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직격 인터뷰…신당창당 ‘우회전략’ 고심 중

 ·미 자유무역협정(FTA)가 끝내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까지 뿌려지는 극한 대립과 충돌 속에서 통과됐다. 이 과정이 TV로 전국에 생생하게 생중계됐고, 이를 목격한 국민 대다수는 또 한 번 자기 논리에 빠진 기성 정치권이 보여준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과 혐오스러움으로 넌더리를 쳤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새로운 소통의 정치를 갈망하는 기대는 자연스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로 쏠리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안 원장은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어 놓은 이후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제 그는 자의든 타의든 정치의 중심이고 국민여론으로 수렴된 자신의 지지율에 방관자적 입장에서 겉돌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렇기에 어떤 식으로든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의 전면에 나서느냐 아니냐를 분명히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사진=정대웅 기자>

 "'멘토단' 참모그룹 5~6개 가동 중"

안 원장은 안철수연구소 보유주식 절반을 사회 환원하겠다고 밝힌 뒤로 이렇다 할 자신의 행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비쳐지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간의 이목은 안 원장이 내년 19대 총선에서 기존 정치권의 판도를 뒤집어놓고 대권으로 달려갈 의지가 과연 있는가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베일에 싸여 있는 안 원장의 대권행보는 정치권의 최대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특히 박근혜 대세론을 위기에 빠뜨린 안 원장의 등장은 정권 쟁탈에 모든 것을 걸고 통합을 부르짖어왔던 진보 야권 진영의 대선구도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은 일대 사건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일요서울>은 안 원장의 대권행보를 취재하면서 만난 최측근 인사에게서 이른바 멘토단으로 형성된 5~6개의 참모그룹들을 중심으로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대권플랜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일요서울> 취재진은 단독으로 지난 23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안 원장의 최측근을 만나 현재 참모그룹들 사이에서 진행 중인 안철수 대권플랜의 기본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신당 창당 구도와 주변 인적 네트워크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를 전해 들었다.  

최측근은 익명을 전제로 안 원장의 근황과 참모그룹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대권플랜 중 실현 가능한 밑그림들을 털어놓았다. 먼저 안 원장은 최근 독감에 걸려 수일째 자택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쇄도하는 외부의 인터뷰 요청을 일절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조건 정권 잡고보자는 야권 큰 실망 

안 원장이 전면에 나서 대권행보를 본격화할 경우, 맞물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민주당 등 진보야권 통합 과정에 일정부분 참여할지 여부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통합야권 대선주자로 라인업하는 것에는 안 원장은 물론, 참모진들 역시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다.

굳이 방법을 찾는다면 시민사회 대표로 야권이 내부 경선을 거친 대선후보와 최종 경선을 벌이는 방식이다. 10·26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시장의 경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안 원장의 고민이 묻어난다. 그 이유는 최근 안 원장이 야권통합이라는 원탁회의에 참여할 것을 바라는 혁신과 통합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과의 회동에서 한국사회와 국민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정권을 잡고 보자는 식의 권력쟁취에만 급급한 모습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는 데 있다.  

안 원장의 측근은 안 원장은 정권을 잡는 것보다 우리 사회가 지닌 불합리와 모순들에 대한 문제해결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그 해답이 진보에 있으면 진보를, 보수에 있으면 보수를 지원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라고 해도 한나라당은 안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전제했다. 

이와 함께 안 원장이 박근혜 대항마로 유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한 뒤로 정치권 이면에 가려진 어두운 면들과 대면하면서 실망감을 표출했다는 전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 측근은 안 원장이 최근 일명 선거 컨설팅을 빌미 삼아 찾아온 정치브로커들과 미팅을 가졌다면서 자신의 정치 행보를 일종의 수익 창출로 대입하는 정치브로커들의 행태에 크게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법륜스님, ‘2의 윤여준될 수도 

또 하나 안 원장의 고민은 청춘콘서트 기획자이자 자신의 대표적인 멘토로 알려진 법륜스님에 관한 문제다.  

법륜스님은 지난 21일 오산시청 대강당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희망세상 만들기강연에서 지금처럼 보수와 진보, 여야가 패를 나누고 싸우고 지역 이기주의로 흐르면 나라가 망한다이럴 거면 새로운 정당이라도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소수의 정치인에게만 맡겨놔선 안 된다정치는 정치인만 하느냐. 국민이 각성해 새로운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륜스님이 신당 창당을 공개적으로 역설한 3 정당 창당론에 대한 발언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철수 신당론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륜스님은 안 원장의 정치적 인지도를 표면에 내세울 수 있었던 청춘콘서트를 기획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안 원장의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해 법륜스님을 찾는 기자들이 부쩍 늘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청춘콘서트로 결합된 이후 법륜스님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마치 안 원장의 대외적인 입장 표명 뿐만 아니라 멘토와 멘티 관계로 정치적 공감대까지 일치하는 것처럼 비쳐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1500억 원이라는 거액을 사회 환원하면서도 특별한 기자회견이나 이벤트 없이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짧게 언급한 안 원장의 깜짝 행보 역시 법륜스님의 멘토링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겉으로는 안 원장과 법륜스님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정치적 동반자로 보인다. 하지만 내부 참모진을 통해 드러난 안 원장의 입장은 달랐다. 최근 법륜스님의 정치적 발언에 안 원장이 경계를 넘어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안 원장의 측근은 법륜스님이 좀 더 지나치게 앞서가면 2의 윤여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안 원장이 법륜스님이 제 멘토라면 지하철에서 만난 모든 시민이 제 멘토라고 밝힐 수도 있다고 전했다  

사진자료 <뉴시스>

창당 없이 대권직행 유력 검토 중 

안 원장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선 한국사회의 당면 현안인 양극화 해소, 청년실업 해결, 일자리 창출, 복지정책을 확대하는 것은 오픈 경제 하의 소규모 경제구조인 한국경제로서는 근본적인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이 나서 대통령이 된다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기본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안 원장이 대권 의지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의회정치와 신당 창당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아직 고심 중이라면서도 사회 각계각층에서 두뇌와 명망을 두루 갖춘 인사들이 다수 포진돼 있는 참모그룹들이 신당 창당과 대권 행보의 방법들을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안 원장 주변의 대여섯 갈래로 나뉘는 참모그룹에 대해선 현재로서는 마치 오뚜기 몸통처럼 손발이 없는 상태라며 대권행보를 본격화할 경우 실질적으로 조직과 세력을 갖춰야 하는 부분에서 미약한 수준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일부 참모진들은 거액의 사재를 출연한 뒤 이를 대권행보 신호탄으로 여기고 안 원장에게 방미 후 3개월 체류하면서 미국 조야와 관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진언했다고 밝혔다.  

그의 전언에 따르면, 안 원장은 대권행보를 시동하기 위한 플랜으로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첫 번째는 내년 총선 전 신당 창당을 기점으로 대권에 전면 뛰어드는 것이다.  

이 방안은 정치권과 기자 출신들로 구성된 참모그룹이 강력하게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측근은 또 이들 참모그룹이 안 원장이 추가로 사재 출연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정치는 세력과 조직 기반이 중요하고 여기에 들어갈 정치자금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반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두 번째 방안은 신당을 창당하지 않고 총선을 건너뛰고 대선으로 곧바로 직행하는 우회 전략이다. 이 경우 세부 시나리오만 10여 가지로 추려져 안 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조직과 세력에서 기성 정치권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직시한 것으로, 안 원장도 이 방안에 수긍하고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이는 세간에 알려진 안철수 신당론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안 원장이 전면적인 대권행보에 나설 시기와 형태를 두고선 참모그룹 내에서도 명확한 입장을 제대로 정리 못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보니 중대 결단을 앞둔 안 원장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

 

 

 

 

 

 

"'멘토단' 참모그룹 5~6개 가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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