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청의 노 재팬 배너기가 대한문 일대에 내걸리고 있다.
서울 중구청의 노 재팬 배너기가 대한문 일대에 내걸리고 있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서울 중구청이 시민들의 잇단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여행 거부를 뜻하는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이하 노 재팬)’ 배너기를 6일 오전 가로변에 설치 강행 중이다.

앞서 서울 중구(구청장 서양호)는 일본의 우리나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 제외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도심 곳곳에 노 재팬 배너기를 세운다고 지난 5일 밝혔다.

구는 오는 15일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태극기와 함께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여행 거부를 뜻하는 노 재팬 배너기를 가로변에 일제히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퇴계로, 을지로, 태평로, 동호로, 청계천로, 세종대로, 삼일대로, 정동길 등 관내 22개로에 태극기와 노 재팬 배너기 1100개가 가로등 현수기 걸이에 내걸린다.

서양호 구청장은 “중구는 서울의 중심이자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오가는 지역으로 전 세계에 일본의 부당함과 함께 이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협력·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노 재팬 배너기를 두고 시민들의 우려와 반발이 속출하고 있다. 민간인이 주도하는 불매운동에 관이 왜 개입하냐는 것이다. 관이 개입할 경우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서양호 구청장은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왜 구청은 나서면 안 되냐. 왜 명동이면 안 되냐.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지금은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라는 경제보복이 터져서 대통령조차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고, 국회에서는 지소미아 파기가 거론되고 있다”고 썼다.

이어 “이런 판국에 캠페인과 운동에 정치인과 지방정부는 빠져야 하고 순수한 민간만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이미 수많은 국민은 정치인과 150여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이 싸움을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모든 국민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서 대통령과 정부가 향후에 있을 협상과 외교에서 쓸 수 있는 카드를 여러 장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며 “그때까지 중구의 현수기는 대장기를 지키며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서울 중구청 홈페이지에 노 재팬 배너기 설치를 중단하라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사진=서울 중구청 홈페이지 캡처]
6일 서울 중구청 홈페이지에 노 재팬 배너기 설치를 중단하라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사진=서울 중구청 홈페이지 캡처]

현재 중구청 홈페이지 참여마당에는 비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무슨 인기를 끌어보려고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배너 걷기를 바랍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관 주도의 이런 짓을 바라지 않습니다”, “압도적인 비난여론에도 관의 이름·세금으로 이렇게 강행해도 되는 것이냐”, “금뱃지 달고 싶어서 이참에 이름 좀 알리고 싶으신가 보다”, “불매운동은 국민들이 알아서 잘 한다”, “일본인 관광객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등의 의견이다.

노 재팬 배너기를 설치 중인 작업자.
노 재팬 배너기를 설치 중인 작업자.

노 재팬 배너기는 사실상 중구 전역에 걸릴 예정이다. 6일 오전 11시 기준 대한문 인근에서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설치 현장을 지나는 외국인들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고 있다.

노 재팬 배너기 설치 현장을 지나던 시민 A씨는 “시민들도 불매운동에 대해 의견이 나뉘는 데, 이러한 캠페인을 관이 주도해서 나서버리면 문제가 크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B씨는 “일반인인 관광객들은 무슨 죄가 있겠는가. 민간 영역(불매운동)에 정치인이 나서지 말라. 중구 전역에 걸린 배너기를 각국 여행객들이 보면 참 좋아할 일이다”라고 비난했다.

한편 구는 6일부터 노 재팬 배너기 722개를 먼저 설치한 뒤 나머지 분량도 가로등 상황에 맞춰 설치를 계속할 예정이다. 중구청 잔디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가로등에도 모두 게시한다. 노 재팬 이미지는 지난달부터 전국적인 일본제품 불매, 일본여행 거부운동과 함께 등장했다. 배너기, 스티커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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