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송영길 VS ‘개혁’ 친문... 우선순위 온도차

송영길 윤호중 [뉴시스]
송영길 윤호중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정치권에선 4월 재보선 이후 여권 주류 세력인 친문이 분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재보선 이후 전당대회를 치룬 더불어민주당과 개각을 단행한 청와대 사이에 정치적 온도차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당대회 이후 구성된 새 지도부 내 노선 갈등도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내 송영길 대표를 제외한 새 지도부의 인물 면면이 강성 친문성향에 가깝다는 평가다. 반면 개각으로 교체된 청와대 인사들은 중도 온건파로 분류된다. 이 같은 상황은 향후 정국 운영과정에서 당내 또는 당·청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요서울이 여권의 친문동향을 알아봤다. 

-전문가 “재보선 참패·文지지율 30% 붕괴... 친문, 살길 모색 과정 분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투표에 참여한 169명 의원들 중 104표를 얻어 압도적 지지를 통해 당선됐다. 윤 원내대표의 당선은 민주당이 중단 없는 개혁으로 방향타를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민주당 일각에선 재보선 패배의 원인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옹호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들의 성추행 문제를 외면한 점을 들어 당 쇄신을 요구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묻히고 말았다. 쇄신에 동조했던 81명에 달하는 초선 의원들도 다수가 이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성 친문으로 분류되는 윤 원내대표는 강성 친문지지층에 대해 “당내 민주주의의 하나”라고 감싸며 “개혁의 바퀴를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검찰개혁, 언론개혁에 대한 ‘속도조절’ 요구에 제동을 걸었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의 요구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치열하게 성찰하고 민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과감하게 당을 변화시키고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윤 원내대표는 개혁을 강조하며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부동산특별위원회 설치 및 논란이 됐던 언론개혁, 검찰개혁 추진 등을 언급했다. 그는 “자동차의 앞바퀴에 민생을 걸고 뒷바퀴에 개혁을 걸고 사륜구동차가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듯이 전진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윤 원내대표는 공석이 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개혁과제 수행을 위해서는 법안의 본회의 상정 여부를 정하는 법사위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원내대표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년차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 권한이 없다”며 “더는 그 문제로 여야 관계가 파행될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윤 원내대표는 당·청간의 관계에도 “당 주도의 실질적인 당·정·청 관계를 정립하겠다”고 공언했다.

 

- 김부겸 “협치·포용, 국민통합에 더 많은 노력 기울이겠다”

한편, 국무총리에 내정된 김부겸 후보자는 윤호중 원내대표와 다소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윤 원내대표가 야권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개혁과제 달성을 강조한 반면 김 후보자는 협치 의사를 피력했다. 

김 후보자는 “협치와 포용, 국민통합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야당에 협조 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자리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힘들어하는 안타까운 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이 있는지 관계기관, 전문가와 상의해 정부의 새로운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해 통합의 정치 구현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당·정을 향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 후보자를 향해 “협치와 포용을 위해 노력하고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말씀이 말로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며 “문제는 실천이라는 점을 되새겨 달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김 후보자와 달리 여전히 개혁바퀴가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해 우려스럽다”며 “민주당이 민심에 고개를 숙이고 성찰하겠다는 반성문에 잉크도 안 말랐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치하고 포용하겠다는 김 후보자와 질주를 멈추지 않겠다는 여당 원내대표 간 불협화음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며 “독선과 전횡으로 치달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의 일방독주가 국민적 반감과 저항을 불러왔다는 점을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개각에서 협치와 소통을 염두에 둔 개각을 단행했다. 하지만 윤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개혁 속도조절론은 핑계’라고 일갈했다. 결국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 집권 후반기 당·정·청 불협화음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리고 노선차이로 인한 당내 갈등도 불거지고 모습이다. 

 

- 송영길 “백신·부동산 문제 방점 두고 특위구성 추진”

전당대회를 통해 새롭게 선출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동산·백신 등 민생 이슈를 전면에 앞세운 가운데 우선순위를 놓고 당내 노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처럼회’를 비롯한 당내 강경 친문 의원들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을 촉구하며 독자 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내에서는 민생이냐 개혁이냐를 놓고 송 대표 및 온건 친문과 강성 친문 인사들 사이에 엇박자가 연출되고 있다. 결국 정치권 안팎에선 당의 방향성과 주도권을 둘러싸고 경쟁과 갈등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가진 송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백신과 부동산 문제에 방점을 두고, 그 문제부터 우선적으로 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고 지난 6일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대변인은 “송 대표가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검찰개혁 속도 부분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안 했다”며 “검찰개혁을 빨리하자는 일부 의견이 (당내에) 있지만, 당 대표는 현재 이러한 기조로 움직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강성 검찰개혁파로 꼽히는 친문 의원들은 송 대표와 견해차를 보인다. 민생을 우선순위에 놓자는 입장에는 동의하면서도 검찰개혁도 병행해 이번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강성 친문 성향의 검찰개혁파인 김용민 최고위원이 지난 5.2 전당대회에서 최고 득표로 지도부에 입성해있는 만큼, 송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내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난 7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4.7 재보선 참패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30%대가 붕괴된 시점”이라며 “친문 내 강경파와 온건파가 정치적 살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분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생과 개혁의 우선순위 등의 노선갈등과 당내 주도권을 둘러싸고 친문 내 갈등은 더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런 갈등이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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