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선·지선 연패 책임론 직면 진퇴양난
‘문재인 모델’ 긍정론, ‘이회창·정동영 답습’ 비관론 교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권·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초선·인천 계양을)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 민주당의 선거 연패 책임이 고스란히 이 의원에게 쏠리면서 미래 정치가도에 제동이 걸리면서다.

여의도 정가에선 이 의원이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대선 패배 후 절치부심 끝에 당권과 대권을 모두 쥐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있다고 보는 ‘긍정론’과, 대선 낙마 후 정치 재개에 실패하며 정치권의 뒤안길로 사라진 정동영·이회창 모델의 후신(後身)이 될 수 있다는 ‘비관론’이 교차한다.

이 의원은 국회 등원 9일을 맞은 16일 현재까지 대선·지선 연패 책임론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등 6.1 지방선거 이후 등을 돌린 당내 세력에 대해서도 자신의 지지층에게 문자폭탄 등 과격한 팬심은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며 몸을 한껏 낮춘 모양새다. 이 의원은 당내 분위기를 예의주시하면서 주변 조언을 청취하는 등 앞으로의 항로를 설정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이 의원이) 앞으로 나서기 보다는 당내 의견과 지적을 수용하며 한발짝 물러서 있을 때”라며 “전대 출마에 대해선 가타부타 언급하기엔 시기상 적절치 못하다. 다만 이 의원께서 당권 도전을 포함해 다음 스텝(단계)을 여러모로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의원의 8월 전당대회 출마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초 2024년 국회의원 선거 공천권이 걸린 전대 출마가 기정사실화됐으나, 지선 참패에 따른 내부 반발과 세대교체론 부상 등 거센 역풍에 직면하며 당권 도전 명분이 소실된 상황이다.

게다가 이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지며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선상에 오른 만큼 사법 리스크까지 떠안고 있다. 이에 이 의원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약 5500억 원의 공공이익을 환수했다며 현 정권의 “정치보복,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향후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선 이 의원의 ‘실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 15일 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선 당이 이회창 전 총재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내부 진단이 나왔다.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이 의원을 ‘제2의 이회창’으로 지목한 것으로 읽힌다. 이는 민주당의 선거 연패에 이 의원의 책임 또한 막중하다고 보는 시각에서 기인한다.   

더미래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김기식 의원은 이날 “어려운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이지만 문재인 정부 하에서의 민심이반과 구도 문제만 탓할 수는 없고, 구도를 극복하지 못한 (이재명) 후보의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짚었다.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선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송영길 전 대표와 이재명 후보의 출마가 선거 구도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4년간 한나라당 당수로 군림했지만 거듭된 대선 패배로 결국 정치권에서 하야한 이회창 전 총재가 언급됐다. 김 의원은 이 전 총재의 정치 여정을 되짚으며 “과연 우리 당이 이회창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총재는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에게 패배한 뒤 당권 장악에 성공했지만, 결국 2002년 대선에서도 노무현 후보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태됐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이 의원이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 상임고문은 2007년 17대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나섰지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득표율 약 22%포인트 차로 대패했다. 이후 그는 불과 3개월 만에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서울 동작을)에 출사표를 냈으나 낙선하면서 제도권에서 밀려났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2007년 대선에서 패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초고속으로 정계 복귀를 시도했지만 결과가 참담하지 않았나”라며 “이 의원이 여의도로 등원한 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정동영 고문이 오버랩(중복)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 의원이 정치 재기에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문재인 모델’의 대를 이을 것이란 전망도 엄존한다. 문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낙마 후 의원 직을 유지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선출돼 2016년 총선을 진두지휘했고, 2017년 대선 승리로 청와대로 입성하며 정치 커리어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기성·구태 정치와의 결별이 요구되는 등 현 정치판을 바라보는 민심의 잣대가 까다로워진 만큼, 이 의원이 재기하려면 강성 팬덤에 의한 정치 의존도를 낮추고 보다 합리적인 정체성을 구축하는 등 지난 대선·지선으로 소비된 이미지를 전면 보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및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 사법 리스크에 대한 파해법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도 이 의원에게 남겨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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