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도박중독’ 환자 10년 새 8배 증가
도박 대표적 ‘암수범죄’… “중독 청소년, 통계보다 많을 것 추정”
교육부, 도박 문제 관련 예산은 ‘제로’… “별도 추진 정책 없다”

도박 중독 청소년. [박정우 기자]
도박 중독 청소년.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청소년 도박중독 문제가 심각하다. 10년 사이 도박중독으로 병·의원을 찾아 진료 받은 19세 이하 청소년이 8배 이상으로 급증한 상황. 진료 관련 요양급여 비용 역시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도박문제 관련 예산은커녕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 없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전 예방 교육을 꼽는 가운데, 이 역할을 교육부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기관인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대부분 부담하고 있어, 실질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교육계 일각에서는 청소년 도박 문제와 관련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도박범죄로 검거된 10대 청소년은 총 737명으로 2021년 이후 증가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도박중독으로 진료받은 19세 이하 청소년 수를 2013년 14명에서 2022년 113명으로 8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도박 중독 진료 관련 요양급여비용 역시 680만 원에서 1억3500만 원 수준으로 2013년 대비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도박 관련 상담 청소년 역시 2017년 503명에서 2022명 160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도박은 대표적인 암수범죄(범죄가 발생했으나, 수사기관에 의해 인지되지 않았거나, 인지됐더라도 증거 불충분, 용의자 신원파악 등이 해결되지 않아 공식적 범죄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범죄를 의미)로 꼽힌다.

이런 특성상 공식적인 통계의 도박 노출 청소년은 극히 일부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청소년 사이에서는 불법도박이 만연해 있다. 지난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학 중 청소년 100명 중 5명, 학교밖 청소년 100명 중 13명은 도박문제에 노출돼 있었다.

더불어 재학 중 청소년 100명 중 26명, 학교밖청소년 100명 중 30명이 3개월 이내 실제 현금이 오고 가는 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도박의 가장 큰 문제로는 청소년들이 도박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이 꼽힌다. 

도박은 이런 자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협박·갈취 등 학교폭력과 사채, 성매매 알선에서부터 마약, 보이스피싱 등 2차 범죄로 연계될 가능성이 커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교육당국 소극적 대응? 청소년 도박 예방 예산은?

청소년 사이에서 도박이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당국이 문제를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회교육위원회 소속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교육부를 대상으로 ‘청소년 도박 문제에 관한 예산 및 정책적 질의’에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의 ‘청소년 도박 예방 관련해 교육부에서 편성된 예산이나 진행 중인 정책이 있는가’ 질의에 “청소년 도박 예방, 중독 예방 같은 경우 지자체에서 조례가 다 제정돼 있고, 조례에 따라서 시도교육청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4년(2019~2022년) ‘시도교육청별 청소년 도박 중독 예방 예산 현황’을 살펴보면, 울산과 대전은 도박 예방교육 관련 편성된 예산 자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과 경기는 4년 동안 80~890만 원 수준의 예산을 편성했고, 이마저 학생 대상이 아닌 교원교육 강사비나 도박예방운영위원회 운영비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예산을 점차 줄여 2023년 자체 편성예산은 0원으로 확인됐고, 현재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청소년 치유서비스 이용인원. [이태규 의원실]
청소년 치유서비스 이용인원. [이태규 의원실]

예방치유원, 국민 전체 대상 청소년 예방교육까지는 한계

현재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예방치유원)에서 도박문제의 예방 및 치유를 소관하고 있다. 이에 각 교육청은 예방치유원과의 협력, 지원 등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한 곳이 전 국민을 교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 청소년 예방교육의 경우에는 교육당국에서 별도의 관심과 중심을 잡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예방치유원은 학교의 신청을 받아 교육을 나가는 방식으로 도박중독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는 학교는 연간 3~4번의 교육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는 학생들이 전혀 교육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예방치유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예방치유원 도박 예방교육의 학교 참여율은 전체의 18.4%에 불과했다. 예방치유원 실태조사에서도 도박문제 예방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재학 청소년의 경우 64.8%, 학교밖 청소년의 경우 52.0%에 불과했다.

이태규 의원은 “전문가들은 청소년 도박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예방교육을 1순위로 꼽고 있는데, 교육당국이 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교육적 공론화와 점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청소년이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특히 교육청에서 예방치유원과 경찰청 등과의 협력·협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도박중독 예방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