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과 불편 감수하면서도 ‘쉬쉬하는’ 주민들의 속내는

좌측의 이수교 KCC 스위첸 주차장 출/입구를 최근 완공된 이수스위첸포레힌즈 아파트 출구로 나온 차량들이 가로질러 지나다닌다. 해당 출입구는 주민들도 보행 통로로 쓰고 있어 안전사고에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설계도를 승인해준 동작구청이 제대로 심사를 진행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이창환 기자]
좌측의 이수교 KCC 스위첸 주차장 출/입구를 최근 완공된 이수스위첸포레힌즈 아파트 출구로 나온 차량들이 가로질러 지나다닌다. 해당 출입구는 주민들도 보행 통로로 쓰고 있어 안전사고에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설계도를 승인해준 동작구청이 제대로 심사를 진행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KCC아파트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아파트로 진입하는 인도가 끊겨있는가 하면, 두 곳 아파트의 주차장을 드나드는 차량의 입출구가 겹치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문제가 최근 준공을 하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꾸준히 제기됐다는 데 있다. 불편은 감수할 수 있으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관할 관청인 동작구청이 뒷짐지고 있는데도 주민들은 크게 항의하지 못해 일요서울이 현장을 나섰다. 

동작구, 안전사고 발생 위험 ‘방치’…2개 아파트 각각 주차장 ‘출입구’ 겹쳐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부지는 도시 철도용으로만”… 인도 설치 공사 중단

동작구 동작대로 43길 인근에 있는 두 곳 아파트, 이수교KCC스위첸(스위첸 1차)과 이수스위첸포레힐즈(스위첸 2차)의 주차장 주 출입구가 겹치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스위첸 1차 아파트만 완공하고 주민들이 입주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아파트 측에서는 주차장 출입구 옆에 경비실을 마련하고 차량의 통행을 통제할 수가 있었다. 

1) 동작구가 승인한 설계 첫 번째 의문, 주차장

하지만 올해 스위첸 2차가 바로 이웃에 들어서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스위첸 2차 주차장에서 차량이 출구로 나갈 때 스위첸 1차의 입구와 출구를 모두 가로질러야 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처음에는 스위첸 1차에 속한 경비업무 담당자가 교통 통제를 했으나, 새로 들어온 스위첸 2차의 입주민이 2배나 많기 때문에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아직 입주가 마무리 된 것은 아니지만, 스위첸 1차는 총 178세대인데 비해 스위첸 2차는 366세대 아파트로 규모가 훨씬 크다. 비단 차량 통행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보행자의 출입구가 멀어 해당 스위첸 1차 주차장 입출구로 주민들이 걸어서 통행하고 있기 때문. 

스위첸 1차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취재진에게 “모든 요건이 불편할 수밖에 없도록 돼있다”라면서 “걸어서 정문으로 정상 출입을 위해서는 산으로 막혀있는 서쪽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멀리 돌아가는 불편을 피해 위험을 감수하고 주차장 입출구로 통행하고 있었는데, 스위첸 2차의 주차장 출구가 바로 옆에 생기면서 더욱 큰 위험에 노출되게 됐다. 해당 아파트 서쪽 출구는 동작동 현충원을 둘러싼 서달산 자락으로 이어진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양 아파트 사이의 주차장 입출구와 출구가 겹치는 문제는 개선 사항”이라면서도 “주민들의 민원 제기가 있으면 해당 문제와 관련 다시 들여다보고 교통영향 평가 재심의를 거쳐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요서울이 ‘최초 설계 시 문제 여부 예측할 수 없었나’에 대해 질의한 데 대해서는 “그 부분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지하철 부지에 인도 공사를 하겠다는 설계도. [이창환 기자]
지하철 부지에 인도 공사를 하겠다는 설계도. [이창환 기자]

2) 동작구가 승인한 설계 두 번째 의문, 지하철 부지

스위첸 2차 아파트로 주민들이 걸어서 진입할 수 있는 도로법상 인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주민들은 입주를 시작했고, 어린이집과 함께 절반 가까운 가구가 들어서면서 유동 인구는 1000여 명을 넘어서지만 아파트에서 외부로 이어지는 인도가 없다. 바꿔 말하면 외부에서 안으로 연결된 인도가 없다. 

즉 그냥 차량이 다니는 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야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 옆 도로나 주변 부지는 사도로 소유주와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 이에 차량마저 쉽게 드나들지 못하고 있다. 스위첸 2차 주차장 밖으로 차량이 빠져나오면 좁은 틈을 통해 인근 도로에 진입해야 하므로 차량과 보행자가 뒤엉켜 드나드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런데 해당 아파트 앞에는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인도를 설치하는 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채 칼라콘(차량꼬깔)으로 막아뒀다. 확인 결과, 해당 부지는 4호선 지하철이 동작역에서 이수역으로 들어가는 터널의 지붕에 해당하는 위치로, 서울교통공사 소유지였다. 그러면 주민의 안전을 위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매입해 사용할 수는 없을까.

일요서울은 서울교통공사에 해당 부지를 필요에 따라 ‘매각 또는 조건부 임대’가 가능한 지 물었다. 서울교통공사 홍보실에서는 총무처를 통한 공식 답변을 했다. “해당 부지는 일반 도로용도로 사용할 수 없고 도시철도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 부지”라며 “능동적으로 매각을 하거나 그런 (임대 등의)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는 토지다”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 한 주민은 “서울교통공사도 해당 부지가 스위첸 2차 설계도면에 어떻게 인도로 사용하도록 설계돼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한 설계가 그렇게 됐다하더라도 동작구에서 사용이 가능한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어떻게 설계 허가를 내줄 수 있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3)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주민들이 참는 이유?

그러면 주민들은 왜 동작구나 주택조합, KCC 등에 항의하지 않는 걸까. 아파트로 들어가는 인도는 끊겨있다. 또 도로는 최초 설계도상에 그려진 것보다 폭이 절반으로 줄었다. 도로가 좁아지니 소방차 전용주차장은 도로가 아닌 인도에 설치됐다.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도로를 점거한 소방차에 의해 차량들이 대피할 길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도에 소방차 주차장을 설치해야 하는 조건인데도 주민들은 큰 소리를 내고 있지 않다. 건축 관련 취재를 다니다 보면 주민들이 불편 사항에 대해 관할 관청이나 조합에 적극적으로 민원을 제기한다. 하지만 동작구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로부터는 간혹 한 두건씩 불편 사항을 두고 민원이 제기되기는 하나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

앞에 만났던 A씨는 취재진에게 “정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일이다. 아무리 불편해도 그걸 참을 수 있는 것은 아파트 가격이 엄청 올라서 그럴 것”이라며 “아파트 가격이 최근 2배가 넘게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편과 위험이 돈으로 덮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동작대로에서 스위첸 1,2차로 들어서기 위한 (설계도상) 최초 도로는 사유지를 편입시켜야 한다. 동작구재건축주택조합과 KCC 및 동작구 등이 해당 부지를 내놓고 있지 않은 사도 소유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를 결정했다. 이후 동작구는 사도 소유주를 사도법 관련 동작경찰서에 고발 해둔 상태. 도로로 쓸 수 없다는 의미다. 

조합과 KCC건설 및 동작구는 도로 이용 불편이나 위험, 그리고 인도 설치 지연 등 책임이 사도 소유주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원은 사도 소유자의 손을 들었고, 동작구는 해당 아파트 건축에 앞서 사도와 지하철 부지가 편입된 설계도를 사도 소유주와 서울교통공사와의 논의나 통보 없이 허가한 바 있다. 사도 소유자는 동작구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인도 설치 공사가 중단된 채 수 개월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해당 부지는 서울교통공사의 소유지로 도시철도용도로만 쓰일 수 있다. [이창환 기자]
인도 설치 공사가 중단된 채 수 개월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해당 부지는 서울교통공사의 소유지로 도시철도용도로만 쓰일 수 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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