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20223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권교체 민심은 여전히 50%를 넘기며 들끓고 있다. 또 국민의힘 대선 경선 컨벤션 효과와 대장동 의혹 여파 등이 겹치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선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추격구도도 바뀌지 않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열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까지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추념문과 참배단 중간지점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2021.11.10.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추념문과 참배단 중간지점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2021.11.10.뉴시스

- 호남 이재명에 ‘미지근’, 윤석열 지지율은 20%대 돌파
비상 걸린 이재명 호남 없으면 민주당 없다”, 이낙연 지원 나설까

여당은 역대 대선마다 호남 플러스알파(+α)’ 전략으로 선거를 치러왔다. 전통적 텃밭인 호남의 든든한 지원을 밑바탕으로 중도층과 부산·울산·경남(PK) 등에서 표를 추가적으로 끌어오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사실상 여야 양강 대결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49 51’의 초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호남의 압도적 지지는 대선 승리의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경선 기간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가 호남 불가론이라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에 비해 영남(경북 안동) 출신인 자신이 호남 지지를 바탕으로 영남표까지 끌어올 수 있는 표의 확장성을 갖춘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해석됐다.

호남 이재명 58.1%, 윤석열 전두환 옹호발언 20.1%

그러나 대선이 불과 3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압도적 지지를 기대했던 호남 지역 민심은 이 후보에게 아직도 미지근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도 호남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2의 노풍(盧風)’과 같은 돌풍은 없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9월 치러진 전북 지역 경선에서는 54.55%를 얻어 38.48%를 기록한 이낙연 전 대표를 누르고 승리했지만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이재명 후보(46.95%)는 이낙연 전 대표(47.12%)에게 뒤졌었다.

지난 1010일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도 호남에서 이 후보에 대한 열기는 올라가지 않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조사(KSOI)TBS 의뢰로 지난 1112~13일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조사 결과, 호남(광주·전라)에서 이재명 후보는 58.1%,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0.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KSOI가 헤럴드경제 의뢰로 1123~24일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조사 결과에서는 호남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해 67.5%를 기록했고 윤석열 후보는 다소 하락해 17.1%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재명 호남지지율, 18대대선 문대통령 득표율보다 낮아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대선 당일 호남에서 9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려면 지금의 지지율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자 대결로 치러졌던 2012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에서 91.97%, 전남 89.28%, 전북에서는 86.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현재의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로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대선을 약 3개월 정도 앞둔 시점이었던 20129월 당시 갤럽 조사에서 단일화 대상으로 거론되던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호남 지역 지지율 합은 60%대였다.

그러나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의 이재명 후보에 대한 미지근한 반응은 전체 지지율에서도 윤석열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후보가 최근 거센 비판을 받았던 전두환 옹호발언에도 불구하고 호남에서 2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심상찮은 대목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결과들을 보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광주에서 7.76%, 전남 10%, 전북 13.22% 득표율을 기록했다. 다자 대결로 치러졌던 2017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득표율은 광주에서 1.55%, 전남 2.45%, 전북 3.34%에 그쳤다.

윤석열 후보의 현재 호남 지지율은 역대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의 득표율보다 높은 상황이다. 호남 지역이 민주당 후보에게 무조건 몰표를 던지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지난 대선에서도 입증됐다.

호남 무조건적 몰표 없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실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0.29. 뉴시스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0.29. 뉴시스

호남의 민주당에 대한 염증은 지난 201620대 총선 결과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안철수 후보가 이끌던 국민의당은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호남 지역구 싹쓸이를 기반으로 38석을 얻어 3당으로 원내에 진입했다.

다자 대결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호남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표를 상당 부분 잠식했다. 광주에서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은 61.14%, 안철수 후보 30.08%, 전남에서는 문 대통령 59.87%, 안철수 후보 30.68%, 전북에서는 문 대통령 64.84%, 안철수 후보 23.76%로 집계됐다.

역대 전국 단위의 주요 선거 결과를 봤을 때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이재명 후보에게 실망하거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호남 민심이 이번 대선에서도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에 지지율 20%대까지 찍은 윤석열 후보 측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 속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기조로 구()민주당계·호남 출신 인사들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최근 새시대준비위원회위원장으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영입했다.

지난달 말 호남의 중진 정치인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윤석열 후보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윤석열 후보는 전두환 옹호발언 사과를 위해 지난 1110일부터 12일 일정으로 광주·전남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호남 지역 지지표 끌어모으기에 비상이 걸렸다. 이재명 후보는 1126일부터 나흘간 전국 민심 투어를 위한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타고 호남 곳곳 순회에 나섰다. 이 후보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를 출발지로 전남 신안과 장흥, 여수, 광주 등을 방문했다. 이 후보는 본격적인 호남 일정에 앞서 지난 1125일에도 전두환 씨 사망 당일 생을 마감한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이광영 씨의 광주 빈소를 방문해 조문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목포 동부시장을 방문해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이 없다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개혁은 호남에 빚을 지고 있다. 호남은 앞으로도 역사가 뒤로 후퇴하지 않도록 책임져줄 것이다. 여러분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나라는 과거로 돌아간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호남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 측도 이낙연 전 대표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호남의 선택은? 초조한 이재명, ‘영끌 중윤석열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재명 후보의 () 측근인 강훈식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매타버스 타고 주말마다 지난주에 충청, 그 전에는 부산, 울산, 경남을 가고 이번 주는 호남을 가는 것은 절박한 마음으로 민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호남 방문에 이낙연 전 대표가 출연할 계획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아마 다른 일정이 있으신데 우리 이낙연 전 총리님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그건 부인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은 한 언론을 통해 이낙연 전 대표는 이번 주말 충청, 경남 지역 일정이 있다. 호남 방문 계획은 전혀 없다라며 호남에서 이재명-이낙연 만남가능성을 부인했다.

한편 민주당 일각에서는 현재 호남 민심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지만 결국 대선이 가까워지면 질수록 호남은 이재명 후보에게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호남 지역 정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아직 경선 후유증이 남아 있지만 호남 민심은 윤석열 후보에게 가지 않고 시간이 흐르고 대선이 다가올수록 결국 이재명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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