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 격파 최대 승부수 ‘97 단일화’...‘양강양박’ 선발주자는 누구

[뉴시스]

- 이재명, 로우키 행보 속 전대 후보 등록일 출마 공식화 유력
- 당권 무산 박지현, “나는 장식품이었나” 이재명 때리기 돌입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구도가 신‧구 대결로 좁혀졌다. 구 당권파인 친문‧86이 2선으로 물러나고 신진 기수인 ‘97(90년대 학번·70년대생)그룹’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당내 원톱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에 맞선 양상이다. 소위 ‘양강 양박’으로 불리는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의원이 전원 8.28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내면서 야당 전대 대진표도 윤곽이 잡혔다. 반면 로우키(low-key) 행보로 일관하고 있는 이 의원도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인 오는 17~18일을 기해 조용히 출마 공식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민주당 97그룹은 ‘어대명’ 격파 해법은 단일화가 유일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며 합종연횡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여기에 친문의 화력 지원까지 더해진다면 이 의원의 당권가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지난 6.1 지방선거 직전 ‘민주당 반성문’ 일탈 행위로 파장을 일으켰던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치며 전대 변수로 떠올랐으나, 피선거권 부적격으로 전대 출마가 무산되며 해프닝에 그쳤다.

민주당 8.28 전당대회 예비경선 룰이 ‘전(煎) 뒤집기’를 거듭한 끝에 ‘중앙위원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최종 확정되면서 당 안팎에서 ‘어대명’ 대세론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현행 유지를 골자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의 전대 룰 ‘초안’을 뒤집었고, 뒤이어 당무위원회가 비대위의 이 같은 결정을 번복하고 결국 전준위 초안이 채택되면서 이재명 의원에게 유리한 판이 깔렸다. 다만 당 대표에 집중된 권한을 최고위에 분산시키자는 취지의 ‘단일지도체제→집단지도체제’ 변경안은 내부 논의를 남겨두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대 룰 이재명계 ‘판정승’...李 17~18일 출마 선언 유력

이렇듯 민주당 차기 전대는 이 의원에게 유리한 물리적 여건이 조성됐다. 여기에 집단 반발로 결국 비대위의 ‘경선 룰 원점복귀’ 시도를 무력화시킨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주축인 탄탄한 내부 기반은 이 의원의 핵심 무형 자산이라는 평가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우원식 의원의 전대 불출마 선언도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을 암시하는 복선이자 ‘어대명’을 굳히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대선후보 출신인 이 의원의 대중적 인기도 당권가도에 탄력을 불어넣는 요소다. 이 의원과 친명계가 일반 당원과 국민 여론조사 비중 상향을 거듭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의원은 전대 후보 등록일인 오는 17~18일경 당권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굳이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해서 논란을 키울 이유가 없다”면서 “아직 정확한 일정은 정해진 바 없고, 다만 당 대표 후보 등록일 전에는 (이 의원의) 공식 메시지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렇듯 이 의원은 내부적으로 출마 공식화 일정을 조율하면서도 내부 여론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극도로 몸을 낮춘 상황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 의원 측은 이미 전대 출마를 목표로 당내 경선 전략과 당 대표 취임 후 로드맵 구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시스]

97그룹 ‘쇄신’ 키워드론 부족...‘단일화’가 돌파구   

민주당 97그룹이 8.28 전당대회 최전선에 나섰다. 이 의원이 사실상 전대 출마 의지를 굳힌 가운데, 신진 기수들은 민주당 세대교체론과 쇄신론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어대명’ 대항마를 자처하고 나섰다. 

민주당 소장파인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어대명이라는 체념, 그걸 박용진이라는 가슴 뛰는 기대감으로 바꾸도록 하겠다”며 전대 출사표를 던졌다. 박 의원은 당내에 만연한 계파적 이해관계와 팬덤정치 극복 필요성을 강조하며 “당심, 민심이 바라는 건 완전 달라진 민주당이 되란 것 아니겠느냐”라며 “이전 민주당과 다르게 생각하고 말해오고 행동해 온 사람이 혁신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출마 당위성을 거듭 피력했다. 

박 의원과 함께 이른바 ‘양강양박’으로 불리며 97그룹 핵심 멤버로 지목된 강병원·강훈식·박주민 의원도 당권 대열에 동참했다. 앞서 ‘1971년생’ 강병원 의원은 지난달 29일 97그룹 최초로 당권 출사표를 냈다. 강 의원은 “새로운 인물이 이끄는 새로운 민주당. 이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당 혁신과 통합의 징표”라며 “국민 여러분, 당원 여러분. 새 술을, 새 부대에 부어 달라”고 출마 일성을 남겼다. 뒤이어 민주당 ‘전략통’이자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활약했던 강훈식 의원은 지난 3일 출마를 선언했다. 전대 출마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던 박주민 의원도 지난 8일 “169석의 강한 야당, 행동하는 야당이 돼 국민이 명령한 개혁과제를 완수하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며 전대 대진표 구성에 방점을 찍었다. 

이렇듯 당내 세대교체 기류를 업은 97그룹은 기세 좋게 전대 마운드에 등판했지만, 여전히 정치적 중량감이나 인지도에선 이 의원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 중평이다. 다만 전대 불출마 릴레이로 길을 터준 친문‧86의 전폭적인 후방지원과 ‘반명(反明)’ 여론 결집이 병행된다면 신진 당권주자들에게도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97그룹이 양강양박으로 4분할된 구도에선 어대명 극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97그룹 내 특정 후보를 추대해 ‘친문-86-쇄신파’로 이어지는 반이재명 삼각편대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분출되는 모양새다. 전대까지 한 달가량 남은 가운데, 일찌감치 단일대오를 갖춰 당심 포섭에 나서야 한다는 것. 

민주당 재선 의원은 “97그룹이 이번 전대에서 대이변과 혁신 의제를 실현시키려면 단일화는 필수”라며 “70년대생들을 지지하는 인사들 사이에선 대체로 박용진 의원이나 강훈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97 당권주자들 스스로도 ‘후보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강병원 의원은 “당연히 (단일화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박용진 의원도 “혁신 전당대회, 역동적 전당대회, 그리고 승리하는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고 단일화 채널을 열어놓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당내 세대교체 열풍을 동력삼아 전대 출마를 도모했으나, 민주당 비대위‧당무위가 ‘부적격’ 판단을 내리며 출마가 무산됐다. 당초 박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 시나리오가 처음 거론됐을 당시만 해도 민주당 전대 핵심 변수로 지목되기도 했다. 민주당 세대교체론 최전방 기수로 낙점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결국 박 전 위원장은 야당 당권 지형에 유동성을 불어넣을 돌풍에서 미풍으로 추락하며 후일을 기약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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