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시승 중에 실제로 오류 발생”…졸음 쉼터로 피신

도로를 질주하며 시승차의 매력을 한껏 느껴봤다. [이창환 기자]
도로를 질주하며 시승차의 매력을 한껏 느껴봤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매주 이어온 자동차 시승 관련 카스토리가 3년차에 접어들면서 100회를 달성하게 됐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매회 다른 차를 시승하는 특이한 시간을 보내왔다. 차량을 탑승하는 곳과 여건이 항상 같을 수 없어 늘 새로웠던 것도 그 이유다. 차량 탑승의 조건 가운데 하나인 계절은 계속 바뀌고, 차체 크기를 포함한 차량도 항상 달라서 시승을 할 때마다 적당한 적응의 시간도 필요했다. 

운전을 좋아하고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부위별 분해와 조립도 해봤지만 기껏해야 국산차에 익숙한 정도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차량을 보유하거나 운전하면서 익숙했고 친구의 2세대 쌍용차 코란도에 사로잡혀 빌려 타보는 정도였다. 그러다 삼성이 내놓은 1세대 SM5(518, 520, 525) 시리즈와 2세대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다.

르노삼성(현 르노코리아) 부활을 일으킨 QM6. [이창환 기자]
르노삼성(현 르노코리아) 부활을 일으킨 QM6. [이창환 기자]

처음 르노삼성자동차(현 르노코리아)의 QM6로 시작한 시승이었지만 카스토리 1회는 시승이 아닌 쌍용자동차에 관한 이야기였다. 돌아보면 쌍용차의 매각과정을 포함해 지난 20년간 처했던 상황이 안타까웠기 때문이기도 했으나, 강성 노조가 아님에도 그간 완성차업계 노조의 행각에 질린 국민들의 시선이 쌍용차를 곱지 않게 본 것도 이유였다. 좀 고운 시선으로 풀어내 보고자 했던 게 그 시작이었다. 

그러다 택시와 대중교통에도 눈을 돌리며 택시의 거친 운전이나 불편함을 호소하는 제보까지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중간에도 추천 탈거리 등 시승이 아닌 기사를 수차례 풀어내기는 했으나 대체로 시승기를 전달하고자, 완성차 업체로 시승차량을 요청하거나 때로는 지원을 받아 시승 기사를 토대로 카스토리를 이어가게 됐다.

시승 기사 작성 중에 연식 변경을 확인했던 폭스바겐의 티구안 2021. [이창환 기자]
시승 기사 작성 중에 연식 변경을 확인했던 폭스바겐의 티구안 2021. [이창환 기자]

갑작스러운 연식 변경

일반 기사를 취재하다가도 현장에서 예측된 상황과 달리 여건이 변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승도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한 번은 긴 기다림 끝에 시승차를 받아 탑승을 하고 반납 후 기사를 준비하는 데 해당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해당 차량이 연식 변경 모델이 나오는데 이미 시승한 차량과는 상당 부분 다르다는 것.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되면서 단순한 연식변경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설명이었다. 

기아의 K7이 그 주인공. K7은 2021년 1월을 끝으로 단종되고 후속 모델이 K8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2020년 12월에 시승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기사를 게재하지 못했다. K7의 성능은 나무랄 곳이 없었으나 당시 카스토리 기사를 위한 신차들이 이미 줄지어 있었던 터라 마음으로 기사 한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시승 기사 작성 중에 연식 변경을 확인했던 폭스바겐의 티구안. [이창환 기자]
시승 기사 작성 중에 연식 변경을 확인했던 폭스바겐의 티구안 2022. [이창환 기자]

그런 일은 수입차에도 있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차 모델 가운데 하나인 폭스바겐의 티구안은 그 인기에 편승해 국내에서도 시차 출시가 재빠르게 이뤄졌다. 한 여름(2021년 7월) 무더위를 무릅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야외 촬영을 마쳤는데, 신차 출시 계획과 관련된 기사가 떴다. 원래 예정보다 한 보 빠르게 앞당겨져 국내에 출시되는 상황이었다. 

티구안의 내수 시장 판매 성적이 좋아서였다. 가성비를 앞세운 티구안은 수입차가 대체로 가솔린 위주로 전환하는 분위기에도 디젤 엔진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앞서 2015년~2017년 글로벌 폭스바겐 사태로 국내외에서 어려움을 겪은 바 있으나, 이를 이겨낸 셈이다. 결국 페이지를 한 차례 더 넘기게 됐다. 이후 지난해 10월 2022년 식 티구안 시승을 하고 기사(제 1432호 참조)가 게재됐다. 

[이창환 기자]
K7 이후 새로운 매력으로 출시된 기아의 K8. [이창환 기자]

장치 오류로 시승 중단

그런가 하면 실제 시승 중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면서 기사를 쓸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요즘은 차량 후진 시 후방 모니터가 없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수입 업체 A사의 차량 주차를 위해 후진 중에 모니터 오류가 나면서 내비게이션 포함 중앙에 위치한 모니터가 먹통이 돼 버린 것. 전진을 해도 모니터 상태는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차량의 정보 확인이 불가능했기에 시승 자체가 불가능 했다. 

지난해 초 국산 완성차업체 B사의 세단 차량 주행 중 계기판에 계속 오류 메시지가 뜨면서 시선을 어지럽힌 경우도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이었기에 갑자기 정차(고속도로 갓길 주·정차 위험)할 수가 없어서 가까운 졸음 쉼터를 찾아 들어갔다. ‘센서 오류’를 나타내던 메시지는 수차례 시동을 끄고 다시 켜기를 반복한 다음에야 사라졌다. 

포드의 레인저 와일드 트랙. [이창환 기자]
포드의 레인저 와일드 트랙. [이창환 기자]

또 눈길에서 당황했던 일도 있었다. 국도에서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을 이용해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며 달리고 있는데 별안간 먹통이 된 것. 오류 메시지와 함께 ACC 기능은 풀렸고 재차 실행했으나 작동되지 못했다. 도로 인근 상가에 주차하고 보니 내리던 눈이 전방 센서에 쌓여있었다.

실제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라디에이터 그릴 아래 위치한 눈을 긁어내고 주변 센서를 닦아내고 나서야 시동을 다시 걸고 주행을 마칠 수 있었다. 눈길에서의 센서 먹통은 국내외 차종 구분 없이 수차례 있었다. 운전자들이 반드시 염두에 둬야할 사항이라는 생각이다.

취재진에게 매력적인 기억으로 남은 지프의 그랜드체로키. [이창환 기자]
취재진에게 매력적인 기억으로 남은 지프의 그랜드체로키. [이창환 기자]

한 여름에도 일은 있었다. 3세대 K5가 처음 출시되고 나서 해변의 캠핑장으로 주행하다 모래에 빠졌다. 당황하지 않고 1단을 기본으로 천천히 빠져나오면 된다는 상식은 통하지 않았고, 핸들을 좌우로 꺾을수록 모래를 파먹으며 점점 빠져들었다. 4륜도 아닌 전륜 차량으로 해변의 캠핑장 인근을 달리는 일은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던 일이다. 

그런가하면 지프의 그랜드체로키 80주년 기념에디션을 믿고 아예 해변 모래에 갇히기도 했다. 전후가 모두 모래밭었다. 바로 1미터 옆이 일반 흙길이 있는데도 그 1미터 옆을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 오프로드 타이어도 아닌 온로드 타이어에 4H 상태에서 아무리 움직여도 모래에 묻히기만 했다. 무려 1시간 만에 4L기어와 삽을 동원해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오프로드는 철저한 대비와 준비물을 동원하고 달리기를 권한다. 

유럽 최고 판매고를 달성한 르노 조에. [이창환 기자]
유럽 최고 판매고를 달성한 르노 조에. [이창환 기자]

구매 욕구 끌어내는 차

시승 하다보면 차량 마다 장단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어떤 차량은 아주 빠르게 잘 나가지만, 너무 가볍고, 어떤 묵직한 차량은 제동도 든든하지만 변속 충격이나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출발 지연이 있다. 이 부분이 충족되면 시트가 불편해 장시간 탑승이 불가하고, 핸들이 불편하거나 조작부를 운전 중 다루기 힘든 경우도 있다. 

국산 완성차가 대체로 수입차에 비해 안정적이고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하지만 수입차 가운데 구매하고 싶은 차량을 꼽자면, 전기차량인 르노의 조에와 지프의 그랜드체로키, 포드의 와일드 트랙, 볼보의 V90 등이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푸조나 재규어 차량을 좋아해 왔기에 편파적일 수 있어서 시승 후 생각보다 괜찮았던 차량으로 꼽아봤다. 

3세대 K5. [이창환 기자]
3세대 K5. [이창환 기자]

르노 전기차 조에는 유럽에서 판매 1위를 달성할 만했다는 생각이다. 기대 이상의 힘을 갖고 있는데다 회생 제동도 가능하고 단순한 기어 조작부에 크지 않은 몸집이지만 성인 4명도 충분히 탑승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 도심에서 주차도 용이하고 고유가 시대 대안으로 떠오른 친환경차의 대표 모델로 추천한다. 

최근 길고 큰 몸집을 가진 그랜드체로키L이 출시되긴 했으나, 기존의 그랜드체로키는 단단하고 큰 체구에도 빠른 출발과 넘치는 힘이 장점으로 꼽힌다. 온오프를 넘나들지만, 온로드 타이어 장착으로 도심 주행도 만족스러웠다. 특히 넓은 공간은 가족 여행에도 안성맞춤. 그럼에도 길이는 국산 SUV 수준으로 적당해 주차에도 부담이 적다. 센터페시아 모니터 등 메뉴 조작이 조금 더 세련되게 나온다면 더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

포드 레인저 와일드 트랙은 픽업트럭의 대명사인 포드 차량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튀지 않는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레인저만의 특징을 드러냈다. 디젤 엔진을 적용해 트럭 특유의 거친 매력과 함께 날렵함도 갖췄다. 포드가 ACC 기능까지 곁들여 운전자의 부담도 줄였으며 생각보다 국내 출시된 다양한 픽업트럭 대비 날씬한 몸매(전폭)를 갖춘 것도 장점이다.

내수 시장 수입차 모델 가운데 왜건 인기 몰이에 나선 볼보의 V90. [이창환 기자]
내수 시장 수입차 모델 가운데 왜건 인기 몰이에 나선 볼보의 V90. [이창환 기자]

국내에 없는 왜건 모델

볼보 V90의 경우는 국내 완성차업체에는 경쟁 차량이 없다. 한국GM의 대우 시절 누비라 차종이 누비라 왜건을 출시한 바 있고, 현대차가 아반떼 1세대의 투어링 모델을 출시하고 기아 프라이드의 롱바디 등이 나오면서 이른바 왜건 모델 시대를 잠시 이끌어 낸 바 있다. 최근에 단종된 모델로는 현대차의 i40 왜건 등이 있었으나 V90을 통해 다시 국내에 왜건형 모델이 인기를 조금씩 얻고 있음을 실감한다. 볼보 자체로의 군더더기 없는 성능은 두말할 필요 없다.

국산차의 장점을 포함해 구매하고 싶은 차량도 많지만 특정 업체 차량을 언급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점이 있다. 다만 판매가 저조한 비인기 차량 중에 이른바 ‘알짜배기’가 있음을 언급해본다. 새롭게 시승하게 될 때 살짝 언급할 수는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긴 시간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일본 차량의 시승을 지양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유야 어쨌든 실제 구매자가 늘고 있고 판매 실적이 오르면서 시승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생각에서 올 들어 일본 차량 시승도 시작했다. 향후 독자들의 입맛에 맞는 카스토리로 발돋움하길 기대하며 100회에 이른 카스토리를 자축해 본다. 

시승차 지프 그랜드체로키의 아래에서 올려본 모습. [이창환 기자]
시승차 지프 그랜드체로키의 아래에서 올려본 모습. [이창환 기자]
시승차 재규어 전기차 I-pace. [이창환 기자]
시승차 재규어 전기차 I-pace. [이창환 기자]
시승차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 [이창환 기자]
시승차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 [이창환 기자]
시승차 링컨 네비게이터. [이창환 기자]
시승차 링컨 네비게이터. [이창환 기자]
시승차 지프 그랜드체로키. [이창환 기자]
시승차 지프 그랜드체로키. [이창환 기자]
시승차 르노코리아 SM6. [이창환 기자]
시승차 르노코리아 SM6.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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