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그룹-친문 결속, 양강양박 난립 속 후보 단일화가 승부수
이재명 당권 도전 기정사실화...친명 전대 룰 세팅 집단행동
전대출마 공식화한 박지현도 ‘어대명’ 타격할 제3변수 지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용진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용진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대립 구도가 재편된 모양새다.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과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을 주축으로 한 반(反)이재명 연대의 대결 양상으로 굳어졌다. 이런 가운데 97 기수론에 힘을 실은 민주당 친문(친문재인)계의 표심 향배에 따라 차기 당권 향배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97그룹 내 ‘양강양박(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의원)’의 합종연횡 여부도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민주당 대세론인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을 격파할 유일한 승부수라는 분석이다. 

지난 3일 현재까지도 이 의원은 오는 8월 28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 의원이 이미 전대 출마로 가닥을 잡고 측근인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과 당 대표 선거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최근 친명계 의원들이 ‘전대 룰(Rule)’ 확정을 앞두고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 그 방증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재명계는 친문 성향이 강한 대의원의 투표 비중을 줄이는 한편, 이 의원에게 호의적인 권리당원과 일반 국민 투표 비중을 대폭 확대하자는 취지로 강경론을 펴고 있다. 또 이들은 당 최고위원들에게 권한이 분산되는 ‘집단지도체체’ 채택을 견제하면서 이 의원의 집권에 유리한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을 전제로 전대 룰 기초작업에 나선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신진 세력인 97그룹이 대거 전대 출마 의사를 밝히며 ‘어대명’에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강병원·강훈식·박용진 의원이 최근 전대 출마를 공식화했고, 박주민 의원도 당권 도전을 가능성을 전향적으로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세대교체론에 동조한 친문의 화력 지원이 신진 기수들의 일선 진출 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86 맏형’ 이인영 의원은 지난달 28일 97그룹 의원들과 오찬을 가지며 힘을 실었다. 친문 유력 당권주자였던 홍영표·전해철 의원도 ‘민주당 젊은 피’에 길을 터주며 반이재명 전선에 합류했다.

현재 민주당 안팎에선 대선후보 출신인 이 의원이 무난하게 전대 승리를 가져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당내 부정 여론과는 별개로 ‘개딸’ 등 팬덤을 중심으로 대중적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이 의원의 전대 출마를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

다만 이 의원이 대중적 인기만으로 전대 문턱을 넘기엔 한계는 엄존한다. 민주당의 현행 전대 룰은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비중이 압도적이다. 당 대표 선출 테이블에선 원내 여론이 사실상 대주주인 셈이다. 민주당 전대준비위원회(전준위)가 전대 룰 ‘대수술’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세력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전대 룰 개정보단 절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양강양박으로 난립한 97그룹의 후보 단일화 등 연대전선 구축 여부가 차기 당권의 핵심 분수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문의 후방 지원이 있다고는 해도, 최대 4명으로 표심이 분산될 경우 최강체인 이 의원을 넘어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97그룹 당권주자들 사이에서도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차기 당 대표는) 당내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하고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하고, 170석을 끌고갈 운영 능력과 정무적 판단 능력이 있고 미래와 변화를 만들 사람이어야 한다”며 “그런 분들이라면 누구도 그 테이블에서 얘기할 수 있다”고 단일화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여기에 강병원·박용진 의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대 출마도 어대명을 타격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지방선거 국면에서 민주당 쇄신론을 주도했던 그가 97그룹과 연대한다면 반이재명 전선의 추가 동력원이 될 수 있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은 전대 출마 자격 시비론이 잇따르는 등 물리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인 만큼,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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