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이주했는데 ‘공사비 지원’ 삭제… 시민 뒤통수 친 성남시의회 

성남시 리모델링 시범단지 주민들이 모두 이주하고 나서 기존 조례에 있던 '공사비 융자' 항목이 성남시의 개정안 발의에 의해 성남시의회 상임위에서 통과되면서 삭제됐다. 이 사실을 이주해 버린 주민 대다수가 모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주민들이 모주 이주하고 난 뒤 비어버린 느티마을 3단지의 모습. [이창환 기자]
성남시 리모델링 시범단지 주민들이 모두 이주하고 나서 기존 조례에 있던 '공사비 융자' 항목이 성남시의 개정안 발의에 의해 성남시의회 상임위에서 통과되면서 삭제됐다. 이 사실을 이주해 버린 주민 대다수가 모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주민들이 모주 이주하고 난 뒤 비어버린 느티마을 3단지의 모습.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지난 10년간 성과 없이 끌고 온 성남시 리모델링 시범사업에 주민들이 사지로 내몰릴 지경에 처했다. 이는 수천 세대의 성남시민이 ‘공사비 지원’을 전제로 이주를 마친 뒤에 일어났다. 지난달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는 성남시 주택과의 요청으로 ‘성남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에서 ‘공사비 지원’ 항목을 삭제했다. 리모델링사업을 진행하는 각 조합을 대상으로 “기금을 통한 공사비 지원”이라는 내용이 전제돼 있었으나 앞으로는 기금으로 공사비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미 이주해버린 성남시민을 고려하지 않은 성남시의회와 이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 성남시 모두 질타를 면할 수 없게 됐다.

공사비 지원 전제로 3개 단지 수천 세대 이주 마쳤는데
신상진 시장 승인한 ‘공사비 삭제’ 항목 도시건설위 통과

성남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이하, 기금 운용 조례)에 따르면 시는 기금을 크게 세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우선은 시가 직접 시행하는 공공지원에 드는 비용 그리고 리모델링 관련 융자와 그에 대한 보조 및 이차보전 지원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리모델링 사업 지원을 위해 심의를 거친 사항 등이다. 

당초 두 번째 항목 ‘융자’에는 조합사업비, 공사비 지원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성남시의회가 ‘공사비 지원’ 항목 삭제를 용인하면서, 앞으로는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 공사비 지원이 불가능해졌다. 성남시가 올 상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성남시의회를 두드리며 요청해온 개정안이 지난 11월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성남시 주택과는 제5조(기금의 용도) 2항(융자, 보조 및 이차보전) (가)호 ‘조합사업비 및 공사비의 융자’에서 ‘공사비 융자’ 항목을 빼달라는 개정안을 냈다. 상임위가 진행되는 동안 여야 간 의견 충돌도 있었으나, 최종 합의를 거쳐 해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조례에 지속 포함해왔지만... 주택과 “공사비 지원 불가능”

사실상 성남시의 리모델링 기금은 주민들이 리모델링 사업을 ‘동의’ 결정한 이유와도 직결된다. 단순히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융자만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자율도 시가 운용하는 기금보다 높은데다 시공사의 보증도 담보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상임위에서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기금 운영 조건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기금으로 리‘공사비 융자’가 가능했지만, 이제부터는 공사비에 대해서는 융자 지원이 이뤄질 수 없게 됐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기금으로 ‘공사비 융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이미 수천 가구, 수만 거주자들이 이주해버렸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공사비 융자가 가능할 것으로 알고 나갔는데 성남시와 성남시의회는 이주를 마치고 난 뒤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이날 도시건설위 상임위에서 성남시의 기금 관련 ‘공사비’ 삭제 이유가 밝혀졌다. 상임위에 출석한 이동국 성남시 주택과장은 “저희 민선 6기 때 리모델링 기금 조성사업으로 5000억 원 목표를 세웠다”라며 “당시 기금(5000억 원)을 목표로 공사비 60%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유추했으나, 사실 공사비 60% 지원 자체는 실현이 불가능한 사항이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2018년에 리모델링기금운영위원회를 열고 사업 자체가 너무 방대하니까 1000억 원만 조성하는 걸로 리모델링 기금 조성 목표를 (다시) 정했다”라며 “그렇게 목표를 정하다보니 리모델링 공사비 60% 지원은 실현 불가능한 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런 불가능한 사항을, 2018년 10월에 결정된 그것을, 이번 조례 개정안에서 최종 공사비 60%를 제외하고”라면서도 “공사비에 대한 이차 이자지원이 있다. 2% 이자지원은 살아 있기 때문에 공사비 이차보전은 저희가 지원해 주는 사항으로 하고, 공사비 60%를 삭제하고자 하는 사항이다”고 덧붙였다. 

성남시 “삭제 내용 조합 전달”... “이주민 홈페이지 참고해야”

즉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 리모델링사업조합을 구성하던 당시 기금 계획은 5000억 원을 세우면서, 공사비 60%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유추했으나, 실제 기금 조성이 1000억 원 수준에 머물면서 공사비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것. 

이미 이런 사실은 2018년에 확인됐으나, 성남시는 해당 조례에 공사비 60% 지원 내용을 그대로 남겨둔 채로 지금까지 왔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주민들을 이주시켰다. 이미 이주해버린 주민들에게는 공사비 지원 내역 삭제 통보를 했을까. 

성남시 주택과 리모델링팀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주민들에게 전달했다”라면서 “(주민들이 이주한) 리모델링조합에 해당 사실을 전달했다”라고 답했다. 즉 주민 각자에게 설명하지는 않았고 조합에 전달했다는 것으로 주민에게 알렸다는 것을 대신했다. 

이미 이주를 마쳐버린 무지개 4단지 이주민은 지난 15일 취재진에게 “사실무근이다. 성남시는 물론이고, 조합으로부터도 그 어떤 내용도 전해들은 바가 없다”라면서 “주민을 이주시켜놓고 공사비 지원 항목을 뺐다는 것인가. 그러면서 그에 대한 사전 의견 청취도 전혀 없었는데”라고 지적했다.

또한 “(의회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해) 그런데도 관련 내용조차 주민들에게 전달하지 않고 있는 것은 현 신상진 시장 하에서 묵인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이런 심각한 문제를 언론이 다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신상진 시장은 주택과가 이런 개정안을 발의하고, 이에 대해 승인을 하는 과정을 겪는 동안 사전에 주민들에게 설명하거나 의견 청취를 했을까. 그에 대한 답은 ‘No’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주민 의견 청취는 없었으나, 리모델링 조합장들과 논의해 왔다. 공사비 지원 항목 삭제 관련 개정안은 시청 홈페이지에 공고돼 있다”라면서 “기존 조례에는 공사비 항목이 있었지만 이를 지원할 생각은 없었다”라고 답했다. 

성남시는 조례에서 '공사비 융자' 항목 삭제를 하고나서 주민에게 전달하는 과정도 소홀히 했다. 해당과에서는 조합에 전달했다며, 주민 안내를 대신 한 것으로 말했으나, 이주해 나간 주민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사진은 주민이 모두 이주하고 난 뒤 비어버린 아파트. 이주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창환 기자]
성남시는 조례에서 '공사비 융자' 항목 삭제를 하고나서 주민에게 전달하는 과정도 소홀히 했다. 해당과에서는 조합에 전달했다며, 주민 안내를 대신 한 것으로 말했으나, 이주해 나간 주민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사진은 주민이 모두 이주하고 난 뒤 비어버린 아파트. 이주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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