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대대적인 물갈이’를 공언했던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칼을 매섭게 휘두르면서 미래통합당이 풍비박산 났다. 단수 공천을 받은 이른바 ‘김형오 키즈’들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고, 향후 김형오 키즈로 불리는 인사들도 ‘단수 공천’에 내심 기대를 하고 있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초상집 분위기다. 이러한 공천을 계기로 ‘김형오 사천 논란’이 강하게 제기됐고, 공관위가 강조했던 ‘혁신 공천’ 원칙도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공천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김형오 사람들’만 혜택을 받았다는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친황계 생존율 친김보다 낮아..당내 ‘부글부글’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가 부산·울산·경남 지역 지역 공천에서 ‘대대적인 판갈이’를 해버렸다. 통합당 공관위는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이주영 국회부의장 등을 컷오프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김형오 발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통합’을 강조하는 ‘옥중편지’로 공관위의 컷오프 작업에 좀 더 자신감이 붙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당대표 출신과 국회부의장까지 내친 것은 혁신을 확보하지 않으면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생각에서 이러한 공천을 했다는 분석이다. 공관위의 이 같은 결정은 대구·경북 공천에도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황교안계 지고, 김형오계 뜬다?

그러나 통합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공관위가 혁신 공천을 했다고 볼 수 있느냐”고 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공관위원으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통합당 한 초선의원은 “일부 공관위원들이 ‘원칙’을 강조하고 있으나 보수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더구나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측근들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황교안이 지고 김형오계’가 부상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부분 경선을 치르지 않고 단수 추천되거나 전략 공천을 받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서울 강남을에 전략 공천을 받은 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사장이다. 최 전 사장은 김 위원장이 국회의장을 지낸 뒤 2012년 부산 영도에서 불출마할 때 ‘김형오 후계자’로 영입됐던 인물이다. 그러나 최 전 사장은 김무성 전 대표와의 경선에서 패배했다. 

김형오 위원장은 당시 “국회의원 한 번 더하고 그만둘 사람인지 대권을 염두에 둔 사람인지 진짜 헷갈린다”며 김무성 전 대표를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최 전 대표를 지원했다. 

경선에서 패배한 뒤 최 전 사장은 정치권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갑자기 보수의 텃밭이자 서울 핵심 지역인 ‘강남을’을 공천 받았다. 당내 활동이 전혀 없던 인물이 기존 후보들을 제치고 단독 공천을 준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최 전 사장의 공천에 적극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항간에는 ‘김 위원장의 정치적 양아들’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이언주 의원의 중·영도 전략 공천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배경을 두고 김 전 대표와의 ‘불편한 관계’나 개인적 인연에 따른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부산 중·영도 전략 공천설이 나돌았던 이언주 의원은 부산 남구을로 전략 공천을 받았다. 이 의원 공천이 논란이 되자 부산 중·영도 지역구는 추가 공모 지역으로 정한 뒤 김 위원장의 의원 시절 비서 출신인 황보승희 전 부산시의원이 후보 등록 마감 10분전에 공천 신청했다. 그 결과 황보승희 전 시의원과 강성운 전 국회의원 정책특보 간의 경선이 실시된다. 

인천 중구·동구·강화·옹진에 단수 공천을 받은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도 ‘김형오 키즈’로 분류된다. 김 위원장의 국회의장 시절 의정 공보비서관, 국회 대변인실 부대변인을 지냈다. 김 위원장을 보좌한 측근이다. 

인천 배준영, 서초 윤희숙, 이수희 강동갑 공천

배 이사장은 20대 총선에서 안상수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았으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 의원에게 패배한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관위는 안상수 의원을 인천 미추홀을로 이동 배치한 뒤 배 이사장을 단수 공천했다. 

또 지난달 영입된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는 서울 서초갑에 단수 공천을 받았다. 또 김형오 위원장에 의해 영입된 이수희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서울 강동갑에 공천을 받았다. 이 변호사는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시절 비상대책위원에 위촉됐고, 18대 총선 때 전략 공천을 받았지만 낙선한 이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공천이 확정됐다.  

김형오 위원장이 영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서울 강남갑, 김형오 국회의장 시절 대변인을 지낸 허용범 전 국회도서관장은 서울 동대문갑에 단수 공천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에서 같이 활동한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성남 분당갑에 공천을 받았다. 

반면, 황교안 대표는 공천에서 자기 사람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황 대표의 상근 정무특보인 김우석 예비후보는 서울 마포갑 경선에서 탈락했고, 유상범 전 창원지검장이 출마를 준비 중인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지역구에 대해 통합당 공관위는 추가공모를 결정했다. 그나마 황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 중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청주 상당에 단수 추천된 상황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김형오계 낙하산 부대들이 황교안 대표의 측근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지사를 컷오프함으로 인해 차기 대권에서 황교안 대표와 소장파(원희룡, 오세훈) 간의 구도를 만들어 준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 역시 “황 대표 측의 견제와 김 위원장의 사악한 속임수에 속아 낙천이 되었지만, 무엇이 홍준표다운 행동인지 며칠 숙고한 뒤 결정하겠다. 이젠 사람이 무섭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설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금 임명하면 뭐 전부 김형오계라고 하는데 저는 거듭 말하지만 (공관위) 끝나고 나면 자연인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계보가 나오지도 않았고 계보 한 사람도 앞으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런 차원에서 누구를 심고 안 심고 하는 것은 조금도 생각 안 한다고 거듭 말씀 드린다”며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 전부 이번에 배제되고 탈락했다는 사실이 저를 너무 가슴 아프게 한다. 이런 진정성 있는 공관위의 태도에 대해 봐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희생은 김형오가 가지고 갈 테니까 영광만 자유민주주의가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전략공천설, 현역들 무소속 출마

이런 가운데 공천에서 컷오프된 현역 의원들뿐만 아니라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은 무소속 출마를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관위가 대구·경북 공천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으로 컷오프하면 무소속 출마는 더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홍 전 대표는 고향으로 복귀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수의 심장인 대구지역에 무소속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태다. 

컷오프된 김 전 지사도 무소속 출마 뜻을 밝혔다. 김 전 지사는 “어차피 고향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 초심이고, 민심에 대한 약속”이라며 “민심의 공천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볼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관위의 기준에 따라 험지 출마 요구를 할 수는 있지만, 마지막에 제 목소리를 존중해 줘야 했다”며 “제가 당에서 ‘험지 전용’도 아니고 아쉬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외에도 윤상현, 이현재 의원에 이어 공천에 반발한 무소속 출마가 줄을 잇는 모양새다. 특히 대구·경북 일부 의원들은 ‘서울·대구·경북 인사들을 전략 공천’할 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대구·경북 지역에서 비공개로 신청한 인사들이 대거 전략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통합당 대구·경북 의원실 한 관계자는 “컷오프되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계획”이라며 “현역 의원들이 대거 컷오프 될 시 ‘무소속 연대’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여곡절 끝에 보수통합을 이룬 미래통합당이 공천 후폭풍으로 인해 분열될 조짐이다. 특히 무소속 출마가 속출할 경우 총선 승리를 예측하기 힘들다. 보수 표가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