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면 탈수록’ 엔진오일 증가하는 하이브리드…엔진 수명 괜찮을까

현대차와 기아 등의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엔진오일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사 측이 엔진오일 유면 상승 가능성을 두고 무상수리에 나섰다. 다만 엔진오일 유면 상승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고객들은 전혀 알 길이 없다. 사진은 기아의 하이브리드 쏘렌토에 들어가는 엔진. [이창환 기자, 사진=기아]
현대차와 기아 등의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엔진오일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사 측이 엔진오일 유면 상승 가능성을 두고 무상수리에 나섰다. 다만 엔진오일 유면 상승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고객들은 전혀 알 길이 없다. 사진은 기아의 하이브리드 쏘렌토에 들어가는 엔진. [이창환 기자, 사진=기아]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현대차와 기아 등이 생산한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엔진오일이 증가하는 기현상이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증폭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부터 차주들에게 ‘무상수리 고객 통지문’과 함께 리콜 사실을 통보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나섰다. 다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주의사항 전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엔진 ‘순간’ 꺼짐 현상도 보고되고 있어 연관성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무상수리 받지 않으면? ‘엔진오일 유면 상승하는 현상 발생 가능성’
현대차 및 기아 등 현대차그룹 생산 하이브리드 차량 엔진오일 증가

차량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A씨는 지난 봄 기아가 판매하는 최신 하이브리드 차량을 1년여의 시간을 기다린 끝에 인수받았다. 하지만 긴 기다림 끝에 받은 차량과 관련해 ‘엔진오일이 늘어난다’는 기현상이 보고되면서 자신의 차량에도 같은 현상이 있을까 확인해봤다. 하지만 최초 주입량도 정확히 알 수 없었고, 육안으로 식별도 어려워 엔진오일 증가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잠시 잊고 지내다 지인에게 “차량의 엔진오일이 증가했다”고 연락받았던 A씨는 불안했다. A씨 차량도 엔진오일이 증가하며 차량의 상태에 이상이 생기거나 혹시 고장이 발생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A씨는 “차량을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어린 자녀를 태우고 다녀야 하는 입장에서 불안감이 컸다”라며 “이후 자동차 제조사에서 무상수리 안내서를 보내왔더라”고 말했다. 

엔진오일 유면 상승, 엔진에 영향 없나

‘무상수리 고객 통지문’이라는 제목으로 기아가 보내온 문서에는 ‘무상수리 내용’과 ‘무상수리 조치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수리 항목은 엔진제어시스템(ECU)·변속기제어시스템(TCU)·모터제어시스템(MCU)·하이브리드제어시스템(HCU) 등 4가지였다. 

기아는 “무상수리 시행으로 고객님의 차량 운행에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쏘렌토 하이브리드(MQ4 HEV) 일부 차량에서 엔진오일 유면이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자발적으로 무상수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기아는 엔진오일 유면 상승에 대한 원인으로, 반복적인 단거리 주행이나, 겨울철 또는 EV모드 운행 시 엔진오일 온도가 충분히 상승되지 못해 저온 시 응축된 물질의 증발 지연 때문이라는 설명을 기재했다. 다만 무상수리 조치를 받지 않는 경우 자동차에 미치는 영향과 주의사항을 두고 “차량 운행 시 엔진오일 유면이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될 가능성”만을 언급하고 있었다.

기아 측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엔진오일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차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으나 엔진오일이 늘어나는 것은 엔진에 큰 문제가 없다”라며 “간혹 엔진오일이 증가하다 넘쳐흘러서 엔진이나 주변이 오염될 정도라면 안 되겠지만, 그 정도 수준으로 엔진오일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엔진오일 증가에 따른 문제 발생 가능성’을 묻은 데 대해서는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리콜 조치하고 무상수리를 진행하니까 고객들은 수리를 받으시면 된다”라며 “아직 엔진오일이 늘어나면서 차량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받은바 없다”라고 답했다. 

A씨가 기아로부터 받았다는 안내문에는 주의사항에 엔진오일 유면 상승 가능성만 언급하고 있을 뿐, 유면 상승이 어떤 일을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고 있지 않다. [이창환 기자]
A씨가 기아로부터 받았다는 안내문에는 주의사항에 엔진오일 유면 상승 가능성만 언급하고 있을 뿐, 유면 상승이 어떤 일을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고 있지 않다. [이창환 기자]

엔진오일 기능 떨어지며 엔진 부품 수명에 영향 

다만 이를 두고 자동차 전문가들은 문제를 제기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일요서울에 “이상이 없다는 것은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엔진오일은 증가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차량 운행 중 엔진오일에 가솔린(휘발유)이 흡입되면서 엔진오일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휘발유가 엔진 안에서 틈새 등을 타고 불완전 연소된 상태로 엔진오일이 있는 쪽으로 섞여서 밀려들어오는 것”이라며 “엔진오일의 기능을 모두 떨어지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교수에 따르면 엔진오일은 밀봉작용, 냉각작용, 윤활작용 등의 3대 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엔진오일로 휘발유가 섞여 들어오면서 점도도 떨어지고, 더불어 3대 작용의 기능이 다 떨어질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연료가 엔진오일에 섞여 들어간 엔진 주변 부위의 주요 부품 수명도 줄어들고, 제대로 3대 특성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피스톤의 운동으로 발생하는 마찰에도 약해지고 열에 강한 오일에 휘발유가 섞여 방열효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피스톤과 실린더 등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 

김필수 교수는 “일반적인 주의사항은 운전자가 차를 운행할 때 ‘조심해서 안전하게 운전하라’고 하는 것”이라며 “엔진오일이 증가하는 현상 자체는 제조사에서 잘못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타는데 이상이 없다면서 엔진오일 유면 상승을 주의사항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향후 발생할지 모를 이상이나 현상에 대한 자기변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즉 무상수리 원인으로 ‘엔진오일 유면이 상승할 가능성’을 언급했다면, 주의사항으로 ‘조치를 받지 않을 경우, 엔진 및 엔진 주요 부품이나 기능에 무리가 발생하거나, 휘발유 냄새가 날 수 있다’는 등의 정확한 내용 전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돈이 적게 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부터

현재 동일한 현상이 발생하는 차량으로는 기아의 쏘렌토 하이브리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현대차의 싼타페 하이브리드 및 투싼 하이브리드 등이다. 이에 대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해결책이 될 수는 있다는 설명이다. 

엔진이 흡입·압축·폭발·배기라는 4행정을 갖고 움직일 때 점화 시기 등이 연료 유입 타이밍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소프트웨어로 점화 시기 등을 조절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교수는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우선 그것을 먼저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최근의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연동 적용성이 커지면서 리콜 될 것도 소프트웨어로 고칠 수 있는 역할이 많아 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이 방법을 적용해 보고 안 되면 하드웨어를 수정하는 방법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쏘렌토 하이브리드 차주 B씨는 취재진에게 “하드웨어 문제를 제조사가 소프트웨어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우선 엔진오일 증가는 확인을 했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한 차주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응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의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가 무상수리에 나섰지만 아직도 고객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엔진오일에 휘발유가 섞이면서 유면이 상승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주의사항은 아직 밝히고 있지 않아서다.  B씨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완성차업체가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으려면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기 전에 정직하게 대응하고,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기아가 무상수리 대상으로 밝힌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 [이창환 기자]
현재 기아가 무상수리 대상으로 밝힌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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