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성동구청장 “‘싸움’ 아닌 ‘치유’ 대상”

21일 저녁 건대입구 상권. [박정우 기자]
21일 저녁 건대입구 상권.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과거 ‘부흥’의 영광을 누렸던 건대입구 상권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공실이 늘기 시작하더니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성수, 몽촌토성 등 인근 상권으로 분산효과가 발생하며 침체를 겪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주요 고객층인 MZ세대가 술집, 대형 식당보다는 카페, 볼거리 등을 찾으며 인근 상권으로 발걸음을 옮겼기 때문이다. 

건대입구역 상권은 2호선, 7호선 환승역을 기점으로 이뤄져 있으며 일대는 건국대, 세종대, 한양대가 있어 서울의 대표적인 대학가 상점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메인 상권인 ‘건대 맛의 거리’도 공실이 즐비하다.

지난해 4분기 건대입구의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9.3%에 달했다. 코로나19 타격으로 공실률이 치솟았던 2020년 4분기 공실률 5.5%보다도 높다. 2022년 1분기 4.8%에 비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건대입구 상권에 공실이 증가한 원인으로 가까운 성수동 상권의 등장을 꼽는다. 이른바 ‘빨대효과’ 때문인데, 성수동 상권이 MZ세대들이 열광하는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면서 건대입구역 상권의 기존 주요 소비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코로나19 이후 MZ세대의 소비패턴 변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됨과 동시에 팬데믹 당시 대학생 문화가 비대면, 소수 대면 문화로 바뀌면서 최대 고객층인 대학생들의 소비 패턴이 변한 것이다.

술집, 대형 식당가가 많은 건대입구 상권보다는 카페나 볼거리가 많은 성수동으로 발걸음을 옮긴 셈이다. 실제 성수동 현장에는 작은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MZ세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성수동도 위험조짐?… “젠트리피케이션 방지해야”

성동구에 따르면 2022년 10월부터 4개월간 성수역 일대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 유동인구, 매출 성장과 함께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 중이다. 2018년 평당 10만 원이었던 임대료는 2022년 15만 원으로 50%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출이 25.6% 상승한 데 비하면 2배 넘는 인상 폭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상권 부흥의 현상으로 지목하면서도, 빨대효과와 공실 증가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건대입구역 상권과 같이 소비층이 옮겨가면 높아진 임대료를 버티지 못해 자연스럽게 공실이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젠트리피케이션(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임차인이 내몰리는 현상)은 ‘싸움’이 아니라 ‘치유’해야 하는 대상”이라며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 임대인과 임차인, 지역 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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