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김기현 지도부, “분골쇄신” 외쳤지만 묘수가 안 보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좌), 김기현 대표(우) [뉴시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좌), 김기현 대표(우)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이 지난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포인트 차 참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격랑에 휩싸였다. 김기현 지도부를 향한 선거 패배 책임론은 물론, ‘당 전면 쇄신’ 요구까지 여러 담론들이 분출하는 모양새다. 김기현 대표는 선거 패배 후 ‘분골쇄신’을 언급했지만 재점화한 수도권 총선 위기론에 지도부 교체설까지 돌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김기현 지도부는 내부 긴급회의를 가지는 등 혁신안 도출에 골몰하고 있지만 보궐선거 후폭풍을 조기에 수습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김 대표는 일단 ‘인적 쇄신’을 골자로 총선 전략을 재수립한다는 큰 틀의 구상을 꺼내들었다. 다만 내년 총선까지 6개월 남은 상황에서 치러진 수도권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적지 않아 선거를 진두지휘한 당 지도부로선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코너에 몰린 김기현 지도부가 선거 후폭풍을 어떻게 극복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려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에서 다 죽는다.” 10.11 강서구청장 보선 직후 국민의힘 안팎에서 터져 나온 탄식이다. 수도권 선거에서 진 여당에 불어닥친 후폭풍의 단상(單相)이다. 그간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 주류는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수도권 위기론이 “실상과 다르다”며 일축해 왔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게 중평이다.

용산 대통령실도 보궐선거 참패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선거 이튿날인 지난 12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선당후사의 자세로 결심했다”며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이는 사실상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총선민심 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당정은 ‘패전 후유증’을 완충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른바 ‘미니 총선’으로 불리며 판이 커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의 참패는 여전히 뼈아프다. ‘강서구는 야당 강세 지역’이라는 여당의 주장도 좀처럼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채 궁색한 변명으로 치부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정권 안정론과 정권 심판론이 대치하는 양상으로 전개된 이번 선거에서 여야 후보 간 득표율 격차가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17.15%포인트까지 벌어진 만큼, 당정의 국정기조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한 김기현 지도부는 가시밭길을 앞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선거 이튿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와 관련해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이번 선거의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 상대적으로 우리 당이 약세인 지역과 또 수도권 등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맞춤형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내년 4월 총선 대비체제로 전환하는 한편, 새 인재를 적극 영입한다는 이정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선거 후 이틀이 지난 13일 현재까지도 당 혁신안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이날 임명직 당직자 사퇴 여부도 확정된 바 없다. 

김기현 지도부, 난관 타개책은

김기현 지도부는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고 있다. 대신 보궐선거 패배를 수습하기 위한 혁신안으로 인재영입위원회·미래비전특별위원회·총선기획준비단을 동시에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다만 김 대표는 지난 12일 오전 최고위회의에서 혁신안을 공식 발표한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지도부 구성원들과 개별 면담을 가지기로 했다. 당 혁신안 수립에 앞서 개선점을 추가로 파악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머지않아 인재 쇄신의 일환으로 인재 영입이 순차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13일) 현재 지도부 구성원들과 개별 면담을 거치며 추가 의견 수렴을 거치고 있어 혁신안 발표는 다소 지연될 수 있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이날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병민·김가람·장예찬·강대식 최고,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과 각각 개별 면담을 가졌다. 다만 조수진 최고와는 전화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면담 직후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민심의 변화에 대해 우리 당을 어떻게 체질을 개선해서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들 것인지가 핵심 과제”라고 밝히며 구체적 혁신방안은 조만간 공개하겠다는 취지를 전했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지도부 일각에서 김 대표에게 선거 패배 책임론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에서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지자 당 내부에선 지도체제 전환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의원 단톡방(단체 채팅방)에서 일부 의원들이 지도부의 후속 대응에 불만을 제기하며 원내‧외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라며 지도부에 노골적으로 총선 위기감을 내비친 의원들도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용산 대통령실이 여전히 김 대표를 신임하고 있고 당장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더라도 이를 이끌만한 적임자도 마땅치 않아 여당의 비대위 구성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당 지도부가 당직자 총사퇴를 김 대표에게 건의한 것도 비대위 출범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김기현 지도부가 인재영입위원회와 혁신위원회를 주축으로 조기 총선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순차적 인재 영입으로 시선을 환기시키며 선거 패배로 경직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데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보궐선거 패배 여파를 온전히 수습하기 위해선 당 지도부의 파격적 쇄신 행보가 수반돼야 한다는 당내 여론도 있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선거 여파를 적당히 수습하는 정도로는 지금의 총선 판세를 뒤집긴 힘들다”라며 “이후 쇄신 방향성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다. 야당에 쏠린 표심을 돌려 세우려면 맹목적 당정관계를 재설정하거나 혁신성을 어필할 수 있는 새 지도체제를 영입하는 정도의 임팩트는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당내 일각에선 내년 총선까지 공천 등 인선 집행에 있어 대통령실과 철저히 선을 그으며 독자적 인재 발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 것으로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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