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 77%가 검찰 수사권 규정
‘수사‧기소 분리 세계적 추세’ 주장은 거짓 

[팩트요약]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 표결로 통과시킨 민주당은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한 국민의힘 측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도 회기 쪼개기로 무력화시키며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전 법안 공포까지 마친다는 계획 하에 속도전에 나선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고 기소권만을 남김으로써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주장의 근거로 ‘세계적 추세’를 내세운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대다수의 국가들이 수사 기관과 기소 기관을 따로 두며 검찰에 수사권을 부여하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법안 추진의 근거로 삼은, ‘수사‧기소 분리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을 본지가 검증해 봤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검증 대상]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수사전담기관과 기소전담기관의 분리는 대한민국의 오랜 숙제고 세계적인 추세”라고 했다.
  
같은 당 황운하 의원은 지난달 1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법안에 대해 “영국, 미국 등 선진국처럼, 문명국가, 법치국가, 그런 나라들처럼 수사는 경찰이 하고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는 것으로 정상화하는 것이고 선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2월 24일에는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세계 어느 나라도 직접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행사하는 검찰은 없다”고 했다.

[검증 내용]
박홍근 원내대표는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의 분리를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한다. 또 황운하 의원의 주장을 정리하자면 선진‧문명‧법치 국가에서는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고, 검찰이 수사권을 전면 행사하는 국가가 한국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두 의원들의 주장과 달리, 다수의 국가에서는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 

2017년 발행된 학술지 ‘형사사법의 신동향’에 발표한 논문(이른바 ‘수사와 기소 분리론’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과 비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당시 기준, 현 37개국) 중 77%에 해당하는 27개국이 검사의 수사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국가는 8개국에 불과했다.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등이고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속했다. 검사가 수사지휘권을 갖는 국가는 28개국으로 80%에 달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미국에서 수사는 경찰이 하고 기소는 검찰이 한다는 황 의원의 주장도 사실과 달랐다. 

한인 출신 검사들로 구성된 비영리단체 한인검사협회(KPA)는 지난달 26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 대한민국 입법부에서 추진 중인 검사들의 수사권한을 완전히 박탈하고자 하는 법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위 법안을 지지하는 근거 중 하나로 미국 검사들은 오직 소추권한만 있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전 수사를 할 권한은 없다는 주장이 제시되는데 이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미국의 경우, 검사의 수사권한은 정부의 모든 단계 (연방·주·지방정부)에서 확인된다”고 했다.

협회는 지난 2017년 발간한 ‘영미법계 국가의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운영실태’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언급, 미국 연방검사장이 연방범죄와 관련한 포괄적인 권한을 보유하고, 연방검사는 범죄로 의심되는 혐의를 수사할 권한과 수사를 개시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그 내용을 설명했다. 또 주 정부 단계에서도 법무부가 소추권한과 복잡한 범죄를 수사할 권한도 보유하는 경우가 있으며, 카운티 단계에서도 지역 지방검찰청의 수사권한이 다양한 형태로 구현된다고 했다. 한 예로 공무원 부패사건의 경우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지방검찰청 수사과가 모든 수사 기능을 담당하고, 해당 공무원의 관할지역 수사관들은 어떠한 형태로도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회는 “미국의 검사가 수사기능과 권한을 갖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이런 수사기능은 정의, 범죄 억제 및 공공의 안전이라는 우리의 공통 목표를 추구함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했다.

미국 검사가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황 의원 자신이 작성한 논문 내용으로도 확인된다. 황 의원이 2012년 작성한 성균관대 박사학위 논문 ‘영장청구권에 관한 연구’에서는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미국, 영국 6개국의 검사의 권한을 비교하는 표가 소개된다. 각 국 검사의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등을 O‧X로 표기한 표에서 황 의원은 미국 검사의 수사권과 자체수사력 항목을 O로 표기했다. ‘자체수사력’ 항목에는 각주를 달아 ‘자체수사력의 구분은 검찰이 수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사권을 가진 자체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실제 어느 정도 독자적으로 수사를 수행하고 있는지를 고려하였음’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결국 황 의원 스스로 미국 검사가 수사권은 물론 독자적인 자체 수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검증 자료]
- ‘이른바 ‘수사와 기소 분리론’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과 비판‘ 논문
- 한인검사협회(KPA) 성명
- 중앙일보 보도 참고

[검증 결과]
신태훈 검사의 논문 ‘이른바 ‘수사와 기소 분리론’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과 비판‘에 따르면 당시 2017년 기준 OECD 35개국 중 27개국이 검사의 수사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수사기관, 기소기관 분리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박홍근 원내대표 발언과 “세계 어느 나라도 직접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행사하는 검찰은 없다”는 황운하 의원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해당 논문에서는 미국 역시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국가 중 하나로 소개된다. 한인검사협회(KPA)에서는 성명서를 내고 협회의 ‘영미법계 국가의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운영실태’ 연구 보고서 내용을 통해 미국 검사가 수사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황운하 의원이 2012년 작성한 성균관대 박사학위 논문 ‘영장청구권에 관한 연구’에서도 미국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에서는 수사는 경찰이 하고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는 것’이라는 황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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