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재선→대권행? 싹부터 자른다

인물없는 여권, 서울시장 패배론 확산…박원순 흠집내기
민주당의 박원순 지키기, ‘추대론 이어 차기 대권후보’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누리당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노량진 수몰 참사 등 안전사고 책임 공방에 이어 이번에는 서울시의 무상 보육 광고 문제로 또다시 맞붙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에서 ‘박원순 흠집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권에서 박 시장을 견제할 만한 마땅한 인물이 없고, 박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 ‘몸값’이 더 올라 대권까지 나설 수밖에 없다는 상황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권에서 마땅한 서울시장 후보감이나 대권 후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박 시장의 서울시장 재선 도전 후 대권행을 사전에 차단시키고자 하는 복안도 깔려 있다.


지난 5일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을 느낀다. 가증스럽고 나쁜 시장”이라고 쏘아붙였다. 같은 날 박원순 서울시장이 “0~5세 우리 아이들 무상보육을 위해 서울시가 2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겠다. 올 한해 서울 시내 자치구가 부담해야 할 몫까지 서울시가 책임지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박 시장이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전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 A업체로부터 등산복을 협찬 받은 것을 거론하며 ‘협찬시장’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여권 내년 지방선거 경계대상 1호는?

이에 박 시장은 “보육을 어쨌든 이어가겠다고 하는 충정으로, 재정이 어려우니 이만큼만 낮춰달라고 하소연하는데 그걸 안 하시고 정치적이라고만 하고, 선거운동이라고 하는 그런 발상이 어디서 나올 수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김 의원님은 서울시 출신인데 서울시의 이런 어려운 상황을 잘 모르시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사실 좀 서운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안은 ‘박원순 흠집내기’에 불과할 뿐, 더 큰 위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박 시장을 끌어내릴 수 있는 한방이 없는 이상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경기·부산 등에서 정치적 승부가 갈린다. 부산시장은 출마가 확실한 서병수 의원을 비롯해 여권 내 후보군이 많다”면서도 “서울시장의 경우는 예외”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장→대권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박원순 대항마가 없는 이상 때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대권은 정치적 여건이 맞아 떨어져야 가능한데, 박 시장의 경우 정치적 여건까지 맞아 떨어져 경계 대상 1호”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당직자도 “보궐 선거를 통해 박 시장이 검증된 만큼 여권에서는 서울시장으로 재직했을 때의 일들을 수집해 지방선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출마 이전부터 시민사회 대표로 불리며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인사다. 더구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로 사퇴→안철수 단일화→야권 단일화 등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고, 서울시정에 대한 평이 좋아 재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박 시장도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3년은 너무 짧아 재출마를 할 계획”이라며 재선의지를 밝혔다.
새누리당에서도 박 시장을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꼽으면서 향후 그에 대한 주목도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박 시장을 메시아로까지 보고 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박 시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난 재보선에서 박 시장이 왜 서울시장으로 부상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시민운동가로 활동했고, 시민운동가로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변호사이자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맡았다. 특히 지지율이 5%에 불과했던 박 시장은 안철수 의원과의 단일화를 이뤘고, ‘안철수 신드롬’을 통해 당선됐다. 최근 복지 이슈에 있어서도 박 시장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를 봤을 때 새누리당에서는 박 시장을 사전에 견제할 수밖에 없다.”

아직 대권을 따지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이 ‘제2의 문재인’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관측이다.

안대희 물 건너가고 김황식 거론되지만

새누리당에서는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따른 ‘박원순 흠집내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나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서울시장 패배론’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김황식 전 국무총리, 안대희 전 대법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 나경원 전 의원, 원희룡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안 전 대법관은 양건 감사원장 사퇴로 ‘감사원장 내정설’이 확산되고 있다. 진 장관은 청와대에서 강력하게 밀고 있지만 본인은 “출마할 뜻이 없다”며 고사 중이다. 그나마 호남 출신으로 총리 시절 보여준 안정감 때문에 ‘김황식 카드’가 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박 시장과 겨뤄 승리를 거둘 인사는 없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서울과 경기 모두 만만치 않다. 서울이나 경기 지역에 ‘저런 훌륭한 사람을 모셔왔구나’ 하는 아이콘이 있어야 하는데…”라며 ‘박원순 대항마’가 마땅치 않다는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원순 추대론’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박영선 의원 등이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으나 ‘박원순 대항마’로 거론되는 인사는 전무한 상황이다. 독자세력을 꿰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 측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하게 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안 의원 측이 독자 후보를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서울시장 당내 경선을 치를 경우 박 시장은 ‘당원-대의원’ 투표에서 밀릴 공산이 커,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안 의원 측 후보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박 시장이 서울 시정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추대론에 대한 분위기는 당내에서 무르익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치컨설팅 한 관계자는 “재선에서 성공한다면 박 시장은 ‘대선 후보’라는 점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 박 시장이 뜨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지난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맞대결에서 온갖 네거티브를 통해 박 시장은 이미 검증돼 있다. 결국 박 시장이 서울시장을 지내는 과정에서 별다른 흠결이 없는 이상 대선 주자였던 문재인 의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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