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근이던 박광순, 대장동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창환 기자]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 8월9일 뇌물공여죄로 재판을 받던 박광순 성남시의회 의장이 법정 구속됐다. 1심 재판부의 판단은 10개월 징역형이었다. 구속 전까지 무죄를 주장하던 박 의장은 최근 반성문 제출과 함께 2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지난 11일 의장직도 사퇴했지만, 이를 보는 주변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의 관계 및 대장동 이슈와도 무관하지 않은 박 의장이 의원직 유지를 고수하면서 국민의힘 소속 성남시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순탄하지 않아서다. 2심이 오는 11월 열릴 것으로 예정되는 가운데 박 의장은 세 차례나 법무법인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합류
성남도개공 설립 당시 성남시시설관리공단 이사로 재직

성남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동료 의원에서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자리에서 구속된 박광순 의원이 시의회에 의장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성남시의회는 파행으로 가고 있다. 

성남시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박 의장의 사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시의회 의결이 진행돼야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찬성이 없어 진척이 전혀 없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마저 이를 진행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설명. 

박 의장의 사임을 수리해야 의장 직무대행 체제로 갈지, 새로운 의장을 선출할지 내년도 시의회 흐름을 결정지을 수 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진행되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의회마저 시계가 멈췄다. 아니, 중요한 안건이 놓여 있지만 파행으로 가고 있다. 

당장 서현역 난동 사건 피해자 지원을 포함해 지하철 3, 8호선 연장 안 등 서민생활을 위해 진행해야 할 추경 예산 1500억 원이 국민의힘 의원 간의 불협화음과 민주당의 비협조 등으로 발이 묶였다. 이런 가운데 마치 박 의장이 구속 되면서 그에 대한 파장으로 성남시의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소문도 돌고 있다. 

박 의장이 있어야 의회가 정상된다는 소문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취재진에게 “박 의장이 있어야 추경이 진행되고 의사 결정이 제대로 될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면서 “지난해 말 진행된 2023년 예산 본회의에서 박 의장까지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 16명 보다 많은 18명으로 유리했음에도 예산 통과가 안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당시 12월을 넘겼고, 올해 넘어와 준예산 편성으로 겨우겨우 넘어갔는데 지금 박 의장이 자리에 없어서 마치 추경이 통과돼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풀어내는 것 자체가 의심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이 돌아오길 바라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일부는 최근 박 의장의 면회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데다 박 의장이 의장으로 선출되는데 힘을 실어준 민주당 의원들 역시 박 의장이 돌아오길 기다릴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2심마저 박 의장을 구속시킨 1심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결론을 내리게 되면, 사실상 의원직 유지가 어렵기 때문인데, 박 의장 없이 국민의힘 17, 민주당 16으로 의회가 진행되면 향후에는 오히려 국민의힘 쪽으로 힘이 기울여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성남시의회에서 공식적으로는 국민의힘 의원 수가 더 많아 국민의힘 소속인 신상진 성남시장과 시의회가 방향을 함께 하고 시정이 진행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시의회에서 의사 결정이 쉽게 내려지지 못했던 것을 토대로 유추할 수 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과 뜻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

정용한 국민의힘 성남시의원 의회 파행에 대표직 ‘사임계’

결국 성남시의회가 파행으로 가면서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인 정용한 의원이 대표직 사퇴에 나섰다. 정 의원은 사퇴와 함께 추경 파행을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성남시의장 선출 과정 및 당론을 어긴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의 행동을 지탄했다. 

정 의원은 지난 12일 “성남시의회는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로인한 피해가 성남시민들께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어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으로 책임을 지고 대표의원직에서 물러난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성남시의회 국민의힘협의회는 성남시의회 의장 선거부터 불협화음으로 인해 성남시민들이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주고 2석을 더 뽑아주셨음에도 당론을 위반하고 민주당 의원들과 결탁해 의장을 선출했다”라면서 “자숙하고 부끄러워해야 함에도 불협화음을 만들고 당론을 어긴 채 구속돼 있는 의장은 지난 11일 항소심에서 공소사실(뇌물공여)을 인정하고 뒤늦은 의장직 사임계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당론을 어긴 몇몇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앞장서 사회단체장들과 (또 다른) 시의원들에게 탄원서까지 받고 있는 현실에 처해, 국민의힘을 선택해준 성남시민들께 부끄럽다”라면서 “지난 선거에서 성남시장과 성남시의원을 선택한 당원 및 지지자분께 사과를 드리며, 대표의원직을 사퇴하고 성남시의원으로서 시민들과 지역구 주민을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의장 이력에 담긴 이재명 시장과 대장동

그렇다면 박 의장은 왜 국민의힘 대다수 의원들과 뜻을 함께 하지 않는 것일까. 그는 2014년 국민의힘의 공천을 받고 성남시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앞서 2021년, 이기인 당시 성남시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 관련 비리를 파헤치고 있었으나 동참하지 않았고, 몇몇 시민단체에 의해 “이재명과 한통속”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 의장은 성남시 분당경찰서장 출신으로 2010년 이재명 시장이 당선되면서 민주당 성남시 분당갑을 물려받았다. 더욱이 이재명 성남시장 인수위원회에서 김미희 위원장 등과 발맞춰 부위원장으로 합류했고, 2013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과 함께 통합된 성남시시설관리공단 이사를 맡기도 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대장동 사태를 몰고 온 주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런 특이한 이력의 박 의장은 지난해 성남시의장 선출을 앞두고 국민의힘성남시협의회에서 결정내린 사안을 따르지 않았고, 스스로 출마해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의장으로 당선됐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동료의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려다 발각돼 구속됐다. 

한편 현재 성남시의장 직무대행은 부의장인 국민의힘 소속 박은미 의원이 맡고 있으나 의회가 정상으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박 의장이 의장 사임 의사를 내면서도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한 성남시의회는 정상으로 가동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의장은 2심에서 세 차례나 법무법인을 변경했고, 동료의원들의 탄원서 등을 제출해 형의 경감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0년 당시  성남시장 취임을 위한 인수위원회로 성남시민 행복위원회를 구성 한 바 있다. 사진은 이재명 (전)시장, 김미희 (전)위원장, 박광순 (현)성남시의회 의장이 함께 있는 모습. [사진=성남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0년 당시 성남시장 취임을 위한 인수위원회로 성남시민 행복위원회를 구성 한 바 있다. 사진은 이재명 (전)시장, 김미희 (전)위원장, 박광순 (현)성남시의회 의장이 함께 있는 모습. [사진=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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