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 ‘대안 보수’ ‘제2의 친박연대’ 외치지만…다른 의원들 ‘不答’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홍문종 대한애국당 공동대표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과 애국당의 공동대표로 추인됐다. 이후 두 사람은 ‘우리공화당(가칭)’이라는 신당 창당을 시사하며 대안 보수를 자처하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17일 탈당계를 낼 당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현역 의원들과 보수인사 가운데 40~50명 정도가 자신의 움직임에 동조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왔다. 홍 대표는 ‘친박 감별사’라고 불릴 정도로 뚜렷한 성향을 노출해 온 인물이다. 다만, 비박계가 당사무총장직을 맡을 경우 ‘친박대학살’이 발생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날 친박계 의원들이 삼성동 자택에 모여있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날 친박계 의원들이 삼성동 자택에 모여있다. [뉴시스]

-洪 “박 전 대통령과 중요한 문제 상의하지 않은 적 없어”…친박 움직이나
-野 관계자 “‘바른정당 사태’ 학습 효과 있어…추가 탈당 없을 것”

   
홍문종 대한애국당 공동대표의 ‘탈당→신당行’ 코스가 다가오는 2020년 4.15총선에 어떤 파급력을 가질지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다. 홍 대표는 탈당 이후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로 추인, 이후 당명을 ‘우리공화당(가칭)’으로 개정해 창당의 첫 삽을 뜬다. 두 사람은 대표적 친박 인사다. 이에 신당 역시 ‘친박’ 색채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홍 대표 역시 이 부분을 강조했다.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탈당 및 신당 창당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접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며 “여러 부담이 될 것 같아 말은 못하지만, 밖에서 많이 편지를 쓰고 있어 (박 전 대통령이) 내용을 잘 알고 있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태까지 정치를 시작한 이래 중요한 문제를  박 전 대통령과 상의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암시했다.

이에 한국당에 남은 친박 성향 의원들이 공천을 앞두고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가 주목된다. 많은 의원들이 홍 대표의 뒤를 잇는다면, 자칫 ‘보수 분열’로 치달아 표가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洪 “40~50명 동조할 것” 趙 “한국당, 흔들릴 것”

홍 대표은 40~50명 정도의 의원이 이 흐름에 동조할 것이라 보고 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공동대표 역시 언론 보도를 통해 여기에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 20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 출신 전직 광역단체장이 7월 중순쯤 입당할 계획”이라며 “신당 창당 얘기가 나간 후 ‘입당하겠다’는 연락이 정말 많이 온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현재까지 입당 의사를 밝힌 인원은 총 7명으로 추석(10월) 전까지 순차적으로 입당할 계획이다. 명단에 오른 이들은 전직 광역·지역단체장, 국회의원, 전직 장관 등이다. 한국당 소속이 아닌 이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대표는 “추석 전 7명, 총선 전 35명이 입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거론된 인물의 수는 총 42명으로, 모두 이동한다면 홍 대표의 예상 범위 안에 드는 수치가 된다.

내년 4.15총선까지는 약 8개월가량이 남았다. 일요서울이 ‘총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42명이라는 인원은 미지수인 상황 아닌가’라고 묻자 조 대표는 통화에서 “여러 가지 상황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당이 정치권과 총선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의에 그는 “자유한국당에 여러 가지 흔들림이 있을 것”이라면서 “‘좌파 연정에 대해 우리가 우파 연대를 해야 한다. 대한애국당(우리공화당)은 분열 세력이 아니다’라고 계속해서 얘기하고 있다. 본격적인 우파 연대의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 본다”고 대답했다. 다만 앞서 언급한 인물 가운데 한국당 출신 인사가 몇 명인지를 묻는 등의 질문에는 “기다려 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홍 대표는 지난 18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를 아우를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되고, 또 많은 사람들이 황 대표가 보수를 모두 아우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면서 “신당이 꾸려지면 아마 한두 분씩 (동참하는 의원들이) 밝혀지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40~50명의 의원이) 꼭 한국당 소속 의원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접촉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예상)인원을 말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재차 덧붙였다.

홍 대표는 곧 만들어질 신당이 ‘대안 보수’, ‘보수 외연의 확장’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당 내에서도 (보수에 관한)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있지만 이를 표출할 방법이 없다”며 “보수의 대안 세력으로서, 또 정통 보수를 아우르는 세력으로서 신당(우리공화당)이 새롭게 필요할 것이다.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야당 관계자 입 모아“1~2명도 안 가”

정작 한국당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다. 홍 대표의 행보에 대해  한 의원실 관계자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절반의 성공을 넘어섰다”고 평가하면서도 “(신당에는) 40~50명이 아닌 한 명도 더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대한애국당이 지금까지 선거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득표율을 받은 적이 있느냐”면서 “현재 (이들이 주 지역으로 삼은) TK 여론도 이들에 대해 싸늘하다”고 지적했다. 

한 야당 의원 역시 “지역구 국회의원들이나 당협위원장들 가운데에서는 그런 움직임(신당으로의 이동)이 전혀 없다”고 거리를 뒀다.
하지만 ‘총선’이라는 변수가 있다. 총선 출마를 위해선 공천권을 놓고 다퉈야 하는데, 이 공천에서 친박 인사들에 대한 ‘대폭 물갈이’가 시사된 바 있기 때문이다. 

신상진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장은 지난 6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있었고, 그 뿌리인 2016년 20대 총선 공천이 많은 후유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역 의원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기본적으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공천) 물갈이 폭도 클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신 특위원장의 발언에 ‘탄핵 책임론’이 내포됐다고 판단, 공천 과정에서 현재 한국당에 남은 친박 인사들이 무더기로 물갈이될 것이라는 풀이를 내놨다. 홍 대표의 ‘탈당→신당行’ 역시 이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다.

이에 곧 다가올 총선의 공천 과정에 있어 불만을 품은 이들이 신당으로 옮길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야당 의원은 “공천이 아무리 공정하고 깨끗한 과정으로 치러진다고 해도 이에 대해 불만을 갖는 사람은 있을 수 있다”며 “그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정치를 위해 새로운 신당에 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다만 “(그 수가) 많지는 않을 것 같다. (40~50명까지 갈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아무리 당이 어려움에 처했다 치더라도 (신당에 가는 사람이) 전혀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지도부도 ‘탈당은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홍 대표의 탈당과 관련, “우리 당내에서 탈당할 의원들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연쇄 탈당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보수야권에서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렇게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보수 분열’ vs ‘외연 확장’… 洪, ‘비례대표’ 큰 그림?

일요서울은 취재 과정에서 다수의 의원 또는 의원실 관계자에게 ‘한국당 내 추가 탈당자가 있을 것이라 보느냐’, ‘홍 대표로부터 신당 관련 연락을 받았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현재 대답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 ‘(홍 대표 등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는다’,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 등 난색을 보였다. 다만 대부분의 정치권 관계자 사이에서는 ‘한국당에서 대거 탈당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어느 의원실 관계자는 “다들 바른정당 사태 당시의 학습 효과가 있다”며 “당을 나갔다 다시 들어와도 겉돌거나 아예 당에 복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바른정당 사태’란 2017년 바른정당 출범 준비 과정에서 다수의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탈당한 뒤 당적을 옮겼다가 다시 돌아온 것을 말한다. 

이들은 당내에서 ‘복당파’로 분류된다. ‘복당 리스크’로 인해 이들은 향후 공천 과정 등에서 당심(黨心)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이 같은 전례가 있기 때문에 다들 쉽게 탈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18대 총선 때 있던 ‘친박연대’를 생각하고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라며 “그때는 ‘박근혜’라는 구심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반박했다.
18대 총선이 치러지는 과정에서 당의 공천에 불복한 한나라당 소속 친박계 의원들은 집단 탈당하고 ‘미래한국당’에 입당했다. 그 뒤 총선에서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친박연대’로 당명을 바꿔 출마했다. 

총선 결과 이들은 지지율 3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구 당선 6석 등 총 14석의 의석을 쟁취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적(籍)을 두고 있었지만 이들에게 “살아 돌아오라”고 다독이는 등 간접적으로 도운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더불어 홍 대표의 행동에 대해 ‘비례대표석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관점도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태극기 세력은 열성 지지자이기 때문에 유권자층으로 보면 많은 수를 차지한다”며 “(정당 투표에서) 3%만 득표해도 (비례대표가) 한두 석 나온다. (당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의원들을 모으려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당을 만들면 (보수를 지지하는) 표가 나뉠 수 있다”며 “지금 보수층은 차곡차곡 (통합을 위한) 물을 모아가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 수도꼭지를 트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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