심판론에 기인한 반사이익이 더 크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에 비명계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를 '페니실린'에 비유하며 작은 승리에 취해 혁신하지 않을 경우 총선에서 대패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남겼다. 하지만 정치권의 시각은 체포동의안 가결로 고점을 찍은 비명계의 견제가 실패한 이상 이제는 이 대표 체제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비명계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이혼 생각 안 하는 부부가 어디 있겠나"라며 "그런데 이혼하느냐"고 말했다. 지난 7월경 '유쾌한 결별'을 언급한 이 의원이 분당론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제 계파 갈등의 관건은 '외상값'이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이들에 대한 결정이 남았다. 우선 이 대표는 통합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으겠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외상값을 거론한 친명계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지난 10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제 입으로 징계라는 단어를 꺼낸 적이 없다"며 "가결표·색출이라는 말도 꺼낸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에서 외상값을 받지는 않아도 장부는 달아놓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 의원은 3축 체제(지도부·강성 팬덤·원외 단체)를 통해 친명계의 당 장악력이 더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이 대표 지키기에 일조한 원외 인사들에 대한 보은성 공천이 존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갈등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공천은) 증거를 남기지 않고 가장 쉽게 (외상값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울러 친명계의 지도 체제가 안정화될 경우 민주당의 대여 공세도 그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민주당은 장외 투쟁을 비롯해 다수의 탄핵·특검·국정조사를 주장하며 공세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민주당의 공세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희석시키기 위해 정쟁을 과도하게 부풀린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추진이 그 예시다. 지난 2월경 민주당은 헌정사상 최초로 국무위원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5개월 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인의 전원일치로 이 장관의 탄핵안을 기각했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정권심판론이 확인된 만큼, 민주당이 강경한 대여 투쟁 노선을 유지할 명분이 생겼다. 이와 관련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보궐선거 다음 날인 지난 12일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이날 홍 원내대표는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의 사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 ▲한 장관 파면 ▲부적격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당의 강경 노선은 12월 말부터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지난 4월경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연말연초면 쌍특검법에 대한 8개월간의 숙의기간이 종료돼 본회의 표결에 들어간다. 

정부·여당은 총선을 4개월 앞둔 시점에서 큰 악재를 맡게 된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을 수용할 경우 총선의 화두는 곧 쌍특검에 맞춰지게 된다. 반대로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그 자체로 야당의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 

한편 보궐선거 패배로 인해 정부·여당이 쇄신을 위한 국정기조 전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으나, 여권은 아직 관망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오히려 보궐선거 다음 날인 지난 12일 검찰은 이 대표를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가 '정적 죽이기'이자 보궐선거 패배 '물타기'를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임을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22대 총선 전까지 큰 변수가 없는 이상 여·야의 반사이익 구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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