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소에도 ‘구조물’ 치우라며 항소 나선 조합과 KCC건설

주민이 지나다니는 길 좌측의 철로 보호벽이 있다. 동작구는 이를 설계도상 도로로 두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설계도를 허가했다. 다만 조합과 KCC건설 등은 동작구가 허가했기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창환 기자]
주민이 지나다니는 길 좌측의 철로 보호벽이 있다. 동작구는 이를 설계도상 도로로 두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설계도를 허가했다. 다만 조합과 KCC건설 등은 동작구가 허가했기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동작구재건축주택조합과 KCC건설이 동작구에 새로 지은 재건축 아파트를 둘러싸고 아파트 출입구 앞 사도 소유주(땅 주인)와 소송 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동작구가 사도 소유주 유무를 명확하게 확인하지도 않고 조합과 건설사의 설계도대로 건축 허가를 내주면서, 착공 후 나타난 사도 소유주와 힘겨루기까지 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2심 재판부가 조합과 건설사 측에 ‘석명준비명령’을 내렸으나 답변 가운데 의심스러운 정황이 나타나 일요서울이 확인에 나섰다. 

2심 재판부, 의심스러운 정황 포착했나…조합 측에 ‘석명 준비 명령’ 내려 
사도 소유주, 동작구 상대 행정 소송 중…서울시 간과했던 정비 계획 발견

이수교KCC스위첸 아파트 1차는 178세대, 분쟁의 중심이 된 2차는 366세대로 두 아파트를 합치면 544세대가 거주한다. 1차는 입주가 거의 완료됐고, 2차도 3분의 2가량 입주를 마치면서 현재 400세대 이상의 주민들이 해당 지역을 지나다니는 상황이다. 다만 해당 지역 출입구 통로가 협소해 차량과 사람이 동시에 드나들면서 안전사고의 위협까지 도래하고 있다. 그럼에도 동작구는 분쟁 해결에 나서기보다 사도 소유주를 향한 고발과 과태료 부과 등으로 대응하고 있어 주민들의 지속적인 불편이 우려되고 있다. 

첫 번째 의문, 철로가 아파트 통로?

특히 지난 5월30일자 일요서울(제 1465호)에서 지적한 바 있는 조합의 아파트 설계도상 철도 부지의 활용에 대한 지적과 관련 새로운 문제가 제기됐다. 사도 소유주 측에 따르면 앞서 조합과 KCC건설 측은 동작동 77-6번지(철도부지) 일부를 설계도상 도로로 사용했고, 이를 도시계획도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사업시행인가를 얻어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해당 부지는 현재 4호선 지하철이 지나다니는 길 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미 다른 용도로의 편성은 불가능한 곳이었다. 사도 소유주 A씨는 일요서울에 “해당 지역은 4호선이 들어서면서 오래전부터 지하철이 지나다니는 곳으로, 공중으로 지나다니지 않는 이상 아파트로 들어가는 도로로 사용될 수 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서울이 해당 부지를 방문해 살펴본 결과, 철로 보호벽이 설치돼 그 위로 지나간다고 우길 수도 없는 곳으로 확인됐다. 그러면 이를 포함한 설계도면에 대해 어떻게 동작구는 허가를 내줄 수 있었던 걸까. 조합 측과 KCC건설은 ‘동작구가 허용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동작구에 있는 셈이다. 

주민 안전을 담보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나 동작구는 사도 소유주에게 과태료 때리기와 경찰 고발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주민 안전을 담보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나 동작구는 사도 소유주에게 과태료 때리기와 경찰 고발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두 번째 의문, 동작구 앞서 서울시 실수?

앞서 2012년 1월 해당 지역을 정비(재건축 등) 구역으로 정하고 정비 계획을 세웠던 도시계획시설 결정에서 서울시가 해당 토지가 사도법상 사도임을 간과하고 정비 구역상의 토지들과 함께 포함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A씨가 동작구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시행인가 취소 소송’을 위한 준비 과정 중에 확인된 사항이다. 결국 조합은 서울시가 이를 간과해 세운 정비 계획에 맞춰, A씨 소유의 사도가 포함된, 해당 정비구역에 대한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했다.

결과적으로, 이 과정에서 조합과 KCC건설은 A씨 소유의 사도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하는 계획 및 차도를 설치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동작구는 이에 대한 상세한 확인도 없이 인가해줬다. 사도 소유주 A씨가 행정 소송을 진행하지 않았더라면 확인 할 수 없었던 내용이다. 

서울시의 권고 이를 무시한 동작구

앞서 일요서울은 지난 5월 서울시에 해당 분쟁에 대한 해결 방안을 물었다. 이에 서울시는 문제 해결에 동작구가 적극적으로 나서길 권고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분쟁 관련) 개선을 위해 동작구에 적극적으로 대안을 요청했다”라며 “향후 준공이 되고 나서라도 사유지 확보를 위해 방안을 마련하라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관련 해당 지역의 교통영향평가를 완료한 보완서에서도 이를 포함한 내용을 적시했다”라며 “(서울시가 명령 등) 직접적인 권한은 없으나, ‘동작구에는 일부 금액을 예치하고 토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세우라’는 조언도 했다”고 덧붙였다.

즉 서울시는 이런 종류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공사 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민원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지만 동작구청과 조합 등은 이를 설명한 ‘심의 의결 보완서’에 확답을 하고도 이행하지 않았다. 

사도 소유주는 스위첸 아파트 진입로 중 자신의 사유지에 차량 통행은 막고 주민들의 통행만 가능하도록 볼라드(차량 진입 방지 말뚝)를 설치했다. 이에 조합과 KCC 건설은 이를 철거시키고자 ‘통행방해금지가처분’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볼라드를 피해서도 충분히 차량이나 주민들이 지나다닐 수 있다는 것.

이에 조합과 KCC건설은 사도 소유주와 합의에 나서기보다 항소하기에 이르렀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석명준비명령’을 내려 조합과 KCC건설에 “구조물(볼라드)이 없는 경우의 아파트 단지 내 도로와 공로를 잇는 통행로의 폭 및 측정 결과에 대한 소명 자료 제출”을 명했다. 

오는 9월 초에 2심 재판의 결과가 예정된 상황에서 A씨는 취재진에게 “아무리 봐도 의심스러운 동작구의 허가 및 조합과 KCC건설 등의 마무가내식 우기기”라며 “조합 측이 항소를 제기한 2심 재판도, 우리가 동작구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 소송에서도 결국은 승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CC건설 측은 취재진에게 해당 소송을 두고 “건설사 입장에서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라면서 법정 다툼에서도 KCC건설이 건설사 지위에서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조합과 함께 대응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1차 소송에서 패소한 것도 볼라드를 치워 달라는 것이지. 도로를 어떻게 하자는 내용은 아니었다”라며 “동작구청이나 조합과 사도 소유주가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로서 입장을 드러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2심이 결과를 앞두고 있으나, 어느 쪽이 패소하더라도 이에 불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동작구나 서울시가 나서서 간과했던 최초 정비 계획상 오류를 시인하고 주민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민 안전을 담보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나 동작구는 사도 소유주에게 과태료 때리기와 경찰 고발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주민 안전을 담보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나 동작구는 사도 소유주에게 과태료 때리기와 경찰 고발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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