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특허 바이오 기업은 왜 창업자와 소송전 치를까?!

큐젠바이오텍은 전임 대표였던 이종대 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이 박사가 패소했다. 현재는 2심이 진행 중이다. 사진은 큐젠바이오텍 근무 당시 이종대 박사. [글=이창환 기자, 사진=이종대 박사]
큐젠바이오텍은 전임 대표 이종대 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 박사의 패소였고, 현재 2심 진행 중이다. 사진은 큐젠바이오텍 근무 당시 이종대 박사. [글=이창환 기자, 사진=이종대 박사]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저는 서울대 화학공학과 78학번으로 1992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MIT에서 포스트닥(Post Doc.)을 지낸 뒤 귀국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23년 근무했습니다. 2006년 큐젠바이오텍을 창업했고 15년간 세계적인 베타글루칸 발효 및 정제분리 기술을 발전시켜, 그 노력으로 2018년 한국생물공학회가 주관하는 산업기술대상을 받았습니다.” 
이종대 큐젠바이오텍 창업자 겸 전임 대표이사가 취재진을 만나 건넨 말이다. 지금 그는 자신이 세운 기업, 큐젠바이오텍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연구하기 정말 힘드네요”라는 그의 하소연을 들어봤다. 

이종대 박사 “15년 일궈왔는데 퇴직금 소송까지 당해”
법원이 고소와 소송에 신임 이사진 손들어준 이유 뭘까

일요서울 취재진이 큐젠바이오텍 창업자인, 이종대 박사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당시 이 박사는 자신이 창업한 큐젠바이오텍과 기업회생 절차 관련 소송전에 이어 각종 경찰 고소에 대응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7개월이 흐른 지금, 소송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또 이 박사는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지난 1월23일 취재진은 이 박사를 다시 만났다. 

이 박사는 “기업회생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갔으나 졌고, 이미 큐젠바이오텍은 법적으로 기업회생에 돌입했다. 제가 근무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기업 상장’을 코앞에 두고 예정대로 절차를 진행 중이었는데, 이젠 그로부터 너무 멀어진 것 같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 박사가 2020년 대표이사 권한을 박탈당하기 전까지 큐젠바이오텍은 연구 성과로 국내 바이오기업 가운데 강소기업으로 꼽힐 정도의 저력을 과시했다. 이 박사가 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KBCC) 건립에 공을 세웠고, 기술검증팀장·공정개발팀장 등을 거치며 2006년 겸직창업으로 큐젠바이오텍을 창업했다. 그간의 연구 경험은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큐젠바이오텍은 전임 대표였던 이종대 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이 박사가 패소했다. 현재는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창환 기자]
큐젠바이오텍은 전임 대표였던 이종대 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이 박사가 패소했다. 현재는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창환 기자]

창업부터 특허까지, 바이오 강소 기업으로

창업이후 모든 것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10여년이 지나서야 그 노력도 조명되기 시작했다. 생물자원을 활용한 그의 노력은 버섯발효 균주 개발 및 배지최적화, 대규모 배양 기술 등의 성과로 나타났고, 고품질 원료 생산 기술을 인정받아 독일의 글로벌 기업 멀츠(MERZ)를 누르고 베타글루칸 유래의 하이드로겔 필러로 국제특허를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간 주름 제거 혹은 주름 방지를 위한 피부 미용 재료로 쓰이던 히알루론산 필러는 가교제의 독성 우려가 있어왔다. 하지만 이 박사가 개발한 베타글루칸 하이드로겔 필러는 상대적으로 매우 안정적이고, 직접 주입이 가능해 이런 우려를 사라지게 한 것. 그로 인해 현재 큐젠바이오텍은 베타글루칸 생산 특허도 보유하게 됐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각 분야의 공동 개발 제의가 들어왔고, 그는 신약개발회사 등과 함께 항암 치료제 및 면역항암 병용요법 등의 공동개발에 나섰다. 2015년부터 유상증자가 진행되고, 신주인수권부사채도 발행됐다. 2020년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협의도 무리 없이 추진됐다.

신한금융투자가 나섰고, 코넥스(CONEX) 상장이 예정됐다. 2020년 말 코넥스 상장 성공 후, 2021년 코스닥 상장까지 바라보고 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 박사는 이런 계획을 마무리 지을 수 없었다. 상장 절차가 진행되기 수개월 전, 4~5년간 가족처럼 지내온 임원 A씨가 이 박사에게 각종 비용 마련을 위한 구주 매각을 제의하면서 부터였다. 

임시주총 개최부터 신임 이사진의 대표이사 해임 건의

이 박사는 “유상증자로만 진행했으면 훨씬 안전했을 텐데... 가족처럼 믿던 사람이었기에 매각하자던 그에게 맡겼는데, 제가 말한 주식을 3배나 매각해 버렸다”라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10억 원 정도 비용의 주식만 매각하라고 시켰으나, 알고 보니 31억 원어치를 매각했더다”라면서 “유안타증권 8억 원, 메리츠증권에 12억 원 어치가 매각됐다”고 말했다.

그간 40% 이상의 지분율을 유지하던 이 박사의 지분은 유상증자 및 사채 발행 등을 포함해 가족 보유분 합산 21~22%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일들이 상장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하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 당시 대표이사였던 이 박사의 주식 매각 등으로 지분을 보유하게 된 메리츠증권 등 주주들이 상장을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에 임시주주총회를 제안했다. 

이 박사는 “생각해보면 절차상 상장을 마무리하고 나서 임시주총을 얼마든지 개최할 수 있었지만, 소주주 제안이라도 법이 보장한다고 생각해 받아들여줬다”라면서 “그렇게 열린 주총에서 바이오 분야와는 동떨어진 부동산업자 등 4명이 신규 이사로 선임됐고, 신규 이사들은 이사회를 열어 내게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당시 새로 선임된 이사들은 이 박사에게 해임 건의를 위한 이사회 소집을 요구했다. 이 박사는 당황했으나, 그들의 요구를 들어봤다. 이 박사에 따르면 신규 이사진들은 이 박사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 경영을 책임지겠다는 입장. 이에 대주주로서 회사의 성공만을 바라던 이 박사는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로부터 8개월 뒤 이사진들은 이 박사의 경영책임을 묻고 어려워진 경영 여건을 이유로 기업회생을 법원에 청구했다. 

시련은 끝나지 않아, 퇴직금도 줄 수 없다는 회사?!

이 박사는 “신임 대표이사와 이사진은 상장 코앞의 큐젠바이오텍을 회생절차로 몰고 간 것도 모자라 회생법원의 기업회생 승인을 받자마자 내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소각처리했다”라면서 “이의제기와 상고까지 2년간 재판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이사진들의 손을 들어줬고 당시 우리 가족 외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모든 이의 주식은 75분의 1로 감자됐다”고 말했다. 

당시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에서 코넥스 상장을 앞둔 큐젠바이오텍의 가치를 약 500억 원 규모로 평가하던 것을 고려할 때, 이 박사의 가족 합산 주식 21~22% 지분은 약 100억 원 수준의 현금 가치로도 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소각됐고, 기존에 이 박사와 함께 구주를 보유한 주주들의 주식은 회생법원 결정 등으로 75분의 1로 줄었다. 

현재 큐젠바이오텍은 당시 신한금융투자를 찾아 상장 절차를 취소하고 기업회생을 끌어낸 신임 이사 등이 신주 발행을 통해 95%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박사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회생법원은 기업회생을 결정하면서도, 이 박사의 퇴직금 지급을 명령했지만 큐젠바이오텍은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각종 이유로 경찰에도 고소했다.

이 박사는 “큐젠바이오텍 설립 후, 연구만 하면 성과를 얻어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다”라면서 “가족처럼 지냈던 사람은 내 주식을 몰래 매각해 새로운 주주와 이사진이 들어오게 했고, 이젠 내가 만든 회사가 퇴직금을 줄 수 없다며 고소도 하고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큐젠바이오텍은 회생재판이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도중에 이 박사의 퇴직금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이 박사는 1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2심 진행 중이다. 그는 “변호사 비용도 내기 힘들만큼 가계가 어렵고 가족들은 아픔을 겪고 있다”라면서 “이 세상에 양심이란 것이 있다면 내가 만든 회사와 그 회사에 들어온 사람들이 나에게 이렇게 칼을 겨눌 수 있나”라고 하소연했다. 

큐젠바이오텍.
큐젠바이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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