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코리아’ 인수 전쟁…롯데·신세계·SK텔레콤·MBK ‘불꽃 경쟁’

이베이코리아 매각에 입찰경쟁이 뜨겁다. 유통 공룡인 롯데와 신세계가 나섰고, 11번가를 보유한 SK텔레콤까지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모펀드로는 유일하게 2015년 오프라인 빅3 중 홈플러스를 인수했던 MBK파트너스가 나서서 온라인 유통 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이베이코리아 매각에 입찰경쟁이 뜨겁다. 유통 공룡인 롯데와 신세계가 나섰고, 11번가를 보유한 SK텔레콤까지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모펀드로는 유일하게 2015년 오프라인 빅3 중 홈플러스를 인수했던 MBK파트너스가 나서서 온라인 유통 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온라인 유통 패권을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특히 최근 쿠팡이 미국 유가증권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면서 경쟁 관계에 있는 유통 대기업들이 앞 다퉈 입지 확대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대형 매물로 올라온 이베이코리아 예비 입찰에 관심을 드러내는 기업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는 이미 11번가를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을 비롯해 양대 유통 공룡인 롯데와 신세계 그리고 홈플러스 인수 후 경영 위기 타계 방안을 모색 중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MBK가 경쟁에 합류했다. 

오프라인 유통 공룡 나섰다, 신세계 vs 롯데 ‘이베이 코리아’ 인수 총공세
SK텔레콤 이어 MBK ‘너까지’…국내 온라인 유통 빅3 오를 유일무이 기회 

지난 16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예비 입찰에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SK텔레콤, MBK파트너스가 의향을 밝히면서 4파전으로 가는 양상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으나, 불참했다. 이를 두고 의외라는 업계의 반응이 나오고 있으나, 실제 카카오 측에서는 인수를 두고 여러 상황들을 타진해 본 결과 상승효과 대비 투입 비용과 다양한 요건들을 따졌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롯데·신세계 공세 나선 유통 공룡 

국내 양대 유통 강자들의 공세는 남다르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는 지난 24일 “급변하는 e커머스 경영환경 속에서 이마트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사업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리의 과업이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다”며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온라인 채널의 빠른 성장 및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나서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

강희석 대표는 이어 “온오프라인 고객 기반 확장과 유연한 시장 대응 및 사업모델의 혁신을 위해 외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도 다각도로 추진하겠다”며 “오프라인 매장 공간의 효율화로 점포 내 온라인 센터를 더욱 확대하고, 온오프라인 상품 공동기획, 라이브커머스 강화 등 유기적으로 협업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최근 신세계가 온라인 시장 절대 강자인 네이버와 2500억 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온오프라인 유통산업 분야 협력에 나선 것과 관련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앞두고도 추가적인 협력 강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대 공룡 가운데 하나인 롯데그룹도 전략적 접근에 나서고 있다.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의 수장 자리에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내정하고, 영입 절차에 들어갔다. 26일 롯데 측에 따르면 이른바 롯데맨 출신인 나영호 본부장을 후보에 올리고 검토 단계를 진행 중이다. 현재 임시경영체제에 있는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와 롯데 측은 “영입 절차 중 검토 단계”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지난 23일 열린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강희태 유통BU(Business Unit)부문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시로 밝히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1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및 R&D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브랜드 강화를 통해 차별적인 기업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에서는 절대적 경쟁 관계에 있는 신세계가 네이버와 협업에 나서고 신흥 유통 공룡으로 떠오른 쿠팡이 미국에서 상장되는 등 유통업계 환경 변화가 롯데에 강한 자극이 됐을 것이라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SK텔레콤도 MBK도 나섰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의 이베이코리아 입찰 참가를 두고 업계에서도 적잖이 놀라는 반응이다. 이미 11번가를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글로벌 온라인 유통 절대 강자인 아마존과 협업을 결정했다. 이에 SK켈레콤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롯데와 신세계를 넘볼 수 있는 거대 유통 공룡에 등극할 수도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네이버, 쿠팡과 함께 온라인 유통 3강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박정호 SK그룹 부회장 겸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25일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한 사안으로 아마존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의 예측을 가장 뒤엎은 것은 MBK파트너스의 참여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에 나서면서 국내 유통 시장을 달아오르게 한 바 있다. 당시 이마트, 롯데마트와 나란히 국내 최대 오프라인 마켓으로 빅3의 지위에 있던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는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5개의 지점을 매각하며 투자금 회수에 나선 상황.

이에 MBK파트너스가 이번 이베이코리아 예비 입찰에 뛰어든 것과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온라인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홈플러스와의 협력 구도를 만들어 온오프 확대라는 시너지를 기대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최근 김병주 MBK 회장이 올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것에 비춰 볼 때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낼 전망이다. 

만에 하나 MBK가 입찰에 성공하면 이 또한 시장에 예기치 못한 격변을 가져올 수 있다. 사모펀드가 오프라인 빅3 홈플러스 인수에 이어 온라인 빅3 이베이코리아 인수까지 성공한 것도 전례가 없지만 두 기업의 결합으로도 새롭고 낯선 공룡이 등장하는 셈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두고 국내 유통 강자들의 이런 공세를 두고 업계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 시장으로의 변화를 위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고 있다. 2019년부터 200여 개 오프라인 매장 정리에 나선 롯데가 e커머스 중심으로 전환에 나서면서 중고나라까지 인수하고 신세계가 SSG닷컴 등으로 새벽시장까지 뛰어들며 네이버와 손잡는 등 이른바 유통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이 시기를 거치고 누가 천하통일을 이뤄낼지 소비자도 업계도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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