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새로운 지도부 체제 정비를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대선 경선이 연기되지 않는 한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오는 6월 예비경선을 개최해 9월 본경선에 진출할 6명의 후보를 압축하게 된다. 일부 대선주자들은 선제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고 기선 제압에 나설 예정이다. 박용진 의원은 오는 9, 양승조 충남지사는 오는 12일 각각 출마선언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경선의 최대 쟁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강을 굳히고 경선 승리까지 이룰 것인지, 친문 진영은 대선 경선에 어떤 전략으로 임할지 여부다.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권력 쟁투가 막이 올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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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1’, 3후보는 지지율 반등 가능성 낮아깊어지는 친문 속앓이
- 이해찬.양정철, 이재명과 친문 강경파가교역할 가능성도

대선 경선 레이스의 본격적인 개막을 앞두고 여권에서는 물밑에서 치열한 권력 암투가 펼쳐지고 있다. 여권의 대권 쟁탈전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유력한 친문 적통 대선주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친문 진영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강 체제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강하게 몰아세우면서 친문 세력의 눈밖에 났다. 이후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경기도지사 경선에서는 전해철 의원과 경쟁하면서 친문과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친문, 사그라들지 않는 이재명에 대한 불신

이 지사는 이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지난 대선 경선에 대해 당시 지지도도 조금 오르고 해서 회까닥했다. 싸가지가 없었다면서 여러 차례 반성문을 쓴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 지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폭로배후로 지목되는 등 난처한 상황을 겪었다. 이 지사는 ‘LH 사태 폭로 배후설에 대해 지상최대 이간 작전이라며 사실무근임을 주장했다. 그러나 강성 친문은 이 지사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강성 친문과 친문 주류 세력의 심리에는 이 지사가 대통령 자리에 오를 경우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안위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지사가 여권 대선 경쟁 구도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분(이재명)이 계속 뜨고 있으니까 현 정권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겠지라며 현 권력에 몸담고 있는 분들도 이재명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자기들 다 쫓겨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친문 진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사후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 현 권력층들을 계속해서 케어해 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문 진영은 지금까지 이재명 지사 대항마로 이낙연 전 대표를 당대표로 밀며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추락하자 이낙연 대안카드로 제3후보를 물색해왔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으면서 대선 출마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대선 불출마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는 제3후보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김두관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거론돼왔다. 대선 경선이 임박하면서 친문 진영도 어떤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자신들이 낙점한 후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지지율 상승을 위한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쳐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를 제외한 다른 여권 주자들은 10%대 미만의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2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물은 결과 이재명 지사가 25%,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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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받는 양정철 전 원장, 뉴시스

그러나 지난해 총선 직후 40%대 지지율을 넘나들며 대세론을 자랑하던 이낙연 전 대표는 5%로 집계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와 무소속 홍준표 의원(2%), 정세균 전 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상 1%)이 그 뒤를 따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특히 민주당 대선 경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 전 대표는 물론이고 제3후보로 거론됐던 정세균 전 총리의 지지율이 반등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짧은 기간 한자릿수의 지지율이 이 지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20%대까지 상승할 수 있는 동력도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 경기지사를 두고 친문 진영의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친문 진영은 크게 세 갈래로 분화돼 있다. 우선 홍영표, 전해철 의원 등 부엉이 모임’, ‘민주주의 4.0’ 소속으로 활동한 친문 핵심 그룹과, 이해찬 전 대표가 주도하는 김태년·윤호중 의원 등의 이해찬 사단’, 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중심의 전략가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은 이재명 지사를 두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경선 연기론불 댕긴 전재수 의원 부엉이 모임

부엉이 모임출신과 민주주의 4.0’ 소속의 친문 핵심 그룹은 이재명 불가론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이들 사이에서는 경선 연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당헌 규정은 대선 180일 전에 대선후보를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선 120일 전에 후보를 선출한다.

경선 연기론은 코로나19 상황과 국민의힘의 대선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해 민주당의 대선 후보 확정 시기를 9월 초나 11월 초 정도로 미루자는 주장이 핵심이다. 국민의힘보다 먼저 대선 후보를 확정해 일찍 검증대 위에 올려 놓을 경우 그만큼 상처를 더 많이 입게 될 것이라는 논리도 포함돼 있다.

부산 친문으로 부엉이 모임’ ‘민주주의 4.0’에서 활동한 전재수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지금 국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1년 이상 치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한다면 그것은 민주당만의 리그가 될 것이라며 적어도 우리 국민 3,000만명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고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때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속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쟁하는 상대의 상황을 살피고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대선 180일 전에 이미 대선후보를 만들어놓고 국민의힘이 진행하는 역동적인 후보경선 과정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재명계인 민형배 의원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 연기는 대선 승리의 길이 아니다. 옳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경선 연기는 패배를 앞당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해찬 흑묘백묘론이재명 지원?’가교 역할은 양정철?

악수하는 이해찬과 이재명, 뉴시스
악수하는 이해찬과 이재명, 뉴시스

반면 또다른 친문의 한 축을 주도하고 있는 이해찬 전 대표는 지금까지의 언행을 고려해보면 이재명 지사를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흑묘백묘론으로 누가 됐든 대선만 이기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강성 친문은 오래전부터 이해찬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를 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왔다.

이 지사가 과거 친형 강제입원 등의 문제로 검찰에 의해 기소되자 친문 세력을 중심으로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보호막이 돼줬다. 이 지사는 당시 당원권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었고 이 전 대표가 이를 수용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전국적인 이재명 지사 지지 조직인 민주평화광장이 오는 12일 출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해찬 전 대표의 이 지사 지원설은 더욱 커졌다. 이 조직의 이름에 포함된 광장은 이해찬 전 대표가 지난 2008년에 만든 연구재단 광장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평화광장은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조정식 의원이 이끌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이 지사는 최근 이 전 대표를 자주 만나며 정치적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엉이 모임출신과 민주주의 4.0’ 소속의 친문 핵심과 이해찬 사단사이에서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양정철 전 원장이다. 양 전 원장이 최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객원 선임연구원 활동을 마치고 약 3개월만에 귀국하면서 대선 역할론이 거론되고 있다.

양 전 원장은 중립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가 이 지사와 소통하고 있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정치권에서 돌았다. 이 지사가 계속해서 1강을 유지하고 제3후보들이 지지율 반등을 이루지 못할 경우 양 전 원장이 이 지사와 친문 진영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될 경우 양 전 원장이 이재명 지사에게 충성 서약을 받아내 친문 설득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재명 지사가 계속 본선 경쟁력을 보이며 지지율 선두를 유지한다면 친문 진영이라고 방법이 있겠나라며 이재명 지사가 친문에게 충성 서약을 하는 식으로 해서 친문 세력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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