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정치인 이재명과 검사출신인 윤석열 두 후보가 맞붙어 윤 대통령이 당선됐다. 불과 0.73%p 차이였지만 국민은 정치 문외한인 윤 대통령에게 표를 더 줬다. 필자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된 이유가 여야 후보의 개인과 가족들의 여러 부정적인 의혹이 한몫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지만 주 원인이라고 보진 않는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비호감 직군인 정치와 검찰을 대표하는 두명의 권력의 화신 대결이 국민들에게 비호감 대선을 만드는 데 일조한 게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국회의원과 검사만이 나이에 상관없이 영감님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권위주의가 팽배하다.

정치는 국민들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정치인들의 안녕과 특권을 위해 존재하는 수단이 아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표를 통해 심판한다. 그런데 그동안 보여준 정치권력의 민낯은 그들만의 리그, 내로남불의 전형이었다. 입법기관이지만 왕초 진영 논리에 빠져 국민들은 안중에 없었다.

권력을 쟁취하기전까지만해도 국민을 왕대접하다가 권력을 잡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르쇠 일관이다. 그것도 지방선거, 국회의원선거, 대통령 선거 등 잊을만하면 선거가 있으니 일그러진 정치권력에 국민들이 질릴 만도 하다. 정치적 냉소주의는 국민들이 그들보다 잘나서가 아니라 정치인들이 못나서 생긴 것이다.

반면 검찰 조직은 시험만 잘 보면 되는 직이다. 선함과 악함, 보수와 진보를 요구받지 않는다. 한번 되면 성공은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검찰이 정권(정치권력)은 유한하자만 검찰권력은 무한하다자신하는 이유다. 대한민국 권력에 최상위에 위치한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이 요즘처럼 도드라진 적이 별로 없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번 크게 붙었지만 이명박.윤석열로 정권교체되면서 유야무야됐다. 특히 검찰출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검찰권력이 정치권력을 능가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중 어느쪽이 더 두려우냐고 물어본다면 필자는 정치권력을 꼽는다. 왜냐하면 검찰권력을 일반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죄를 지었을 때 뿐이다. 죄를 짓지 않으면 검찰이든 경찰이든 사정기관을 무서워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정치권력은 다르다. 없는 죄도 만들고 뒤집어 씌운다. 또한 일반대중과 함께 호흡하다 정치인이 된다. 어제의 이웃이 시군구의원이 되고 대통령에 오른다.

또한 일반인이 정치권력에 관심을 두든 두지 않든 무차별적이다. 일례로 어느 당 누가 우리지역 구청장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느냐에 따라 일상생활이 바뀐다. 자칫해 정치권력과 접촉해 단맛을 잠시 보게돼 중독되면 가산을 탕진하고 이혼하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필자가 구구절절하게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의 차이를 얘기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권력의 죄고정점에 있다가 정치권력의 수장까지 됐다. 한 마디로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중 이처럼 절대권력을 쥔 인물이 없었다. 그런데 정의라는 명분으로 죄 지은 사람들에게 형벌만 내렸지 타협과 협상을 해 본적이 없다. 정치경험도 일천하다. 게다가 주변은 온통 검찰 출신등 고시출신과 교수들이 득세하고 있다.

검찰권력만 쥐었을때는 그래도 참을만하다. 하지만 정치권력은 앞서 말했듯이 일반인에게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또한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정의도 중요하지만 화합과 상생 그리고 협치도 필수적인 동네가 여의도다. 서초동과는 다르다.

역대급 대통령으로 남을려면 두 권력속성의 차이를 꿰뚫어봐야한다. 아마 8.15 특별사면은 윤 대통령에게 어색한 권한일 것이다. 왜냐면 검사로 살면서 벌만 내렸지 사면을 해볼 생각이나 경험 자체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그에게 바라는 권력의 모습이 무엇인지 곱씹어봐야 한다. 그것도 너무 늦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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