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중국 수입의존도 높아졌다고?…산업부 및 반도체산업협회, “자립도 오른 것 사실”

[검증대상] 지난 6일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국내 소부장 자립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결과만 초래했다”며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화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부장 자립화를 위해 천문학적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중국 의존도만 높아졌다는 권 의원의 지적은 사실일까.

[검증방법]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장비총괄과 관계자 인터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 인터뷰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소부장넷 통계자료
산업통산자원부 발표 자료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정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정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검증내용]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인 불화수소와 EUV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등 3대 품목에 대해 한국으로의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국내 최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과 SK는 즉각 일본과의 대화 테이블을 마련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과 김동섭 사장 등이 일본 현지 협력사를 방문했다. 당시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당장 급한 주요 소재의 재고는 어느 정도 확보돼 있지만,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수입처 다변화와 국내 조달 등의 가능성까지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삼성SDI 역시 마찬가지였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재고량만으로는 해를 넘기기 힘든 상황이었기에 일본 부품 업체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반도체 소재·부품 판매 중단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화이트리스트로부터의 한국 배제를 선언했다. 우리 정부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다. 성윤모 당시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은 “수출 통제 시스템의 기본 원칙을 위반하는 국가과는 긴밀한 협력이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의 소부장 자립 또는 대외 의존도를 두고 논란이 있다. 권명호 의원이 지난 6일 국감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정권이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의 한국 수출 규제로부터의 자립을 위해 무려 5.8조 원의 비용을 투입했음에도 오히려 중국 의존도만 높아지는 결과가 초래됐다. 권 의원은 더욱이 “일본 수입액도 늘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매년 수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했지만 정부가 수입 다변화와 경쟁력 강화 모두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라며 “정부가 소부장 자립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對일본 수입액은 18% 증가했고, 같은 기간 중국이나 대만 등 중화권 국가에 대한 수입액도 절반 이상 늘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어 “문 정부는 그동안 소부장 100대 품목의 일본 의존도가 2019년 30.9%에서 2021년 24.9%로 6%포인트 줄었다고 홍보했지만, 같은 기간 중화권 의존도는 23.5%에서 25.1%로 증가했다”며 “만약 우리나라가 중화권과 무역 분쟁이 생긴다면 2019년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 수준으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장비총괄과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그간 소부장에 대한 對일본 의존도는 분명히 줄었다”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내걸었던 3대 품목인 불화수소, EUV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의 수급차질은 발생한 바 없다. 아울러 100대 핵심품목을 포함한 소부장 전체 품목의 對일본 의존도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불화수소 수입액은 2019년 3630만 달러(약 521억 원)에서 지난해 1250만 달러(약 179억 원)으로 66% 감소했다. EUV레지스트는 일본 외 벨기에 등으로 수입 다변화에 성공하면서 대일 의존도가 50% 아래로 떨어졌다. 디스플레이 소재인 불화폴리이미드 역시 대체소재인 초박막 강화유리를 채택하면서 대일 수입 수요는 현재 기준 제로(0)다. 

권명호 의원실에서 공개한 소부장 관련 100대 품목 국가별 의존도 및 수입금액 추이 [권명호 의원실]
권명호 의원실에서 공개한 소부장 관련 100대 품목 국가별 의존도 및 수입금액 추이 [권명호 의원실]

그렇다면 왜 중국 의존도 또는 수입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을까. 이에 대한 질문에 산업부 소재부품장비총괄과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생산 규모를 봐야 하는데 실제로 3년 전에 비해 국내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원료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권 의원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반도체 산업협회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과거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원료를 수입해 가공해서 한국에 수출하던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현재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것은 정밀 소재나 부품이 아닌 원료 자체”라고 말했다.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에 제공하던 불화수소는 그 원료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서 정밀 공정 과정을 거친 후 판매해 왔던 것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중국 수입량이 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원료를 수입해 한국에서 직접 공정을 거쳐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쉽게 말해 벼와 쌀밥의 차이”라며 “과거 일본이 벼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쌀밥을 만들어 한국에 판매했다면 지금은 우리가 직접 중국으로부터 벼를 수입해 밥을 짓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부장넷에 올라와 있는 자료를 연도별로 검색해 보면 2012년부터 최근까지 일본으로부터의 소재부품장비 수입액 변화를 알 수 있었다. 권 의원실에서는 소부장넷과 산업통산자원부의 제출 자료를 토대로 일본의 소부장 수출 규제가 있던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의 통계 자료를 만들었다. 

확인해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이 늘어난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일본 의존도는 하락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부장 100대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 및 수입액 통계’ 중 일본으로부터의 반도체 분야 수입액은 2019년 33억5300만 달러, 2020년 40억1800만 달러, 2021년 52억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의존도는 2019년 34.70%에서 2020년 28.47%, 2021년 25.76%로 하락했음이 확인됐다. 

아울러 동일한 100대 품목의 반도체 관련 중국으로부터의 수입금액 역시 2019년 523억에서 2020년 565억, 2021년 920억 원으로 증가한 것은 맞지만, 의존도는 2019년 5.42%, 2020년 4.0%, 2021년 4.55% 등으로 감소 후 약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장비총괄과 관계자는 “실제 수입액이 증가했어도 이는 국내 반도체 분야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늘어난 것으로 비중을 보면 對일본 의존도는 현저하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對중국 수입액 증가를 두고 반도체 소부장 자립화를 못했다는 지적은 잘못 된 것”이라며 “우리의 소부장 기술력은 성장했고, 자립도는 분명히 올랐다. 단순 수입액 증가는 그만큼 우리 반도체 생산량이 증가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검증결과] 
권명호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소부장 자립화에 천문학적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중국 의존도만 높아졌다”라고 주장했던 내용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의존도 및 주요 수입국이었던 일본의 수입액 및 의존도 등을 따져볼 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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