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수급이 화두로 떠올랐다. 대형 원전 대신 풍력, 태양광 사업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광역단체장은 송철호 울산시장이다. 송 시장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계획’에 따라 바다 한가운데에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 따른 전력 부족을 해상풍력으로 대체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원전에 비해 고비용 문제에다 태풍 기상악화에 따른 대규모 손실에 어민 피해까지 예상돼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송철호(사진 중앙) 울산시장이 영국 에버딘 피터헤드항에 위치한 부유식 해상풍력실증단지 시찰하고 있다. 뉴시스
송철호(사진 중앙) 울산시장이 영국 에버딘 피터헤드항에 위치한 부유식 해상풍력실증단지 시찰하고 있다. 뉴시스

- 文 정부 재생에너지 3020정책, 원전 비해 ‘두 배’ 고비용
- 한반도 찾아오는 빈번한 태풍… 고가 장비 ‘파손 위험’도

문재인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로 높이는 ‘재생에너지 3020(이하 ’RE3020‘) 계획’을 확정함에 따라 기존보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크게 늘려야 할 상황이다. 실제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에 92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이중 51조 원을 공공부문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선언하면서 대체 전력 수급을 위한 방편의 일환이다. 울산시는 이에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사업’을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우선 2030년까지 국비 등 총 6조원을 들여 동해가스전 인근에 원자력발전소 1기와 맞먹는 1GW 발전용량의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풍력단지에는 200㎿(5㎿급×40기) 발전단지 5곳이 들어설 전망이다.

울산시는 2018년 6월부터 산업부의 지원을 받아 동해 가스전 플랫폼과 가스배관 라인을 활용해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20년 5월까지 국비 27억 등 총 40억 원을 투입한다.

200MW 설치비 1조2천억, 원전 비해 ‘두 배’

울산시는 2021년에 생산이 종료되는 동해 가스전을 해상변전소와 풍력단지를 위한 현장기지로 활용하고 육지까지 이어진 가스배관은 전력을 연결하는 케이블라인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작년 연말에는 다수의 해외기업과 국내외 민간 투자자가 참여 의사를 밝힐 정도로 울산 앞바다 동해가스전과 그 주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울산시 동해정과 그 주변이 양질의 바람이 불어 최적지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한 울산에서 58km 떨어진 해역에는 동해가스전의 플랫폼이 있다. 여기에 풍력발전단지를 위한 계측장비를 설치하고, 가스 파이프라인은 해저케이블 보호관으로 활용하면 사업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12월에 시가 개최한 민간투자사 간담회에는 SK E&S-CIP, GIG, 코엔스헥시콘, 윈드파워코리아(WPK) 등 글로벌 투자사 4곳이 참여했다. 덴마크 투자운용사인 CIP는 SK그룹 발전자회사인 SK E&S와 제휴해 울산 해역 2곳에 2GW 발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시에 제안했다.

영국 투자사인 GIG는 울산 앞바다에 총 1.2~1.7GW, 스웨덴의 부유체 전문기업인 헥시콘AB는 해양플랜트 전문업체인 코엔스와 합작해 동해정(옛 산업폐기물 투기지구)에 1.4GW 규모의 부유식 풍력발전단지를 각각 조성하기로 했다.

WPK는 미국 풍력전문회사인 PPI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2.5GW 발전계획을 시에 제안했다. 독일 에온(EON), 다국적 투자사인 맥쿼리, 노르웨이 국영 석유·전력회사인 에퀴노르사 등도 간접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4개 투자사가 계획하고 있는 발전용량을 모두 합하면 6.1~6.6GW 규모다. 부유식 해상풍력 1MW당 투입비용을 60억 원으로 계산하면 총 36조 원 가량이 투입되는 셈이다.

문제는 고비용이다. 200MW의 경우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의 설치비는 1조2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투자사들은 내년 울산 앞바다의 풍향 계측과 사업 타당성 분석을 통해 먼저 200㎿급 실증 단지를 조성한 뒤 2030년까지 1~2GW급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소요되는 예상 비용은 최소 6조에서 12조가량 소용될 전망이다.

원전과 비교할 경우 적잖은 비용이 들어간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에 건설된 신고리원전 3, 4호기 공사비는 6조8561억 원이었다. 두 기의 발전용량은 총 2800MW. 울산 앞바다의 풍력발전기가 신고리원전과 같은 용량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한다고 가정할 경우 사업비가 15조 원이 든다. 원전보다 비용은 두 배 이상 소요되는 셈이다.

한 기당 수백억원 달하는 해상풍력발전기다보니 태풍이나 해일 등 파손될 경우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2018년 작년 한번도 주변을 강타한 태풍은 28개에 달한다. 이중에서 한반도와 인근 해역을 지나간 태풍만도 10개 이상된다. 만약 태풍이 불어 파손되거나 전력 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해당 지역은 혼란속으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울산을 방문한 김부겸 행안부 장관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이채익(울산 남구갑) 의원은 “울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준비 안 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밀어붙이기가 우려된다”며 송철호 울산시장의 역점사업을 비판했다.

한기당 수백억…·어민 피해, 대책마련 ‘시급’

특히 어민 피해도 막대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울산 앞바다 뿐만 아니라 신규 발전 설비 총 48.7기가와트(GW) 중 풍력으로 16.5GW로 34%를 충당할 계획이다. 이중 12GW는 해상풍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즉 풍력발전의 72%는 해상이 담당한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현재 전국 22개 지역에서 해상풍력발전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해당지역 어민들은 어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운천 간사(바른미래당)는 해상풍력발전 건설 준비 중인 지역의 어민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 부안에서 자망어선으로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A씨는 "풍력기를 박고 있는 위치는 봄에는 산란을 위해 고기가 올라오고 가을에는 산란하고 성장해 나가는 통로인데 이제 나갈 수도 없고 들어올 수도 없다" 며 "해상풍력 설치는 바다를 말살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닻자망어선을 모는 어민 B씨는 "닻자망은 어구 길이만도 1킬로미터(km)이며 2톤(t) 이상의 닻을 앵커식으로 박아야 하기 때문에 해상풍력발전기 해저케이블을 손상할 확률이 높아 조업을 할 수 없다"며 "특히 현재 닻자망어선의 경우는 해상풍력 예정지 위치를 빼고는 조업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시에서는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조성은 세계적인 ‘선도 사례’가 될 것이라지만 원전에 비해 드는 고비용과 가을철 수시로 찾아오는 태풍에 대한 안전성 그리고 어민의 피해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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