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상 임대인의 번호 뒷자리가 '2400'...3천여채 피해 발생

[일요 서울ㅣ이지훈 기자]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수원 빌라왕’ 정 모 씨 부부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수원에만 정 씨 부부 등 일가 소유 건물이 32동(591호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피해는 더 늘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본지는 인천에서도 유사한 전세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본지는 인천에서도 유사한 전세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세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A씨와 나눈 이메일 대화 내용의 일부를 공개한다. 

권 씨와 박 씨 등 4명(현재 알려진 조직원)으로 구성된 ‘2400 조직’이 빌라를 3000여 채 사들여 조직적으로 전세 사기를 일으켜 관련 피해접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들에게 전세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A씨는 본지와의 이메일 대화에서 "이들 조직은 체계․조직화해 있고 현재 개인보다는 단체사기 피해를 입증하여 경찰에 소장을 접수하는 편이 낫다고 하여 증빙자료를 모으는 중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피해자들이 많다고 사료돼 피해자 규모는 지금보다 늘 것으로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 수시로 등기부등본 확인 안하면 피해 조차 인식 못해 
- ‘수원 빌라왕’ 뛰어넘는 조직 등장에 지역민심 '휘청'

일요서울이 제보자와의 메일 대화를 통해 얻은 자료를 취합해 보면 인천에서 활동하는 이들 조직은 일명 '2400 조직'으로 통한다. 대부분의 전세 사기를 당한 계약서에 휴대전화 뒷번호가 2400으로 일치해 ‘2400 조직’으로 불리고 있다. 

이 조직은 주로 수도권 지역의 빌라 전세 위주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이 사들인 빌라의 소유자를  수시로 바꾸고 있다. 입주자들이 수시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않는다면 피해 사실 조차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눈뜨고 코 베이는 ‘깡통 전세’

통상적인 전세 사기는 ‘깡통 전세’라고 불리는 수법이 가장 널리 알려지고 자주 범죄에 사용된다. 이 수법이 위험한 이유는 계약 당시 서류상 아무 문제 없이 보이며, 일종의 부동산을 투자하는 방법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무자본 갭투자이기 때문에 세입자에게 돌려줄 돈이 없기에 하나의 사기 수법으로 분류됐다. 
    
‘2400 조직’은 ‘깡통 전세’ 수법을 사용해 임대인에 바지 사장을 세우고 세입자의 전세금을 빼돌린 후 전세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 바지 사장만 남긴 채 잠적한다. 실제로 사기를 친 범인을 제외한 서류상의 임대인인 바지 사장과 세입자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 조직은 수원의 임대인 부부와 달리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에 일반인들이 당하기 쉽다고 알려졌다. 이들의 사기 연극에서 주인공은 ‘2400 조직’ 이며, 분양대행업자인 홍 씨와 조 씨가 공인중개사 역할, 건축주는 국 씨가 맡아 이 범죄가 시작됐다.

빌라 매매에 대한 사기 수법은 일명 '동시 진행'방식을 사용했다. 분양(매매)와 전세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매매가격과 전세보증금의 차이는 별로 나지 않는 매물들을 찾아 매입했다. 매입한 매물이 ‘깡통 전세’가 되는 것이다. 매매하기 위해서는 바지 사장 즉 임대인이 필요했고 공인중개사 역할의 범죄자는 전세를 들어올 사람, 즉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주변의 공인중개사에게 소개 1명당 일정 금액을 지불해 세입자를 구했다. 이후 계약이 끝나면 임대인을 회유해 같은 공범으로 만드는 과정을 끝으로 이들의 범행 수법이 끝이 난다.

이들은 교묘하게 자신들이 빠져나갈 구멍인 바지 사장(임대인)을 구하고 그를 이용해 세입자들을 속여 전세금을 가로채 이득을 취하고 있었다. 희소식은 지난 5월 수원지검 인시 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박석용)는  ‘2400 조직’ 최 씨, 권 씨, 박 씨를 구속기소 해 재판에 넘겨져 각각 8, 6, 5년씩 선고받아 징역을 사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피해자들은 대부분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여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400 조직’ 무리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만든 모임인 나쁜 집주인들을 통해 이번 ‘2400 조직’와 유사한 범죄행위에 대해 알게 됐다. 본지는 관련 피해자 75명 중 한 피해자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피해자들이 사기들 당한 경위를 알아봤다.

피해자는 "처음 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집주인 이름란에는 임대인 A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집주인분은 수원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교포분이신지, 중국분인지 특이한 말투였지만 별다른 의심 없이 집을 계약하고 했다. 그런데 계약 당일에 권 씨(2400조직)으로 변경됐다고 임대/임차 중계사 2명이 집으로 찾아와서 바뀐 계약서에 성명하라고 해서 찝찝했지만, 별일이 있겠느냐는 안일한 마음으로 사인을 했습니다."라고 당시 정신없이 흘러갔던 계약 상황을 설명했다. 

피해자들이 언제 전세 사기의 낌새를 느꼈는지 에 대해 "입주 후 집에 하자보수 관련해서 집주인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뭐 간단한 하자보수 작업이라 제가 개인적으로 해결하고 넘어갔습니다. 근데 이제 계약만기가 될 때쯤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는데 그때도 연락이 되지 않자 이상한 낌새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 나와 있는 전세 사기 유형에 대해 검색하고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법조인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전세 사기 같다고 해서 그제야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라고 깊은 한숨과 함께 답변했다. 

전세 사기에 대한 후속 조치를 어떻게 하셨냐는 질문에 해당 피해자는 "현재 HUG 이행 청구신청이 가능한 상태여서 따로 형사고소를 알아보지 않은 상태다 저와 같은 피해자 중에 이행 청구신청이 거절돼 법무사를 통해 형사고소를 찾아보시는 분도 있다"라고 답변했으며, 이어 "저와 같은 피해자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이 있다.

그 방에서 서로 피해당한 경위랑 현재 어떤식으로 대처하고 있고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저희 말고도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아마 단톡방의 유무를 몰라서 없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라고 답변했다. 단톡방에 입장해 있는 75명을 제외하고도 많은 피해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세 사기’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

현 실태에 대해 부동산 관련 법 전문가는 “전세금은 보통 몇천만 원에서 몇억 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금액이 적을수록 피해자분들이 방심하시는 거 같다. 고작 이 돈으로 사기를 치겠냐는 안일한 생각으로부터 시작된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소액이더라도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부동산등기부등본이라든지 잘 확인해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추가로 정부 기관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언론 매체를 통해 부동산 전세 사기의 심각성이 많이 보도됐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가 자신이 처하지 않는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거 같다. 남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꼭 전세 사기에 관심을 두고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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