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에 무슨 내용 담았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탈(脫)원전 비판 보고서'를 작성한 중앙연구원 소속 연구원 5명 전원에 대해 감사를 실시, 징계 절차를 진행하면서 뒷말을 낳고 있다.

공기업이 연구 보고서 작성자 전원을 징계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인데다가 이번 조치가 현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한 거 아니나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기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인지 알아본다.

 '2030년 전기료 50% 오를 전망' 보고서 관련자 감봉 등 추진
 승진 코스인 중앙연구원장, 지방 발전소장으로 좌천성 인사


문제가 되고 있는 보고서는 지난해 4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발전단가 분석, 8차 전력수급계획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간됐다.

복수의 매체를 통해 수집한 내용을 종합하면 보고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LNG 및 양수발전 포함) 투자비용은 약 178조82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며 같은 기간 ▲전력판매단가는 현재 한전의 전력판매단가(산업용 105.2원/kWh·가정용 106원/kWh)대비 약 57.41원/Kwh가 증가해 용도별로 5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2030년까지 한전이 발전회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해 오는 가격인 전력의 평균정산단가는 무려 200.84원/kWh(현재 약 98원/kWh)에 육박해 국민들의 전기요금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같은 기간 ▲전력의 평균발전단가는 약 258.97원/kWh에 육박해 원전의 폐지와 신재생의 보급이 기존 대비 약 97.17원의 발전단가 추가인상을 불러오는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 주장과 정면 배치 분석 내 놔

이 보고서 발표 직후 탈원전을 해도 전기 요금은 10.9%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파장이 일었고, 국감에서도 논란이 벌어졌다. 지난해 10월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야당의원들은  중앙연구원 보고서가 한수원 명의로 나온 만큼 연구보고서 결과를 수용해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앞서 정부는 정부 정책에 대한 건전하고 합리적 의견이라면 주체가 누구든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밝혔다”라며 “정작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이 탈원전의 부작용을 조목조목 반박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하자 자문교수의 개인 의견에 불과하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연구보고서의 작성자와 승인자, 그리고 검토자 모두 한수원 소속 직원으로서 모두 저자로 등재돼 있으며 본 보고서의 대외적인 사용에 한수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표기까지 돼있다”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정부의 얕은 편법에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야당의 공격에 당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한수원 차원의 공식 연구결과물이 아닌 연구자 개인의견을 담은 자문보고서일뿐"이라며 한수원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12일 현재 행정안전부 정보공개포털에 '보고서 오류에 따른 활용·배포 금지'로 분류돼 있다. 

정보공개포털에서도 배포 금지

게다가  한수원 감사실은 지난해 11월 7일부터 연말까지 두 달간 보고서 작성자 및 검토자로 이름을 올린 연구원 5명을 감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수원 감사실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이 보고서 작성을 책임진 A책임연구원에게 감봉 3개월, B팀장에겐 감봉 1개월, 보고서 검토를 맡은 연구원 3명에게는 견책을 징계하라고 대표이사에게 요구했다.  현재 한수원은 당사자 소명을 포함한 징계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직 최종 징계수위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한수원의 이번 징계가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내부 목소리를 단속하려는 '본보기식 징계'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지난해 말 한수원 정기 인사 때 이승철 중앙연구원장이 한빛원자력본부 2발전소장으로 발령 난 것도 문제의 보고서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에서도 한수원의 징계 행보가 자칫 학계의 연구활동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수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보고서 검수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작성 과정에 문제가 드러나 징계를 하려는 것이다"라며 "현재 당사자 소명 등 정차를 진행중이고 최종 징계 수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