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규정 정비 선언한 혁신위에 당내 반발
친윤계vs이준석 설전…차기 당권 둔 조기 권력 투쟁 관측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국민의힘이 혁신위원회 출범을 둘러싸고 당내 반발이 돌출되며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압승을 거둔 6.1 지방선거 다음날인 지난 2일 이준석 당대표 주도로 혁신위를 띄우며 ‘개혁 이슈’ 선점에 나섰다. 그러나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당내에서 이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혁신위에 대한 반발은 ‘친윤계’로 꼽히는 당내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정진석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혁신·개혁·변화도 중요하겠지만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 또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그 와중에 이준석 당 대표가 제대로 중심을 잡았느냐.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고 이 대표를 저격했다.

8일엔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혁신위 구성에 대해 “구성도 일단 두 분이 나오는데 이준석 대표와 아주 가까운 분들인 것 같다”며 “최재형 위원장, 천하람 위원으로 보면 이준석 혁신위로 시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혁신위 출범에 대해 “조금 성급했다는 측면이 있다”고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 대표도 밀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향한 비판이 제기된 지난 6일 즉각 자신의 SNS에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라는 짧은 글을 올리며 응수했다. 

공천 과정과 혁신위 구성을 문제삼은 정 의원의 주장에도 반박을 내놨다. 그는 8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는 제가 최재형 위원을 추천한 것 외에 정진석 부의장께서 전원 선임하셨다”며 “공관위 과정 내내 최재형 의원과 저는 어떤 경로로도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혁신위 구성에 대해서도 최고위원들의 추천을 받은 인사임을 강조하며 “누구를 추천하고 선임해도 혁신위를 흔들 것 같아서 애초에 제안할 때 최고위원들이 한명씩 추천하자고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위의 무엇이 두려운지 모르지만 공관위에도 자기 사람을 안 넣은 이준석이 갑자기 혁신위를 장악하려고 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자체도 모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 혁신위를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격화되는 현상에 대해선 차기 당권을 둔 권력 투쟁 성격으로 보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 일각에선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타나는 가운데,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두고 당 주도권을 잡으려는 친윤계 중진 의원들이 이 대표의 행보를 문제삼으며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혁신위가 공천 규정 점검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삼은 것도 갈등의 불씨가 된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대표는 2년 후에 치러질 총선에서 공천권을 쥐게 되는데, 이 때문에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혁신위의 공천 시스템 개편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혁신위에 대한 당내 반발에 대해 “차기 당권을 대비해 몸풀기 차원으로 보인다”며 “공천 제도 혁신이란 것이 기존의 당협위원장들에게 반가운 일은 아닌 만큼, 당협위원장들을 안심시키면서 본인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 공천 룰을 손본다고 해서 2년 뒤에나 있을 총선에 알박기를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공천 룰을 점검하는 데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주도권 다툼을 하기 위해 이 사안을 하나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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