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실종되었다는 말에 휴게소 관리소 측은 얼른 CCTV를 되돌려 보여 주었다. 
윤소미 부부가 쉬고 있던 곳은 금강변에 자리잡은 산들내휴게소 뒤편의 원두막 쉼터. 넓은 마루에 여러 가족이 쉬고 있었다. 가지고 온 과일을 나누어 먹는 가족도 있었고, 각자 등을 보이고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윤소미 부부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이, 아들 완이가 낑낑거리며 원두막을 내려서서 아장아장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누군가에게 곧 안기기라도 할 듯 두 팔을 벌리고 걸어갔다. 윤소미 부부는 그것도 모르고 계속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완이가 걸어간 곳은 원두막 옆으로 난 오솔길이었다. 휴게소 측은 그 길이 휴게소 아래에 있는 강변으로 통하는 길이라고 했다. 윤소미 부부는 처음 완이를 잃어버린 것을 알았을 때 그 반대편, 휴게소 건물 앞으로 이어진 길만 찾아보았다. 아이가 주차장으로 가서 차에 치이기라도 했을까봐 조급한 마음에 그쪽으로 내달려갔던 것이다. CCTV 카메라도 원두막에서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중심으로 비추어 주고 있었다. 

오솔길은 원두막 뒤쪽으로 나 있어서 완이의 모습은 원두막에 가려 금세 CCTV에서 사라져 버렸다. 
“저 길로 가봅시다.”
휴게소 관리 직원은 자기 일처럼 적극 나서서 완이 찾는 일을 도왔다. 

완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완이가 걸어간 길을 따라가 보니 제법 숲이 우거진 오솔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고, 조금 지나자 내리막길이었다. 내리막길을 중간쯤 내려가자 가파른 나무 층계가 설치돼 있었다. 나무 층계가 끝나는 곳은 다시 좁은 오솔길로 이어져 있고, 그 끝은 국도와 연결돼 있었다.

국도를 건너 다시 내리막으로 내려가면 강변이 나오고, 금강이 퍼렇게 흘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휴게소 원두막 쉼터에서 내려와 오솔길을 걸어 국도 있는 곳까지 내려가는데 어른 걸음으로도 5분 이상은 걸어야 했다. 더구나 내리막길의 층계가 가팔라 완이같이 어린 아이는 내려설 수가 없었다. 기어서 내려가기에도 힘든 길이었다. 

휴게소 직원들과 윤소미 부부는 오솔길과 층계, 국도, 그리고 강변까지 완이를 찾아 헤맸다. 
“완아!”

부부는 절박한 목소리로 아들을 부르다가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다. 
“예, 아무런 연락도 안 왔어요. 무슨 연락이 오면 저희가 어머니께 바로 전화 드릴 테니 염려하지 마세요.”
한참 동안 휴대폰 통화를 한 샛별 어린이집 하미숙 원장이 종료 버튼을 누르며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완이 아직 못 찾았나봐. 완이 엄마 전화가 또 왔네.”
완이가 실종된 지 벌써 6개월이 되었다. 완이가 사라진 날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바로 수십 명의 인력을 동원해 휴게소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휴게소 주변과 고속도로변은 물론 강변과 강물 속, 강 하류까지 수색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완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게도 아끼던 아들이 사라졌으니 얼마나 애가 타겠어요.”
보육교사 김아라가 고개를 흔들며 가슴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완이 엄마 윤소미가 어린이집에 수시로 전화를 하는 이유는 완이가 실종되던 날 샛별 어린이집에서 준 배낭을 등에 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배낭이라고 해야 어린 아이들 몸에 맞추어 주문 제작한 것으로, 사탕 한 움큼 정도만 들어갈 만큼 작은 가방이었다. 기린 모양으로 돼 있는 가방 아래쪽에 샛별 어린이집이라고 새겨져 있고 전화번호도 함께 적혀 있었다. 누군가 실종된 아이를 발견했다면 그것만이 유일하게 아이와 부모를 연결해 줄 수 있는 단서였다. 
“그래서 내가 우리 어린이집에서도 일괄적으로 실종 아동 사전 등록을 하자고 한 거야. 조금만 더 일찍 등록을 했더라면 쉽게 찾았을지도 모르는데...”
하미숙 원장은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샛별 어린이집에서는 원생들이 실종될 경우에 대비해 걸음마를 시작한 아동들의 부모에게 ‘실종 아동 사전 등록제’에 관한 안내문을 보내 신청서를 작성하게 했다.

신청서가 접수되면 어린이집에서 일괄적으로 인터넷 경찰청의 안전드림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등록을 한 다음 아동들을 데리고 경찰서에 방문하여 지문 등록을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부모들로부터 신청서를 받고 있는 동안 완이가 실종된 것이었다. 
“완이가 살아 있긴 할까요?”
김아라가 조심스레 물었다. 

“나도 김 선생 생각과 같아. 완이가 사라진 휴게소가 강변에 있는 거라고 하잖아. 어린아이가 강물에 휩쓸렸다면 틀림없이...”
하미숙 원장은 뒷말을 맺지 못했다. 
“그렇다면 시신이라도 발견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송이가 이의를 제기했다. 한송이는 나이는 어리지만 아동학과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보육교사로 취업해서 샛별 어린이집에서 경력이 제일 많았다. 그에 비해 김아라는 나이는 많지만 뒤늦게 보육교사가 되어 경력이 1년차에 불과했다. 
“혹시, 혹시 말예요, 유괴된 건 아닐까요?”
한송이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한송이는 평소 추리소설을 즐겨 읽어 호기심이 많았다. 

“유괴? 개연성이 없어.”
하미숙 원장이 고개를 크게 가로저었다. 
 

[작가소개] 권경희는 한국 여류 추리작가이다. 1990년 장편소설 '저린 손끝'으로 제1회 김내성 추리문학상을 수상하고 문단에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 추리소설 '거울 없는 방', '물비늘', 실화소설 '트라이 앵글', 단편으로 '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수십 편이 있다. 수필집 '요설록', '흔들리는 삶을 위한 힌트'등이 있다. 중견 소설가이면서 상담심리 전문가로 <착한벗 심리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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