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연구소 내부문건 파장 영남지역 현역까지 ‘부글부글’

 

▲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에서 공천 물갈이 대상 기준과 원칙을 정한 내부 검토 문건이 외부로 알려진 가운데 <일요서울>이 12월초 단독 입수 공개했던 재창당 수준의 인적쇄신을 다룬 내부문건(위 사진)에서 다뤄진 내용과 일맥상통한 것으로 확인됐다.<정대웅 기자>/ 아래 사진은 뉴시스가 3일 입수한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의 19대 총선 공천개혁에 관한 내부문건으로, 총선 후보 공천과 현역의원 물갈이 방안 등을 담고 있다.<서울=뉴시스>

한나라당 내에서 공천 기준 관련한 여의도연구소의 내부 문건이 나돌면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의 인적쇄신 개혁에 불만을 표출해온 친이계 현역의원들의 반발이 갈수록 표면화되고 있다.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 모두 ‘MB 정권 실세 용퇴’ 발언을 철회할 의지가 없다고 밝힌 이후 홍준표 전 대표를 위시한 친이계 장제원, 전여옥 의원의 날선 공세가 박근혜 비대위 인적구성원 전체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당내 정면충돌 기류가 증폭되면서 오는 9일 예정됐던 비대위원-현역 의원 연석회의는 연기됐다. 이두아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황영철 비대위 대변인이 (9일 연석회의를) 브리핑한 후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는데 각 의원들의 의정보고 대회가 11일까지 잡혀 있어 (비대위-의원 연석회의를)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의원들과 비대위원이 서로 만날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상견례 등 만남의 자리는 마련될 것”이라며 “정확한 시기를 말하긴 곤란하지만 의정보고대회가 마감된 이후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실무적 착오’라고 밝혔지만 양측 간에 오해를 풀기 위해 마련됐던 이 자리는 친이계 장제원 의원이 현역 의원들을 대신해 내걸었던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의 사퇴 시한과 맞물려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사실상 박근혜 비대위와 현역의원들의 힘겨루기가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은 4일 “비대위와 결별도 각오를 해야 된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장제원 “탈당이 아니라 전당대회서 뒤엎을 것” 

장 의원은 4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비대위가 당 지도부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지도부를 인정 못한다는 것”이라며 “탈당이 아니라 전당대회를 비롯한 여러 가지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친박진영에서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연대할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그는 “비대위원들이 들어오자마자 실세용퇴론을 얘기했다가 친박 용퇴론을 거론하는 등 왜 이런 식으로 인적쇄신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상돈 비대위원이나 김종인 비대위원의 행동에 대해서 그냥 뭉개고 가자는 식으로 간다면 오히려 굉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이계인 원희목 의원 역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비대위원들이) 절차를 무시하고 특정인의 불출마를 주장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성토했다.

원 의원은 “시스템이 확정되기도 전에 일부 비대위원들이 인적 쇄신의 대상으로 특정그룹,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그는 “인적 쇄신의 대상과 시기와 방법은 시스템에 맡겨야 한다. 시스템, 즉 공정한 공천제도를 만드는 것이 비대위가 할 일”이라며 “누구를 공천할 지는 공천제도에 의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전여옥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아이들까지 정치하나’라는 제목으로 글을 통해 “어느 날 갑자기 스타가 된 연예인은 마약에 손대거나 자살한다”며 “26살에 집권 정당의 초고위원급인 비대위원이 돼버린 이 청년. 소년급제의 비극을 겪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이준석 비대위원을 겨냥, 정면 비판했다.

전 의원은 “더 큰 문제는 아이들까지 정치에 끌어들인 한나라당”이라며 “성실하게 한 계단 한 계단 밟아야 되는 26살 젊은이를 벼랑 끝에 세웠다. 아무리 급해도 아이들까지 정치에 끌여들여야 하나”라며 박 비대위원장을 에둘러 비난했다.

  

▲ 한나라당 친이계 장제원(왼쪽), 전여옥, 원희목 의원.<서울=뉴시스>

비대위에 손 들어준 박근혜  

여기에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전날 KBS 라디오 정당대표 연설 중 공천 물갈이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그동안 우리 정치는 매번 개혁과 혁신을 한다고 하면서도 번번이 주저앉곤 했는데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정치권 내부의 논리를 버리지 못한 결과”라는 발언으로 내심 인적쇄신에 숨죽여 왔던 친이계 현역 의원들의 반대급부에 한층 더 불을 질러 놓았다.

박 비대위원장은 “(공천기준에 대해) 저를 비롯한 한나라당 구성원이 가진 일체의 기득권을 배제 하겠다”며 “이번만은 그래서는 안 된다. 포장이 아니라 내용을 확 바꾸겠다”고 말했다.

또 ‘확’이라는 의미 전달에서 드러나듯 박 비대위원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고강도의 인적쇄신을 작심한 것처럼 비쳐졌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인적쇄신 문제로 불거진 내부 갈등에서 비대위원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피아 구분을 명확히 한 것이기도 했다.

이 와중에 당내 공천개혁과 관련해 여의도연구소에서 당 지지도보다 5%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낮을 경우 공천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 문건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현역의원들의 반발은 극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의도연구소에서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공천 물갈이 내부문건에는 공천심사위 전원 외부인사 구성하고, 현역과 신인 후보자간의 1대 1 경선을 기본 틀로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 등 공천 검증과 원칙에 대한 세부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한나라당 정당지지도를 기준으로 현역의원 지지도가 5% 포인트 이상 낮을 경우에 대해 물갈이 대상으로 설정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당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는 영남지역에서 90%이상의 현역의원들이 공천 받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구 현역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 기준에 대해선 재판에 계류 중이거나 여론 악화로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되면 물갈이 대상으로 규정해놓았다. 이와 함께 지역주민의 교체지수가 현저히 높거나 당세 확장에 도움이 되는 외부 영입인사가 희망하는 경우도 포함됐다. 

“박 비대위 총선 전에 주저앉고 당 깨질 수도”  

이러한 공천개혁이 담긴 내부 문건은 지난 12월초 <일요서울>이 단독으로 입수해 918호 지령으로 보도한 ‘한나라당 재탄생 극비문건 대공개’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참회의 회초리 릴레이’로 이름 붙여져 당 내부에서 흘러나온 이 극비문건은 대대적인 인적쇄신에 초점을 맞춰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시즌3(이하 슈스케3)에서 우승한 ‘울랄라세션’의 메시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번 여의도 연구소 내부문건에 현역과 신인 후보자의 1대1 경선은 슈스케 방식과 유사하다.

더군다나 <일요서울>이 입수했던 극비문건은 지도부 체제 개편으로 그치지 않고 대외적인 이미지 탈색을 위해 현역 불출마 릴레이가 이어지는 ‘창조적 발상’과 ‘혁명적 처방’이라는 취지에 맞게 선제적 대응의 일환으로 2040세대에게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전면적인 반성과 인적-정책 쇄신이 기획돼 있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이와 함께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릴레이 선언이 끝난 뒤에는 내년 총선에 나설 한나라당의 새 인물 후보를 당 지도부의 공천이 아닌 국민참여 경선투표로 추진한다는 계획이 삽입돼 현 시점에 당내 기류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대위가 출범한 뒤로 비대위원들의 입에서 당내 현역의원과 계파 안배를 무시한 무작위식 돌출 발언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철저하고 엄정한 쇄신은 친이계와 대다수 현역 의원들의 요구였다. 그러나 비대위가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것처럼 비쳐지면서 내부 갈등을 촉발하고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친박-친이를 막론한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박근혜 비대위가 인적-정책 쇄신을 이루기도 전에 순항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물론, 당초 그가 약속했던 뼈 속까지 재창당 수준의 쇄신에 동의했던 현역 의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이중에는 친박 일부까지 반(反) 박 비대위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말들이 새어나오면서 한나라당의 분당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들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만약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당내 현역 의원들의 동요와 반발을 추스르지 못한다면 총선 전에 비대위 자체가 주저앉을 수 있다”며 “비대위원들이 하나둘 사퇴하는 식으로 이탈되면 당을 살리기 위해 출범했던 마지막 히든카드였던 비대위의 운명과 함께 한나라당도 깨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들의 입단속을 하지 못한 리더십도 문제지만 친박 일부까지 비대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것은 수명을 다한 한나라당이 결국 재창당이 어렵고, 헤쳐모여식의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시무식에 참석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친이계로부터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굳은 표정으로 식을 지켜보고 있다.<서울=뉴시스>

 

<고동석 기자>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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