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조합 측 항고 부적법해 각하”결정 

인도가 없는 아파트 입구. [이창환 기자]
인도가 없는 아파트 입구.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서울시 동작구 재건축 아파트를 둘러싸고 재건축조합과 시공업체인 KCC건설 그리고 해당 아파트 진입로와 이어진 사유지 소유주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KCC건설과 조합 측은 사도에 구조물을 설치한 사도 소유주를 상대로 통행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다시 항고에 나섰지만 부적합한 이유로 각하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신규 입주민들만 통행의 불편을 감수하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심 패소 즉각항고서 제출하고도 ‘이유서’ 기일 넘겨버린 조합과 KCC건설
2심 법원 ‘이상한 판결’ 각하 아닌 각하…사도 소유주 “정시개판으로 가자”

동작구 이수교 KCC 1차와 2차 아파트는 지난해 완공됐고, 올해 들어 주민들의 입주가 이어지면서 544세대 가운데 3분의 2이상 주민들이 입주를 마쳤다. 문제는 아파트는 완공이 됐지만 아파트로 진입하는 도로 주변이 대부분 사도인데, 사전에 소유주에게 매입 의사를 밝히거나 사용 의사 등의 통보도 없이 동작구가 아파트 건설을 허가해 준데서 비롯됐다. 

이에 아파트 건설 허가 후, 땅이 패고 흙더미가 쌓이는 중에 해당 사실을 파악한 소유주가 권리 회복에 나서면서 다툼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사도 소유주는 기존에 있던 주변 빌라 및 다가구 주택 주민들이 도로로 사용하는 곳을 기준으로 아파트 건설 현장과의 경계를 구분 지었다. 

조합이나 KCC건설은 사도 소유주가 나타났음에도 해당 도로에 대한 매입을 위한 논의도 거치지 않았다. 동작구청은 일요서울에 조합과 건설사가 논의에 나섰으나 사도 소유주의 주장에 맞춰줄 수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실제 조합 측이나 KCC건설 등이 매입이나 기부 등을 두고 적극적인 논의를 펼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조합과 KCC건설 측은 동작구청의 허가대로 공사를 마무리 지었고, 사도 소유주는 경계에 볼라드 등의 구조물을 설치하며 경계를 더욱 뚜렷이 했다. 양측의 대립이 진행되는 동안 동작구는 구조물에 과태료 처분을 내렸고, 전혀 양측의 대립 중간에서 중재나 갈등을 봉합할 의사는 없어 보였다. 

완공된 아파트 ‘진입로’가 아직도 ‘위험한’ 공사현장

일요서울이 찾아간 현장에서 주민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없었다. 설계도상 도로나 인도가 전혀 완성돼 있지 않았다. 완공된 아파트와 마무리되지 못한 도로 사이를 오가는 어린 아이들은 물론이고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는 주민이나 어린이집을 오가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있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주변 환경에 바짝 긴장해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동작구는 취재진에게 “도로 이용 불편이나 위험, 그리고 인도 설치 지연 등 책임이 모두 사도 소유주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동작구는 해당 아파트 건축에 앞서 사도와 서울교통공사 소유의 지하철 부지가 편입된 설계도를 사도 소유주와 서울교통공사와의 논의나 통보 없이 허가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파트 건설을 허가할 당시 사도 소유주가 나타나지 않았고, 기존에 (다른 용도의) 도로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승인에 문제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사도 소유자는 KCC건설이나 조합과는 별개로 동작구를 상대로 ‘사업시행인가 무효 확인’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교통공사 소유지는 조합이 중간에 일부 매입했다. 

이런 가운데 1심 재판부는 조합과 KCC건설이 볼라드 등 구조물 철거를 위해 제기한 통행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사도 소유주가 점거하고 있는 부지를 피해도 드나들 수 있는 통로와 공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편은 여전하다. 주민들이 더 편리하게 출입하고 차량들이 안전사고의 위험 없이 드나들기 위해서는 조합과 KCC건설 측이 사도를 반드시 편입시켜야 한다. 

결국 아파트 공사가 결정되기 전에 동작구가 해당 사도를 두고 어떤 판단도 없이 건축허가를 내려준 데 잘못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동작구는 조합 측의 입장에 있어 보였다. 사도 소유주 A씨가 아파트 건설 공사 중 자신의 소유권 주장을 위해 소유지에 설치한 볼라드 등의 구조물에 과태료를 부과해도 철거하지 않자 직접 교통방해 등의 이유로 동작경찰서에 고발했다. 

이 일로 A씨는 자신이 설치한 구조물로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했고 자신이 왜 이렇게 했는지에 대한 해명까지 해야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 A씨에 대한 조사 결과 서울동작경찰서는 지난달 12일 일반교통방해와 관련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가처분신청은 이제 그만, 본안 소송에서 다투자

2심 재판을 앞두고는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1심에 패소한 조합과 KCC건설 측이 즉각 항고의사를 밝히고도 항고이유서를 정해진 기일 이내에 제출하지 않았던 것. 1심 결정이 내려진 지난 3월4일을 기점으로 정해진 기일보다 10일이나 지나버린 4월12일에 이유서를 제출했다. 

이에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이상한 결론을 내렸다. “제1심 결정 중 대체집행 및 간접강제 신청을 기각한 부분에 대한 채권자들(조합 및 KCC건설)의 항고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1심 결정 중 구조물 철거와 통행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해서는 항고 일부를 받아들여 1심 결정 중 위 기각 부분을 취소하고 가처분을 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즉시항고의 이유서를 정해진 기간 안에 제출하지 않으면 원심법원은 즉시 항고를 각하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각하하지 않고 사건을 송부한 경우에 항고법원은 즉시항고를 각하해야 한다(대법원 2011.4.26.자 2010마1982결정 참조)”며 각하 결정을 내렸던 것. 결국 서울고등법원이 내린 판단은 각하지만 각하가 아닌 결론이 됐다. 

이에 A씨는 지난 15일 조합과 KCC건설을 상대로 서울고등법원에 제소명령을 신청했다. 가처분신청으로 인한 대체집행이나 간접강제를 하고자 한 데 반해 정식재판으로 시비를 가리자는 의미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1일 해당 신청에 대해 인용하고 조합과 KCC건설에 제소명령을 내렸다. 조합 등은 이로부터 2주 이내에 결정을 법원에 답해야 한다. 

A씨는 취재진에게 “동작1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KCC건설 등이 단순히 통행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이 아니라 정식 재판을 제기하기를 바란다”라며 “제가 설치한 구조물 철거에 나설 것이 아니라, 아파트 건설을 위한 모든 과정을 두고 본안 소송으로 진행해서 적법절차를 모두 다퉈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안소송으로 진행하게 되면 동작구가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나오게 될 공산이 크다. 해당 시공 건에 대해서 동작구가 사도 소유주를 확인하지 못한 채 그대로 해당 사업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두고 재판부가 타당성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 이어질 행정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주택재건축조합과 KCC건설 등의 항고가 부적법하다며 각하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 사도 소유주는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을 통해 조합 측으로 정식재판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아울러 동작경찰서는 사도소유주 A씨가 사도에 볼라드 등 구조물을 설치한 것을 두고 교통방해 관련 동작구가 고발한 내용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 [이창환 기자]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주택재건축조합과 KCC건설 등의 항고가 부적법하다며 각하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 사도 소유주는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을 통해 조합 측으로 정식재판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아울러 동작경찰서는 사도소유주 A씨가 사도에 볼라드 등 구조물을 설치한 것을 두고 교통방해 관련 동작구가 고발한 내용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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