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사람 적으로 만들어 위기 자초 말아야’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전 대통령실을 대대적으로 인적개편을 했다. 최소 20명부터 최대 50명선까지 물갈이됐다는 소문이다. 물론 대다수는 정치권 출신으로 윤핵관이라는 동아줄을 잡고 입성한 인물들이다. 잘린 다수가 선임행정관급이하이고 수석은 거의 교체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적 쳐내기로 볼 수밖에 없다.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을 갖고 있는 윤대통령과 그 주변 검찰내지 관료출신 충복들의 공동작품인 셈이다. 하지만 윤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여의도 사람들과 정치에 대한 묻지마식 불신의 결과는 불안해 보인다.

정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대사를 앞두고 따르는 인사들에게 꿈을 주던지 직을 보장해 주던지해서 미래 먹거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래서 윤핵관들은 대선 당시 자신한테 충성을 맹세한 참모들을 어떻해서든 대통령실과 공공기관에 집어넣었다. 잡음이야 예상했겠지만 챙겨주지 않으면 세도 없고 자기 사람도 없는 게 여의도판이다. 대선기간 월급도 받지 않고 직업도 때려치고 자기돈 써가면서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 만들려고 애쓴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 다수가 대통령 취임 100일날 감찰을 받고 불명예스럽게 쫓겨났다.

한창 가족.친지.지인들에게 축하를 받을 즈음에 나간 셈이다. 그것도 명절을 앞두고 말이다. 면이 영 서질 않고 주변에 할 말도 없다. 그 불만의 화살은 윤 대통령에 향할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임기초, 일단 참고 볼 일이다.

면이 영 서질 않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그중 부산정치인을 대표하고 5선에 여야 두루두루 친한 김무성 전 대표가 있다. 김 전 대표는 부총리급 민주평통부의장에 내정됐다가 윤핵관과 대통령실이 세게 파워게임을 벌이면서 그 여파로 철회됐다. 빌미는 가짜 수산업자사건이지만 이를 믿는 여의도 인사들은 없다. 김 전 대표의 민주평통부의장 내정 기사는 818일 나왔고 대통령실발 철회 보도는 그달 29일 나왔다.

그런데 김 전 대표가 윤핵관을 통해 평통부의장 자리를 제안받은 것은 거의 두 달 전인 6월 중순경이다. 당시 평통부의장은 민주당 출신 이석현 전 의원이 맡고 있었다. 민주평통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지만, 수석부의장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가 있어 전현희 국가인권위원장과 함께 여권에서 나가라는 압박을 받았다.

그런데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임기는 2년으로 지난해 9월 임명된 이 부의장 임기는 1년 이상 남아있어 전혀 나갈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전 부의장은 817일 사표를 냈고 언론보도는 18일날 나왔다. 18일은 김 전 대표가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온 날이다.

결국 임기를 채우고 나가려했던 이 전 부의장이지만 51년생 동갑내기에다 6선의원으로 여의도에서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김 전 대표가 자신의 자리에 온다하니 여의도 동료이자 친구로서 자리를 내준 셈이다. 그런데 10일도 채 안돼 철회 기사를 보면서 어떤 심경이 들었을까. 이 전 의원도 그렇지만 자존심강하기로 소문난 무대김 전 대표의 심경이 어떠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를 소개한 윤핵관 역시 김 전 대표 얼굴보기가 민망할 것이다. 참모도 정치적 선배도 지키지 못한 윤핵관은 그래서 스스로 2선 후퇴를 선언해야만 했다.

윤 대통령은 호불호가 확실하다. 그리고 할 말은 하는 승부사적 기질이 있다. 누구 말에 휘둘리기보다는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면 물불을 가리질 않는다. 그래서 국민들은 검사만 한 그를 불안했지만 선택했다. 그런데 위 사례를 보면 전형적인 검찰출신 관료들이 흔히 써온 이이제이 수법이 엿보인다. 눈엣가시같은 이석현 전 부의장도 손 안돼고 내쫓고, 윤핵관을 등에 업고 들어온 무대는 옛 수산업자 사건으로 철회하고 자연스럽게 윤핵관과 무대 사이도 껄끄럽게 만들고... 무슨 검사들이 악당으로 나오는 조폭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재명의 민주당과 척을 지고 싸우는 것은 이해할만하다. 그런데 같이 밥 먹은 동지들을 그것도 중진내지 원로급 인사들을 망신을 주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해행위다. 특히 여의도 인사들에 대한 묻지마식 불신과 인사는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다. 비근한 예가 국정농단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할 당시 같은 당 반박계 인사들이 동조해 가능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실 검핵관들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금뱃지에 거야 당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표를 선거법 위반으로 소환통보를 해 망신주고, 대통령은 언론을 통해 알았다’ 무시하고, 검찰권력이 정치권력을 면박주기식 도발이 과연 국익과 현정권에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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