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익태산이라는 사자성어의 뜻은 갈수록 태산이라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관련  논란을 보면서 생각난 단어다. ‘비속어 논란을 보자. 당초 논란이 시작될 때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고 유감 표명과 함께 사과했으면 헤프닝 수준으로 마무리돼 지금처럼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욕설 대상이 미의회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라는 등,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등 애써 일일이 해명하면서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야당은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고 외교부 국정감사는 정회와 파행이 잇따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첫 보도한 MBC에 대해 항의와 고소.고발을 하면서 MB정권 당시 곤욕을 치렀던 광우병 파동을 연상케할 정도로 민심이 악화됐고 지지율도 20%대에 머물렀다.

최근에는 고교생 풍자 만화 윤석열차가 화제가 됐다.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열차,기관실에는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있고 그 뒤로 법복 입은 사람 넷이 머리 위로 칼을 든 채 서 있다. 오른쪽 하단의 '윤석열차'란 제목, 국내 정치상황을 풍자한 그림이다.

그런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2등상인 금상을 차지하면서 논란이 됐다. 문체부가 나서서 행사 취지에 어긋나게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정·전시했다며 진흥원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 정부예산이 102억원 지원되고 문체부 장관상이 수여된다고 해서 정부부처가 발벗고 나서는 모양새는 오버다. 이 역시 논란이 커지면서 국정전반을 감시하고 비판해야할 국정감사장의 의미가 퇴색됐다.

이 또한 문체부가 알아서 대통령과 영부인의 심기를 헤아려 오버하기전에 대통령실 참모진들이 풍자와 해학은 언제든지 환영이다라고 논평한 줄 나왔으면 이렇게 커질 상황이 아니다. 정부 부처는 대통령내외 외에는 안중에 없거나 아니면 대통령실이 이런 솔선수범(?)을 좋아하고 수수방관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대통령과 주변 참모들 그리고 정부부처 기관의 심기보좌를 목도하면서 우려되는 행사가 있다. 바로 오는 1022일 서울 청계광장 앞 세종대로에서 전국규모의 대대적인 집중집회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각 지역의 촛불시민행동이 상경해 참여하는 1022 촛불집회는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 11차 촛불집회로 명명됐으며 적잖은 인원이 집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윤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도 안돼 퇴진을 운운하는 것은 일반인 상식으로  이른감이 있다. 그동안 보여준 실수나 무능이 퇴진이나 탄핵을 주장할 정도는 아니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릴 것으로 예고하고 있지만 막상 그날이 되면 기천명정도 모여도 많이 모인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실과 관련 정부기관의 대응이다. 이전 대응을 보면 강경진압할 공산이 높다. 엄포성 발언도 나올 수 있다. 대통령과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오버할 수도 있고 이에 부응해 경찰이 과잉 진압해 사상자라도 나온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아니 대형 버스를 동원해도 막지 못할정도로 크게 번질 수 있다. 당초 기천명 촛불집회로 일반인들은 관심도 없었는데 대통령실과 관련기관이 더 커지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존중해 줘야 한다. 특히 대상이 일반인일 경우에는 더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왜냐면 권력과 돈을 갖고 있는 자는 그것을 잃을까 두려워 몸조심 한다. 하지만 가진 게 없는 일반 서민들은 잃을 게 없어 목숨을 걸고 싸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 어리석음은 그동안 보여준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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