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민노총만 보면 고개 숙이고 눈치 본다”

민노총 소속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현대계동사옥 앞에서 현대중공업 사옥 진입을 위해 경찰 방패를 뺏고 있다. [뉴시스]
민노총 소속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현대계동사옥 앞에서 현대중공업 사옥 진입을 위해 경찰 방패를 뺏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 조합원들이 집회‧시위를 진행하면서 경찰을 폭행해 치아 골절까지 입힌 가운데 경찰이 현장에서 검거한 12명 중 10명을 곧바로 석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민노총이 국회 담장을 무너뜨리고, 경찰에게 폭력까지 행사했지만 연행된 조합원들을 바로 석방해 ‘매 맞는 경찰’, ‘동네북 경찰’이라는 조롱까지 받는 상황. “공권력은 어디갔는가”라는 말이 터져 나오고 있다.

폴리스라인 뚫고사무소 진입하며 폭력 행사

나경원 대통령과 청와대, 폭력에 어떤 관용도 없어야 한다고 천명해야

지난달 3일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반대하며 국회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연행된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 등 25명이 다음 날 모두 석방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일 국회 진입 시위 도중 연행, 7개 경찰서로 분산해 조사한 민노총 조합원 25명을 지난달 4일 오전 05분경 모두 석방했다.

이들은 지난달 3일 오전 1045분경부터 국회 진입을 시도하면서 담장을 넘어서거나 울타리를 훼손하는 등 격렬한 시위를 이어가다 경찰에 연행된 것이다.

이틀 전인 지난달 2일 국회 환노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다 연행된 조합원 8명도 당일 석방됐다.

민노총 조합원들

경찰 헬멧방패까지 뺏어

지난 22일 민노총 소속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두 노조가 회사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며 집회를 연 뒤 현대중공업 사무소 진입 시도 및 경찰을 폭행해 현장에서 검거됐다. 12명 중 10명이 곧바로 석방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열린 집회시위에서 경찰관에게 부상을 입혀 공무집행방해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 12명을 검거한 뒤 10명을 석방했다.

연행된 조합원들은 지난 22일 오후 시위 과정에서 10여 명의 경찰관에게 부상을 입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의경 2경찰 3명은 치아 골절, 치아 흔들림, 손목 인대 손상 등 병원 진료가 필요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경찰들도 찰과상 등의 부상을 당했다.

시위에는 민노총 소속 현대중공업 노조, 대우조선해양 노조 조합원 1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는 집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은 오후 4시경 현대중공업 사무소로 진입을 시도했다. 당시는 집회가 마무리될 무렵이었다. 조합원 100여 명이 경찰통제선을 넘고 사무소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을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경찰의 헬멧과 방패를 빼앗으며 폭력을 행사했다.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된 피의자는 인권보호를 위해,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48시간 이내 석방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치아가 부러질 정도의 상해를 입었지만 민노총 조합원을 24시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석방해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이러한 행태가 스스로의 공권력을 훼손시키는 행위라는 의미에서다.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도 잇따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는 민노총은 공권력을 파괴해도 석방됩니다.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있다면 변호사보다 민노총에 연락해야 합니까? 국수본, 공수처가 왜 필요합니까? 경찰, 검찰 상급기관 민노총이 있는데...”, “대한민국 서열 1위 민노총”, “일반시민들한테는 개XX을 하면서 민노총한테는 찍소리도 못하고 매일 맞는 XX”, “이런 경찰이 무슨 독자 수사권한을 달라고?”, “이런 XX들이 나라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단다. 엄정한 법집행을 해야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지! 누구는 잡아가고, 누구는 조사도 안하고, 누구는 풀어주는 XX들을 어떻게 믿냐?”, “저렇게 무능한 경찰이라면 얻어 터져도 싸다. 석방시킨 경찰을 고발해라”, “국회의원, 노동자 그 누구라도 집단으로 폭력을 행사하면 폭도다. 그들의 권리는 법과 의무를 지켜야 보장된다. 권리도 의무도 모두 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등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경찰의 패배주의,

노조 정권 가져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질서가 민노총 앞에만 서면 무력화된다. (민노총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을 때리고 농락했다면서 국민을 때리는 것은 국가를 때리는 것이고 국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지난달 발생한 민노총의 국회 진입 시도와 관련해서는 국회를 포위하고 경찰관의 뺨마저 후려친 민노총이었다면서 “(이번에) 또다시 경찰에 폭력을 행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9명의 경찰이 이가 부러지는 등 폭행으로 부상을 당했다. (민노총이) 경찰의 보호 헬멧도 벗기고 방패를 빼앗기도 했다. 경찰이 12명을 현장에서 연행했지만 결국 10명을 맥없이 풀어줬다면서 폭력집회에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경찰은 민노총만 보면 고개를 숙이고 눈치를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민노총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경찰이) 엄격한 법의 잣대를 (민노총에) 들이대는 순간 이 정권이 경찰을 향해 보복잣대를 들이댈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차라리 얻어맞고 말자는 경찰의 패배주의가 친노조의 문재인 정권을 가져온 현실이라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 반복되는 민노총의 폭력에 나서 어떠한 관용도 없어야 한다고 천명해야 한다. 그래야 경찰이 법에 따라 제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22일 석방되지 않은 2명 중 1명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4시경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던 또다른 조합원 1명을 석방했다. 이로써 체포됐던 조합원 12명 중 1명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풀려났다.

경찰은 지난 22일 석방조치한 10명에 대해서는 혐의가 경미한 것으로 판단하며 다른 혐의점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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