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안 미흡, 국민 우려 많다” 최고위서 제동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하은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하은 기자]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여야 합의안에 대해 재논의를 진행하기로 25일 결정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중재안에서 공직선거범죄와 공직자범죄에 대한 부분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것에 국민들의 많은 우려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그것을 바탕으로 재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오늘 최고위원회의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했다.

앞서 여야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 절차 강행을 두고 대치하던 중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합의를 이룬 바 있다. 검찰이 가진 6대 수사권 중 부패‧경제 범죄 수사권만을 한시적으로 유지하고 나머지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이 중재안의 골자다.

여야의 협상이 이뤄진 지 사흘 만에 합의를 뒤집는 입장이 나오면서, 여당의 반발은 물론 법안 단독 처리 강행 가능성까지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합의 파기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의힘이 재논의를 선택한 것은 합의안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법안에 대한 여야 합의 내용이 전해진 직후, 법조계와 국민의힘 지지층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검찰 수사권 폐지를 한시적으로 유예했을 뿐, 사실상 민주당 측이 강행하려던 원안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나서 선거와 공직자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데 합의한 것을 두고도 이해충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찰은 여야 합의에 반발해 지휘부가 일제히 사의를 표명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등 고검장 6명 전원과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가 일괄 사표를 냈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지난 17일에 이어 두 번째로 사표를 내고 이날(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재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협상을 주도한 권성동 원내대표를 향한 비난 여론이 형성됐고, 당내에서도 이견이 표출됐다. 

인수위에서도 중재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여야의 합의에 대해 “정치인들이 스스로 정치인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해상충 아니겠나”고 비판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일련의 과정을 국민들이 우려하는 모습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며 에둘러 의사를 전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도 중재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하은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하은 기자]

비판이 거세지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합의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는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여러 법률가들과 이번 검찰청법‧형사소송법 논의에 대한 자세한 의견을 수렴했다”며 법안에 우려를 표하는 여론에 타당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 논의가 의원총회에서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추진은 무리”라며 재검토를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한동훈 후보자와도 소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중재안을 이대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최고위의 결론이다”며 “주말 사이에 여론의 반응을 보지 않았나.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해서 검찰 쪽은 물론 중도층도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실패한 합의라 보고 재논의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와 한 후보자 간 의견 교환에 대해서는 “한 후보자와는 법조계의 한 사람으로 소통한 것”이라며 “검찰 쪽의 사정에 밝아 의견에 신빙성이 있고, 또 법무부 장관이 될 사람이라 의견을 수렴한 것이다”고 했다. 

협상을 이끌었던 권 원내대표는 거센 반발 여론에 지난 23일, 24일 이틀 연속 사과한 데 이어 이날(25일)은 재검토 방침에 힘을 실었다. 그는 “원래 부패‧경제‧선거‧공직자 범죄 4가지를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하자는 것이 당의 입장이었는데, 민주당 측이 그렇게 해서는 설득이 어렵다고 해서 2개 범죄를 제외시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한 뒤 “정치인의 선거범죄나 공직범죄에 대해서 야합을 한 것이 아니냐는 국민들의 여론이 많고, 그런 오해를 만들게 된 것은 정치권의 책임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민주당도 좀더 열린 마음으로 재논의에 응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 측 입장 변화가 여야 재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합의 번복을 시사한 데 대해 강력 반발하며 법안 처리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하는 즉시 검찰개혁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정의당도 국민의힘 측 중재안 재검토 입장에 대해 “검찰개혁을 거부하는 몽니”라며 비난에 동조하고 있어, 여야 간 재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은 요원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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