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강소기업 큐젠바이오텍, 세계적 기술 사라질 위기

큐젠바이오텍 기업회생 관련 사건이 이종대 전임 대표의 항고로 고등법원으로 넘어갔다. [이창환 기자]
큐젠바이오텍 기업회생 관련 사건이 이종대 전임 대표의 항고로 고등법원으로 넘어갔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세계적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강소기업 큐젠바이오텍이 사실상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업자들로 구성된 이른바 ‘기업사냥꾼’이 위임장을 받아 경영권을 장악한 뒤 고의적으로 회사를 망가뜨린 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회생 전 M&A 제도를 활용해 회사를 헐값에 매수하고, 큐젠바이오텍이 보유한 부동산과 특허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해고당한 창업자 겸 전임 대표이사의 주장이다. 과연 해당 업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일요서울이 들여다봤다. 

메르츠 증권, 기업사냥꾼 불렀나…상장 앞 이사회 열어 대표이사 사임 종용
수서경찰서, 급하게 불송치 결정 이유?…기업회생 고등법원 제출 자료 의혹

큐젠바이오텍은 독일 소재 글로벌 기업 멀츠(MERZ)를 누르고 베타글루칸으로부터 유래한 하이드로겔 필러 국제특허를 취득한 바 있다. 주로 여성들의 피부 미용을 위해 사용되는 필러는 주름 제거 혹은 주름 방지를 위해 사용되는 재료다. 히알루론산이 주로 이용되고 있으나 가교제의 독성 우려가 있어 베타글루칸 하이드로겔 필러가 획기적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큐젠바이오텍 창업자 이종대 박사는 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대학에서 박사 학위 취득 후 MIT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한 바 있다. 귀국 후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23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한 이력도 있다. 그는 2006년 회사를 만들어 2020년까지 13년간 버섯발효 베타글루칸을 생산해왔다. 큐젠바이오텍은 베타글루칸 생산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말 그대로 큐젠바이오텍은 바이오 업계에 혜성과 같이 떠올랐다. 큐젠바이오텍이 개발 생산하게 된 베타글루칸은 면역강화 식품을 비롯해 기능성 음료, 기능성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및 의료기기와 동물 관련 제품까지 그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확장 가능성을 드러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큐젠바이오텍의 성장 가능성은 바이오 업계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해를 거듭하며 유상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이 진행됐다. 개인과 기관을 대상으로 거듭된 증자 등으로 2020년 코넥스(CONEX), 2021년 코스닥(KOSDAQ) 상장을 눈앞에 둔 상황. 

큐젠바이오텍 대표이사를 지냈던 이종대 박사는 지난 16일 취재진에게 “2020년 말에 있을 상장을 대비해 그와 관련된 준비가 모두 진행된 상태였다”라면서 “당시 한국거래소 및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협의를 마쳤다”라고 입을 열었다. 

메르츠 증권, ‘수상한 제안’ 상장 앞 ‘부동산업자’ 등장

하지만 큐젠바이오텍의 상장을 앞두고 수상한 제안이 이뤄졌다. 당시 유상증자와 사채 발행 등으로 지분을 거둬들인 일부 주주들의 주식을 신탁 운용하던 메르츠 증권 관계자가 불과 상장을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큐젠바이오텍에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제안했다. 이유는 바이오 분야 전문가를 이사진에 영입하고 상장에 나서자는 것.

주주총회 소집 권한은 원칙적으로 이사회에 속하지만, 발행주식 3% 이상 소수주주의 요청에 의한 임시총회 요청 권한이 상법상 보장됐기에 당시 대표이사였던 이 박사 등은 큰 의문을 품지 않고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10월29일 임시주주총회가 열렸고, 이날 임시주총에서는 바이오 분야 전문가가 아닌 부동산업자 4명이 이사로 선임됐다.  

바이오 전문가도 아닌 외부인들이 이사로 선출된 데 대한 이유를 헤아릴 틈도 없이 새로운 이사진을 중심으로, 당시 기준 현직 대표이사 해임 및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이사회가 소집됐다. 즉 새롭게 꾸려진 이사진들은 취임 1개월도 채 지나기 전에 이 박사의 대표이사 권한을 박탈한 셈이다. 실제로는 해임이 아닌 사임이었다. 

이와 관련 이 박사는 “당시 이사진들은 내게 회사를 발전시킬 테니 물러나라고 하더라”라면서 “내가 가꿔온 회사였는데 잘못되면 상장을 앞두고 분쟁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대주주로 남겠다’는 생각에 한 발 물러서서 사임서를 제출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큐젠바이오텍이 기업사냥꾼애 당했다는 주장이 있다. [큐젠바이오텍]
큐젠바이오텍이 기업사냥꾼애 당했다는 주장이 있다. [큐젠바이오텍]

대표이사 해임 후 상장 취소 및 회생 절차

이 박사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곧장 이사진들은 신한투자금융을 찾아 상장 취소 신청을 했다. 그리고 기업회생 절차 준비에 나섰다. 상장을 앞둔 기업이 회생 절차에 나선다는 소문에 업계와 언론은 의아해했다. 사실 어려움을 겪는 기업일지라도 상장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면 추가적인 투자를 비롯해 재기에 성공하는 사례도 없지는 않다.

충분히 상장을 위한 협의와 논의 과정을 거쳤고, 신한투자금융이라는 금융 대기업 계열사가 동행하고 있었기에 큐젠바이오텍의 상장까지 성공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명숙 신임 대표이사를 비롯해 새롭게 구성된 이사진은 상장 취소와 더불어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그간 회사의 방만 경영 및 대표이사의 급여를 문제 삼아 공지사항도 올렸다. 

이후 회생절차가 진행됐지만, 대주주로 남아있는 이 박사의 항고에 의해 고등법원으로 올라간 상황. 이 과정에서 최 신임대표는 이 박사를 사기미수 혐의로 고소했고, 이 박사는 최 대표와 주주 가운데 하나인 이석호 씨를 무고와 기업 횡령 등으로 수서경찰서에 고소했다. 

최 대표와 이 씨 등은 사기미수 혐의가 영등포 경찰서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되자 이에 항소했고, 이를 받아들인 서울남부지검은 재수사 명령을 내렸다. 해당 사건을 다시 받아든 경찰은 “이 씨 등이 지속 민원을 넣고 있다”는 이유로 종결하지 못한 상황. 이 사건이 종결되면 회생법원에 진행 중인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수서경찰서, 불송치 왜? 큐젠바이오 통장 못 보나

이 박사가 최 대표와 이 씨를 고소한 내용은 무엇일까. 이 박사는 우선 사기미수로 고소당한 내용에 대해 무고를 주장했다. 오히려 기업 횡령 혐의 등으로 이 씨와 최 대표를 수서경찰서에 고소했다. 해당 사건이 접수되자 수서경찰서는 “횡령이 의심되는 큐젠바이오텍의 계좌를 살펴보겠다”고 답해왔다. 하지만 이 박사에 따르면 수서경찰서는 오래지 않아 고소 당사자인 이 박사와 협의 한번 없이 불송치 결정을 통보했다. 통상 계좌 추적 등이 복잡한 절차로 진행되는 것을 고려할 때, 이 박사가 경찰에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횡령혐의가 입증되면 기업회생이 취소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최 대표 등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현재 고등법원에서 다뤄지고 있는데,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즉시 최 대표는 고등법원에 횡령사건 불송치 결정을 고등법원에 서면으로 제출했다. 그러면 경찰은 왜 횡령 사건 수사를 급하게 종결한 것일까. 계좌 확인을 해서 안되는 이유라도 있는걸까. 해당 사건은 이 박사의 이의제기로 서울중앙지검에 넘어갔다. 

이 박사는 “고등법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회생 관련 사안에 대해 최명숙, 이석호 등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한 것으로 의심이 된다”라며 “횡령사건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큐젠바이오텍의 은행계좌들을 면밀히 조사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조사도 없이 사건을 즉각 불송치 종결한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이 박사는 왜 ‘이석호’라는 인물을 함께 고소했나. 그는 큐젠바이오텍 대표도 아니고, 단지 주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씨는 전임 대표 사임 열흘 뒤 열린 기관투자자 회의를 주도했다. 이 회의에 최명숙 신임대표, 서OO 부사장, 삼호그린, 읜스파이어, 유비쿼터스 등이 참석했다. 기관투자자인 삼호그린 등은 기존 투자계약에 따라 전임 대표 사임을 반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최 대표를 인정했다. 이 회의 이후 이 박사는 모든 경영 일선에서 제외됐다.

투자업계 전문가는 취재진에게 “모든 사안을 배제하더라도 상장을 앞두고 있던 큐젠바이오텍이 대표이사 교체와 함께 급작스럽게 상장 취소와 더불어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면서 “만약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임시주총과 이사회 등이 진행된 것이 아니라면 철저한 조사나 수사를 거쳐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횡령 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넘어갔다. [글=이창환, 사진=뉴시스]
기업 횡령 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넘어갔다. [글=이창환, 사진=뉴시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