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할 수 없는 ‘기재 물건’…법원은 왜 ‘강제집행정지’ 결정했나

코로나19 숙박업계 타격, 일성콘도 80% 수준 매출급감에 회원 보증금 반환 지연. [이창환 기자]
코로나19 숙박업계 타격, 일성콘도 80% 수준 매출급감에 회원 보증금 반환 지연.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일성레저산업이 운영 중인 일성콘도&리조트의 회원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면서 복수의 소송이 제기됐다. 일부 회원은 재산압류에 나서는 등 법적 대응과 함께 일성 측 채무불이행에 ‘편법’ 의혹까지 제기했다. 반면 이를 관할하는 정부 부처나 각 지역 사업을 관리하는 해당 지자체는 소극적으로 대응해 여론의 눈총이 따갑다.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지난 3년 동안 국내 중대형 숙박업체가 줄도산을 이어가는 가운데 일성콘도 역시 80~90% 매출 급감으로 직원 수까지 줄이며 방어에 나섰으나 역부족. 이에 해결책은 없는지 일요서울이 상황 파악에 나섰다.

관할 지자체, 이어지는 민원 제기에 책임 회피성 ‘영업 정지’ 카드
정부, 코로나19 시국에도 ‘나몰라’…기업 및 회원 피해 확대 외면

일성레저산업(이하 일성레저)은 그간 국내 리조트 분야에서 상위 10위 안에 꾸준히 머물렀고, 2만 명에 이르는 회원도 보유하고 있다. 경남 창녕군 부곡면의 온천 단지에 위치한 일성부곡콘도를 시작으로 전국 7곳에 리조트를 세우며 이른바 ‘한 때 잘 나가던’ 업체였다. 하지만 시설노후화 및 대기업 집단의 경쟁적인 숙박업 확산으로 주춤했던 것도 사실. 

그러던 중 2020년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본격 위기를 맞았다. 무엇보다 2000년 분양을 시작했던 일성경주보문콘도 회원권의 20년 만기가 도래하며 사태는 더 심각해졌다. 코로나19가 국내 처음 발생했던 2020년 1월 기준, 전국의 일성콘도 및 리조트를 예약했던 소비자들의 취소가 이어졌다. 또 3~4월 수학여행으로 단체예약을 했던 전국각급학교들은 줄줄이 취소했고 매출은 급락했다. 이런 중에도 만기 도래 회원들의 보증금 반환요청 사례는 이어졌다. 

평소 대비 10~20%에 이르는 매출 상황에 직원들의 급여조차 걱정이었다. 직원들은 무더기로 나갔고 220~230명 수준의 직원은 70명까지 줄었다. 회원들의 보증금 반환 청구는 줄을 잇는데 평균 10년 내외의 근속년수를 가진 직원들의 퇴직금도 큰 부담이었다. 회원 보증금 반환은 지연됐고, 일성콘도에는 일부 회원들의 내용증명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내용증명에 이어 법정 소송까지 제기됐고, 일성 측은 소송 건만 근근이 대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기물 소유주 ‘달라’ 일성레저 아닌 일성티엔씨

일성경주보문콘도에 회원권을 가진 A씨는 취재진에게 “2020년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고, 이를 위해 법원이 압류를 승인했지만 압류할 기자재가 없었다”라며 “기자재는 모두 일성레저가 아닌 또 다른 법인 명의로 돼 있었다”고 말했다. 즉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기 위한 담보 또는 매각이 가능할 수 있는 기자재는 일성레저가 아닌 일성티엔씨 소유로 돼 있다. 

재판결과 압류 등 강제집행이 승인됐지만, 기물은 일성티엔씨 소유였고, 일성티엔씨 측이 제기한 강제집행정지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은 지난 10월6일 A씨 측이 기재 물건에 대해 강제집행에 나선 것과 관련 이를 정지한다고 결정 내렸다. 

A씨는 “제가 강제집행을 진행하려는 일성레저산업과 법원에 강제집행정지를 요청한 일성티엔씨를 어떻게 다른 업체로 볼 수 있겠느냐”라며 “일성레저산업과 일성티엔씨가 같은 대표를 두고 옆 사무실에 있으면서, 편법으로 각각 다른 법인으로 등록해 회원들에게 혼동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와 같이 보증금 반환 시기가 도래했으나, 이를 돌려받지 못한 일부 회원들이 모여 경주시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일성콘도가 여러 곳에 분포돼 있으나, 숙박업 특성상 소속 지자체 관할이다. 경주시청 담당과는 이어진 민원에 회원들을 불렀고, 일성레저 측과 3자 미팅을 주선했다. 경주시의 중재로 일성레저는 보증금의 분할 지급을 약속했고 미팅은 종결됐다. 

일성경주보문콘도의 모습. [일성레저]
일성경주보문콘도의 모습. [일성레저]

지자체, 책임 회피성 ‘영업정지’ 언급…정부부처, 손 놔

경주시는 이와 관련 “일성콘도 측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시 영업정지까지 단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회원들은 두 팔 벌려 이에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또 다른 회원들은 “영업정지만이 방책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전해왔다. 

이를테면 경주보문콘도가 영업정지를 당하면 소비자를 일정 기간 유치할 수 없어 매출은 오히려 하락하고, 보증금 반환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지자체는 단순한 행정조치보다 구체적 방안 마련에 머리를 싸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성레저 산하 지역 콘도마다 회원 보증금 반환 시기가 도래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때 마다 ‘영업정지 1개월’ 등의 행정조치가 이뤄진다면 정말 일성레저가 영업을 온전히 정지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숙박업계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일성레저가 고객의 반환 요구에 응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숙박업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방역조치 완화와 더불어 여행·관광업계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만큼 회원의 보증금 반환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시기에도 명맥을 유지하며 버텨오던 4성급 호텔인터시티가 휴업에 돌입했다. 표면적으로 지난 11월1일부터 내년 7월까지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지만 경영상 어려움을 부정할 수는 없다. 업계에서는 리모델링과 함께 내부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시기라는 설명이다.

일성레저같은 숙박업계는 지난 3년간 90% 수준으로 매출 급감을 겪으며 줄도산 상황을 보였지만 지난 정권에서 해당 부처는 손을 놓고 있었다. 특히 정부가 마련한 수조 원의 기안기금 등도 기간산업에만 편성됐을 뿐 관광산업은 뒷전이었다. 그나마 고용노동부 등을 통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직원 급여에는 일부 도움이 됐지만, 경영의 어려움을 채울 수는 없었다. 

복합적인 여건 탐색이 본격 이뤄진 것은 겨우 올 하반기 들어선 이후다. 정권이 바뀌고 문체부가 관광산업재개 및 회복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3~2024년은 한국방문의해로 지자체가 관광업계와 발을 맞춰야 하는 시기라는 설명. 문체부는 코로나19 발생으로 여행업을 비롯해 숙박업 등 관광산업과 관련된 대부분의 업계가 그간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인정하며 자체적 위기 대응책을 강구 및 지자체 협력을 요청했다. 

일성레저, “속사정 있다” 일성티엔씨와는 “채무 관계”

일성레저 임원은 취재진과 만나 “고객 보증금 반환을 최우선으로 경영 회복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매각과 기업회생 등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매각 및 회생 과정에서 5~10년 어려움을 겪은 이웃 업체를 봐왔다”라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어 “그러는 동안 고객 보증금은 반 토막으로 반환되기도 했고, 10년이 흘러 겨우 정상이 됐다”라며 “결국 (일성레저는) 매각이나 회생은 접고, 3년을 버틴 끝에 겨우 70% 수준의 매출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성레저 측에 따르면 2019년 이전에는 20억 원에 이르는 수준의 회원 보증금 반환이 이뤄졌다면 2020년 이후로는 절반도 이뤄지지 못했다. 회원들의 소송이 이어지는 이유다. 다만 올해 70% 이상의 회복을 이뤄내면서 내년에 더 많은 반환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 일성레저 임원은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회복세로 들어선 만큼 회원들께 분할해서라도 반드시 보증금을 돌려드리고, 법정에서 결정된 이자도 지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성레저와 일성티엔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채무 관계에서 일성레저의 부채를 일성티엔씨가 기물로 받아낸 것”이라며 “여전히 부채가 남아있고, 이후 주주들에 의해 동일한 대표가 경영을 맡게 됐지만 협력 관계로 보는 것이 맞다”는 입장. 

그럼에도 회원들은 그간 일성 측이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고, 어떻게 해결할 지를 두고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A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보증금의 정상적인 반환인데 분할로 지급되더라도 온전히 돌려받기를 원한다”라며 “지자체와 관계 부처도 외면하지 말고, 소비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일성레저 측, 코로나19 이전 기준 70% 회복해 내년 정상화 및 회원 보증금 반환 우선 할 것. [이창환 기자]
일성레저 측, 코로나19 이전 기준 70% 회복해 내년 정상화 및 회원 보증금 반환 우선 할 것.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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