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문경리조트’ 900억 사업이 1500억 규모로 확대

문경 일성리조트 공사 현장. [이창환 기자]
문경 일성리조트 공사 현장.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일성콘도&리조트가 만기가 도래한 회원들의 보증금 반환은 지연하면서도 경북 문경에 1500억 원 규모의 리조트 신축 공사와 함께 회원 모집에 나서면서 기존 회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경기침체와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성콘도와 회원 간의 갈등에 몇몇 지자체는 중재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 하지만 최근 일성 측의 재정난으로 문경 리조트 건설 공사는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리조트 건설을 위한 각종 인허가를 두고 자본력을 뛰어넘는 무리한 공사가 진행된 것이라며, 일성 측과 전 시장 사이의 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권 PF 어려운 상황 240억 원 투입 25% 진행 후 공사 중단
문경시청, 리조트 문제 파악 후 대책 마련 나설 것 “신뢰회복 우선”

2016년 10월26일 이규표 일성레저산업 대표는 “우리는 문경시와 경상북도와 함께 투자유치 사업으로 문경(리조트)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라고 일성 문경콘도&리조트 기공식 현장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는 “1500억 원에 가까운 투자유치 사업으로 객실 370여실(설계상 400객실)과 워터파크 컨벤션 등의 대규모 시설을 갖추게 되어 약 2년 반 정도의 공사기간을 가지고 사업을 준공하게 될 것”이라며 “2019년 4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윤환 당시 문경시장은 같은 자리에거 “문경에 중부내륙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마이스(MICE) 산업이 활짝 꽃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일성 리조트로의) 진입도로라든가 상하수도 등 행정이 지원할 수 있는 최대한 지원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일성 측은 2014년 12월 문경새재종합휴양단지 개발사업 시행자로 지정됐다. 이후 부지매입과 각종 인허가를 거쳐 2016년 10월12일 경북 지역개발조정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통과했다. 이후 기공식이 진행되면서 앞서 1500억 원 사업 계획을 밝힌 것. 

2014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당시만 하더라도 230객실의 리조트 사업이 전부였다. 당시 경북도와 문경시는 “일성리조트와 콘도 건립을 위한 투자양해각서에 서명했다”라며 “2017년까지 930억 원을 들여 5만5000㎡(약 1만6600평)에 물놀이 시설 등을 포함한 230객실의 콘도를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경시에서 진입 도로와 교량까지는 시에서 자금을 투입해 거설할 예정이다. [이창환 기자]
문경시에서 진입 도로와 교량까지는 시에서 자금을 투입해 거설할 예정이다. [이창환 기자]

이규표 대표 합류 및 문경 리조트 사업 확대

어찌된 일인지 2015년 해당 사업은 더 확대됐고, 2015년 10월 당시 자료에는 타워동 16층 300실에 빌라동 43세대가 계획돼 있었다. 부대시설로 워터파크, 골프연습장 등이 포함됐고, “2016년 2월 경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일성의 입장도 나왔다. 사업은 한 차례 더 커졌고, 2016년 10월 일성은 지하5층, 지상 16층에 2000명 동시수용 가능한 대연회장 및 워터파크를 포함한 매머드급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자료를 내고,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규표 대표는 기공식에서 “고향 문경시에 국제적 수준의 고품격 관광시설을 조성하게 돼 감회가 다르다”라며 “일성문경콘도&리조트가 문경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경북도의 지역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과 함께 문경시 관광진흥과는 관광숙박업 사업 승인을 결정했고, 건축디자인과(건축과)는 건축허가를 내줬다. 최초의 일성문경리조트 사업 계획은 점점 확대됐고, 일성엘파크문경콘도&리조트로 이름도 변경됐다. 문경 리조트 사업은 최종적으로 대지 7만8475㎡(약 2만3700평)에 건축면적만 1만3768㎡(약 4164평)에 400객실과 워터파크 등을 포함한 대규모 사업으로 확대됐다.

사업 확대 과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규표 대표를 눈여겨 본다. 그는 2013년 일성콘도&리조트에 합류했다. 일찍부터 강교진 대표이사가 있었지만, 이 대표가 오면서 각자(또는 공동)대표 체제로 진행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강 대표 이름은 일성에서 사라졌다. 이 대표가 합류한 일성은 문경 사업을 확대하고 덩치를 키웠다.

문경 출신인 그와 전임 시장이 같은 중학교 선후배 사이라는 주변인 진술도 나왔다. 이 대표는 몇 해 전부터 재경문경향우회 부회장 및 사무국장 등 임원을 맡아왔다. 얼마 전에는 고윤환 전 문경시장이 회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문경 리조트 홍보관이 문들 닫은 모습. [이창환 기자]
문경 리조트 홍보관이 문들 닫은 모습. [이창환 기자]

재정난 ‘발목’ 문경 리조트, 공사 재개 가능할까

그렇게 이 대표가 온 이후 사업 규모 확대를 거듭해오던 일성 문경 리조트 사업은 현재 공사가 중단된 채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취재진은 지난 2022년 12월28일과 29일 이틀간 문경시를 방문해 문경 리조트 사업과 관련 시청 담당자들을 만났다. 일자리경제과 및 기업지원팀 등은 현재 리조트 건설 중단 소식을 전하며, 공사 재개 여부를 두고 일성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현재 문경 리조트 사업은 지하 3층과 지상 일부 공사가 진행되다가 중단된 이후 1년여 정도 그 상태로 머물러 있다”라며 “240억 원 정도의 초기 공사 자금이 진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추가 자금 마련이 아직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성 측은 지역 금고 등 금융권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7개 지역 리조트에서 만기가 도래한 고객들의 보증금 반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등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가운데 PF허가가 내려지긴 어려워 보인다. 1년 전에 공사는 중단됐지만, 계약 기간이 남아있던 감리 담당자는 얼마 전까지 공사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마저도 계약 종료로 현재는 공사장 입구 관리인 1명이 출입을 통제하는 수준이다.

맞은편에 있는 일성 문경리조트 홍보관도 문을 닫았다. 인근의 관광지 주차장 관계자는 “공사장도 그렇고 홍보관도 문 닫은 지 좀 됐고 지금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보관은 문이 잠겨있었다. 최근 일성 측은 “코로나19에 의해 매출이 줄어들며 만기가 도래한 회원의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고 문경 공사도 중단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2010년대 초중반부터 경영난을 겪어온 일성리조트가 문경에서 초대형 프로젝트를 얻어낼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해지는 점이다. 리조트 회원 A씨는 “경영인은 보증금 환급 시기가 도래하기 전 충분한 자금 확보를 했어야 했고, 추가 사업에 투입할 자금이 있었다면 기존 회원에 대한 책무를 우선 완수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반환 자금 마련도 없었는데 리조트 추가 공사가 진행된 것이다.

공사 현황 판. [이창환 기자]
공사 현황 판. [이창환 기자]

공사 25% 진행되면서 회원모집 나섰지만

문경시청 관계자와 일성 측의 말을 정리하면 240억 원이 투입돼 25% 가량 공사가 진행됐다. 이에 일성은 조건부로 일부 회원을 추가로 모집하고 있다. 회원 모집을 통한 추가 자금 확보가 가능하지만, 이미 기존 회원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성의 전국 7개 리조트를 통틀어 회원들로부터 이미 수십 개의 내용증명이 일성 측으로 전달되고, 소송까지 제기된 상태다. 

일성레저산업이 당장 해결할 방책은 없다. 최근 코로나19 방역완화에 다시 늘고 있는 관광객이 매출을 끌어내고 있고, 일부지자체가 중재에 나서면서 분할 지급 등의 방법도 내고 있지만 문경 리조트 공사가 진행되더라도 기존 회원의 불신을 해결하지 않고서 자금 확보는 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문경 사업을 당초 계획보다 지연하더라도 7개 지역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리조트 회원들의 보증금 반환을 우선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일요서울에 “해당 리조트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을 자세히 파악해 지자체로서 문제해결이 필요한 부분은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담당부서와 대책 마련 등을 논의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도와나가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문경새재 도립공원 등 문경을 찾는 관광객은 약 500만 명을 넘나들지만 숙박시설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관광객 다수가 문경을 거쳐 지나가는 경유지로 두는 경우가 많다. 문경시에서는 해당 리조트 사업이 빨리 전개된다면 관광객 유치에 훨씬 유리한 것도 사실. 하지만 이는 일성 리조트의 신뢰 회복이 전제된다. 문경시는 우선 문제 파악에 나서면서 해당 사업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공사가 중단 된 [이창환 기자]
공사가 중단 된 문경 리조트의 모습. [이창환 기자]

※ 알립니다.

상기에 언급된 일성콘도 대표와 전임 문경시장은 중학교 선후배 사이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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