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기이한 현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4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 대선 국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특이한 현상이다. 임기말 역대 대통령들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우선 친인척 비리가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폭락했다. 또한 레임덕(권력누수) 현상도 본격화하면서 미래권력인 여당 대선후보들이 현직 대통령의 탈당을 압박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민생불안과 부동산정책 대실패를 고려하면 다소 비정상적이다. 문 대통령은 30%대 중후반의 지지율로 역대 대통령 중 임기말 최고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로 45% 지지율을 기록했던 점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더구나 차기 대선을 앞두고 각종 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절반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역설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 참석해 국민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1.21.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 참석해 국민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1.21. 뉴시스

- 현직 대통령 여당 대선후보 능가하는 첫 대통령
- 코로나·외교안보 호평’ vs 부동산·민생경제 비판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은 차기 대선과도 묘한 함수관계를 갖는다. 지지율이 폭락하면 야권 차기주자들이 어부지리를 얻는다. 아무래도 정권교체 여론이 더 커지면서 집권 여당 대선후보보다는 제1야당 대선후보에게 국민적 이목과 관심이 쏠린다. 여당 대선후보의 움직임도 바빠진다.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 폭락은 대선 승리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위기탈출에 나서기도 한다.

반대로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선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정권교체 여론과 정권재창출 여론과 엇비슷해지면서 여야 후보의 선거전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야당 후보는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강조하면 현 정부 때리기에 집중한다. 여당 후보는 현직 대통령과의 지나친 차별화가 가져올 역풍을 우려하면서 자산과 부채의 동시 계승이라는 선거전략으로 선회한다. 역대 대통령 중 임기말 최고 지지율을 기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둘러싼 허와 실을 파헤쳐봤다.

레임덕없는 최초 대통령?40% 육박 안정적 지지율

문재인정부는 역대 정부 최초로 레임덕 없는 정부를 꿈꾸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임기말 안정적인 국정 마무리와 더불어 퇴임 이후 성공한 대통령으로 국민들에게 기억되는 것이 목표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종료를 6개월 가량 앞두고 있지만 과거 정부에서 되풀이됐던 대규모의 친인척 비리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지율마저 여전히 40% 안팎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문전박대 대통령을 소망한 근거다. ‘문전박대 대통령은 이 수석이 만든 신조어로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며 문 앞에 섰을 때 박수받으면서 떠나는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는 의미다.

물론 현 정부 임기 초반 촛불정부 출범에 대한 높은 국민적 기대감과 적폐청산 기조에 따른 각종 개혁조치로 80% 이상의 고공 지지율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 41%와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물론 부동산가격 폭등, 조국사태,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충돌 등 위기국면에서 지지율 폭락에 따른 조기 레임덕 우려도 나왔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대체로 40% 안팎에서 30%대 후반의 지지율은 유지했다. 때로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대화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기도 했다. 임기 초중반과 비교할 때는 지지층이 상당 부분 유실됐지만 적어도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여전히 단단한 결합한 모양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조사기관과 시점에 따라 지지율의 등락은 있지만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대체로 40%선에 조금 못미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114주차(112325)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긍정률은 37%, 부정률은 55%로 나타났다. 어느 쪽도 아님 3%, 모름·응답거절 4%였다. 직무 긍정률은 지난주 대비 3%포인트 상승했고 부정률은 4% 포인트 하락했다. 한국갤럽의 최근 지지율 흐름을 살펴보면 급등이나 폭락 없이 40%을 기준점으로 소폭의 오르내림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앞선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5~19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지난주 대비 2.2%포인트 오른 39.5%로 나타났다. 111주차 34.2%, 112주차 37.3%에 이어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 결과 역시 비슷한 흐름이었다. KSOITBS 의뢰로 지난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지난주 대비 3.7%포인트 오른 43.1%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전주보다 4.5%포인트 하락한 52.6%.

코로나 긍정, 40대 핵심지지층 유지부동산 부정, 20대이탈

한국갤럽은 전국 만 18살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평가 응답이 전주보다 4%포인트 상승한 40%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2021.08.20 뉴시스
한국갤럽은 전국 만 18살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평가 응답이 전주보다 4%포인트 상승한 40%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2021.08.20 뉴시스

역대 정부와는 다른 문 대통령의 임기말 지지율은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청와대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표정관리에 나섰지만 세간에는 믿을 수 없는 여론조사라는 불신도 팽배하다. 다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 긍정부정 평가 이유는 분명하게 구분된다.

실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부정 평가의 이유를 살펴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대체로 코로나19 및 외교안보 대응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대로 부동산 및 민생경제 현안 대처는 낙제점을 받았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직무수행 긍정평가 이유는 코로나19 대처2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외교·국제관계’ 20%, ‘복지확대’ 5%, ‘최선을 다함·열심히 한다’ 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는 부동산 정책42%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 11%,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5%, ‘코로나19 대처 미흡’ 4%, ‘북한 관계내로남불각각 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징적인 점은 부동산과 경제문제에 부정평가가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특히 부동산정책 실패는 문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한국갤럽 관계자 역시 추석 이후 줄곧 대통령 직무 부정 평가자 열 명 중 서넛이 부동산 관련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부동산투기 근절 및 가격안정을 다짐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매번 실패했다. 지난 11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부동산 문제는 제가 여러 차례 송구스럽다는 사과 말씀을 드렸다임기 중 가장 아쉬웠던 것은 역시 부동산 문제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해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줬다고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세대와 지역별로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임기초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때 60·70대 이상 고령층은 물론 정치적 불모지인 영남 지역에서도 과반 이상의 지지율이 나왔던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다만 핵심 지지층인 40대는 무너지지 않았다. 한국갤럽의 114주차 조사에서 40대 지지율은 57%로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다. 이어 3041%, 5039%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40대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과 이후 탄핵 반대, 이명박정부 시절 쇠고기반대 광우병 시위, 박근혜정부 시절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 촛불시위 등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 지지층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가장 주목할 연령대는 20대다. 18세부터 29세 구간의 지지율은 23%에 불과했다. 부정평가 또한 64%로 가장 높았다. 긍정평가는 60대 이상(31%)보다 무려 8% 포인트 낮았고 부정평가도 60대 이상(62%)보다 2%포인트 높았다.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가장 비판적이었다. 현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든든한 우군이었지만 비판적으로 확 돌아섰다.

고질적인 취업난은 물론 이른바 조국사태를 거치며 확산된 현 정권의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이미지 탓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청년관련 질문에 드디어 어려운 문제에 들어갔다청년들이 더 질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역별 지지율 또한 세대별 현상과 유사하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 텃밭인 호남에서만 유일하게 52%로 과반 지지율을 달성했다. 이어 인천·경기 42%로 나타났고 세종·대전·충청 37%로 각각 나타났다. 다만 여론의 바로미터이자 차기 대선 최대 승부처인 서울민심은 34%로 전국 평균 37%보다 3%포인트 낮았다.

이재명 차별화·윤석열 때리기 대통령지지율 유지 지속?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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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과 관련, 일각에서는 대통령 특유의 캐릭터에서 찾기도 한다. 이철희 수석은 이와 관련해 문재인 효과라는 표현을 썼다. 이 수석은 역대와는 다른 40% 안팎의 지지율과 관련, “정부에 참여했거나 지금 몸담고 있는 모든 분의 노력, 밖에서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시는 분들, 더 크게는 지지해주시는 국민들의 덕일 것이라면서 제가 가까이 모셔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 눈 안 판다. 또 부패 안 하고 권력의 단맛에 취하지 않고 오직 일만 하시는 대통령이라 국민들이 그런 점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가 싶다고 설명했다. 국정운영의 성과는 별도로 문 대통령은 착하고 바른 대통령의 이미지 탓에 국민적 기대와 평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100일 안팎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 정국에서 문 대통령의 안정적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장기화 사태 속에서 최근 확진자가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가격 안정 여부는 물론 내년도 경제상황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차기 맞대결이 치열해질수록 현직 대통령의 존재감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양측은 차기대선 승리를 위해 모든 전략과 화력을 총동원한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과반 이상의 정권교체 여론이 반전되지 않을 경우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를 통해 뒤집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다만 이 후보의 지지율이 문 대통령보다 낮다는 점에서 차별화 전략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윤석열 후보 역시 최근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나타난 잡음과 사실상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결별에 따라 지지율이 하락하기도 했다. 윤 후보로서는 정치적 위기국면 탈출과 지지층 결집을 위해 문 대통령 때리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5년 단임제 대통령제의 특성상 임기말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특히 권력의 중심축이 차기주자로 이동하면서 현직 대통령은 찬밥 신세가 된다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며 과거 몰락의 길을 걸었던 역대 대통령의 임기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국민적 비호감도가 모두 높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양강구도를 이루다 보니 문 대통령이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이 있다면서도 차기 대선구도가 본격화하면서 이재명 후보가 보다 적극적인 차별화 행보에 나서고 윤석열 후보가 대선 주도권 장악을 위해 현 정부 때리기 공세를 강화할 경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현 추세대로 퇴임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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