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거래소 실명 계좌 계약 전적으로 은행 권한
은행 계약 앞둔 거래소의 내부 단속 및 내부 정리 

가상화폐거래소들이 자체적으로 내부 단속에 나서는 등 오는 9월 종료되는 은행 실명계좌 거래 재계약 및 신규계약을 앞두고 가상화폐 업계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상화폐거래소들이 자체적으로 내부 단속에 나서는 등 오는 9월 종료되는 은행 실명계좌 거래 재계약 및 신규계약을 앞두고 가상화폐 업계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금융위원회와 은행권이 가상화폐거래소 신규 계약 및 재계약 등을 앞두고 기준 강화 및 단속을 예고 한지 한 달도 채 되기 전에 거래소들이 자체적으로 내부단속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금융위가 신고 독려를 위해 긴급 소집했던 20개 거래소를 중심으로 이런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갑작스런 거래소의 내부정리에 소비자들의 원성도 나오지만 오는 9월 마무리되는 가상화폐거래소의 은행 계약 신청 종료시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1일 업비트는 그간 거래를 이어오던 30개 종목에 대한 원화거래중지 등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 이어 코인빗은 지난 15일 밤 총 36개 종목에 대해 상장폐지 및 유의종목 결정 등을 내렸다. 

정리대상에 이름을 올린 종목들은 최대 90%까지 하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피해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SNS와 종목 토론 등을 통해 ‘예고 없는 상장폐지 결정’이라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지만 국내법상 금융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 가상화폐에 대한 거래소 결정을 두고 처벌 여부를 따질 법적 근거도 없다.   

반면 이를 두고 거래소들이 정상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간 가상화폐거래소들이 몸집 키우기 식의 무분별한 거래 종목 확대를 이어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른바 가상화폐 붐이 일면서 가상화폐거래소들이 서로간의 경쟁으로 가상화폐의 안전성이나 건전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거래가 가능하도록 상장시켜왔다는 의미다.

결국 시중은행과의 거래 재개 또는 재거래 계약을 코앞에 둔 가상화폐거래소들이 자신의 건전성 등을 입증하기 위해서 팔을 걷어 부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미 예견된 흐름이라는 분위기다.  

이는 거래소가 상장폐지 또는 거래종료 및 유의종목 지정이라는 결정을 내리며 밝힌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 역시 은행권이 7월부터 오는 9월24일까지 기한을 둔 거래소들과의 재계약 또는 신규 계약을 받아들이기 위한 조건으로 내세운 것과 같은 이유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가상화폐거래소들의 이런 상폐 결정에 대한 기준과 권한은 전적으로 거래소 측에 있다. 가상화폐거래소의 실명계좌 거래 계약에 대한 권한이 시중은행에 있는 것과 같은 것으로 비춰진다. 

반대로 은행이 거래소의 안정성과 건전성 등을 철저하게 따질 수밖에 없는 것은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투자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거래소 역시 투자자 피해를 야기할 개연성이 있는 종목을 그대로 두고 은행에 계약 승인을 요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상화폐거래소, 내부정리 속도

이는 앞서 지난 2일 금융위원회가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들의 신고 독려에 나선 것과도 관련 있다. 당시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들의 투자 안전성 확보를 위해 직접 관리 감독을 선언하고 국내 거래소 운영진들을 긴급 소집했다. 우선 소집 대상은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정식 등록 거래소 4곳을 비롯해 총 20 곳 거래소였다. 

당시 거래소들은 냉랭한 반응과 함께 눈치 보기에 바쁜 모습이었으나, 상폐 논란이 떠오르자 업계에서는 당장 거래 계약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마당에 내부 정리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시중은행 6곳 중 어느 은행과 거래 계약을 해도 무관하지만 투자자 피해에 따른 ‘독박’을 쓰기 싫은 은행 입장에서는 불안요소가 있는 거래소와의 계약을 피할 수밖에 없다. 이에 거래 계약 승인에 대한 권한이 절대적으로 은행에 있는 만큼 은행에 거래 신청서를 내밀어야 할 거래소는 ‘나부터 살자’를 선택하게 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이는 예측된 일이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들이 모두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며 “거래소들은 (은행과의 계약을 앞두고) 철저한 점검과 계약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면 영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을 뒷받침 하듯 금융위가 이달 초 호출했던 20곳의 거래소 가운데 11곳에서 내부 점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 11일 마로, 페이코인 등을 포함해 30개 가상화폐 종목을 원화거래중지 또는 투자유의 대상으로 결정했다. 업비트와 함께 정식 거래소로 등록된 빗썸, 코빗, 코인원 등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외에 중상위권 거래소인 후오비코리아, 에이프로빗, 플라이빗 등도 가상화폐 거래 종목을 줄였고, 최근 업비트가 상장폐지 통보를 내린 고머니2는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도 기각당하는 등 거래소의 내부 정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은행과의 계약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다. 

앞서 관계자는 “은행이 거래를 허용한 거래소에서 투자자 피해 등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모든 책임은 은행에게 돌아간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이들(가상화폐거래소)과의 거래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분간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의 ‘상장폐지’ 또는 ‘유의종목지정’ 등 피바람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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