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명동으로 떠오른 관광 성지(聖地)는?

취재진이 홍대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취재하는 모습. [이창환 기자]
취재진이 홍대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취재하는 모습.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몇 해 전만 하더라도 해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 가운데 최고봉은 단연 명동이었다. 이런 명동에도 수차례 위기가 있었다.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로 중국과 갈등을 겪으며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방문이 중단됐다. 회복될 새도 없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로부터의 발길이 끊겼다. 상가마다 공실 안내가 붙고, 빈 건물은 늘어갔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해 8월 중국정부가 한국행 단체 관광을 6년5개월 만에 허용했다. 유커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관광객의 관심은 조금 달라졌다. 평일오후나 주말 명동은 군중으로 복잡하지만, 새로운 관광 성지로 홍대가 떠올랐다. 홍대입구역부터 버스킹 거리와 옷가게, 식당 등 상가들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이었다. 

홍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
외국인들 사이에선 SNS로 공유… 재방문율도 높아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와 관광업계는 지난해 코로나 경계경보 하향 이후 관광산업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홍대’가 급부상하며 외국인 관광객 몰이에 앞장서는 분위기다. 

2호선 지하철 홍대입구역으로부터 이어지는 길거리에는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많을 정도였다. 오히려 누가 내국인인지 찾아봐야 할 정도로 관광객 증가를 체감할 수 있었다. 문화거리, 음식점, 쇼핑몰 등 어느 한 곳 빠짐없이 외국인 관광객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들은 오전, 오후를 구분하지 않았다. 일상에 있는 내국인은 오전에 학교나 직장 등으로 홍대 방문이 어렵지만, 외국인들은 오전부터 홍대입구역으로부터 홍익대학교로 이어지는 거리 곳곳을 다니며 사진도 찍고 상가를 방문해 쇼핑을 하기도 했다.

지난 11월29일 취재진이 홍대 인근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들은 문화적인 즐길 거리가 많은 점을 홍대 방문 이유로 꼽았다. 이어 음식점을 비롯해 길거리 음식과 쇼핑 등을 즐겼다. 주변에서 쇼핑을 하고 있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국 여행 시 반드시 방문해야하는 코스로 홍대를 꼽았다. 

이에 과거 명성이 높았던 명동과 홍대를 두고 어떤 차이를 느끼는지 물어봤다. 대체로 명동이 쇼핑의 중심이라면 홍대는 다양한 즐길거리가 많다는 답변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한국을 방문하기 전부터 K컬쳐(한국문화, Korean Culure)의 매력을 느껴왔다. 그들은 온라인을 통해 K드라마, K팝, K무비 등을 만났고, 이를 현장에서 체감하고자 홍대를 방문했다.  

온라인 플랫폼, 유튜브·틱톡… 관광객 홍대로 이끌어

명동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광객들의 연령대가 낮은 것도 그런 이유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 문화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 특히 유튜브나 틱톡 등은 외국인들에게 홍대의 존재를 알렸고 재방문의 기회까지 만들어냈다. 

태국에서 왔다는 한 20대 커플은 취재진에게 “이번 여행은 일주일간 서울에 머무는 것으로 계획하고 왔다”라면서 “합정역 인근에 숙소를 두고 주로 홍대에서 즐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5년 전에 방문하고 (코로나 이후)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며 “공항 근접도도 높고, 어느 지역으로든 쉽게 갈 수 있다”며 방문 이유를 말했다. 

특히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가격대가 낮은 것도 매력”이라면서 “다음날에도 동일한 숙소에 머물면서 압구정 등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다수 외국인 관광객들은 “다시 한국을 방문해도 홍대를 찾을 것 같다”고 답했다. 더불어 “본국에 있는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추천하고 싶은 관광명소”로 택했다.

현장에서 만난 서울시관광협회 소속 안내사는 취재진에게 “외국인 관광객들은 주로 음식점과 쇼핑몰 등을 묻는다”고 답했다. 이어 “이색적인 점은 한국의 국밥, 감자탕 등 국물 음식을 찾는다는 것”이라며 “대부분 방문하고 싶은 가게를 미리 알아 와 장소를 묻는다”고 덧붙였다.

이미 SNS를 비롯해 온라인상에서 공유된 정보를 토대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홍대를 찾는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국인들에 대한 바가지요금 등으로 논란이 된 명동을 돌아볼 때, 새로운 관광 성지(聖地)로 홍대를 뛰어 넘어 옛 명성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주말 오후 명동거리. [이창환 기자]
주말 오후 명동거리.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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