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국 시장, “일성리조트 피해자 수습 우선”
신규 분양 중단시키고 정상화 추진부터 나서야

현재 아무도 출근하지 않고 있는 일성 문경 리조트 건설공사 사무실 모습.  [이창환 기자]
현재 아무도 출근하지 않고 있는 일성 문경 리조트 건설공사 사무실 모습.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회원 보증금 반환 지연으로 복수의 소송을 당한 일성리조트가 문경새재 도립공원에서 진행 중이던 대규모 리조트 건설 사업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문제 해결을 위해 문경시가 나섰다. 문경시는 리조트 건설 사업이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일성리조트를 통한 소비자 피해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 이에 일성리조트 측이 진행하던 추가 회원 모집까지 중단시켰다. 현재 일성 측은 공사 속개를 위해 금융권의 대출을 요청해 둔 상태지만, 문경시마저 일성 측의 능력을 뛰어넘는 대규모 공사에 의혹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켜보고 있어”…문경시, “추가 피해 발생 절대 안 돼”
문경새재 도립공원 초입, 콘크리트 건물 덩그러니…금융권 도움 가능할까

처음 일성리조트 문경 사업이 진행됐던 것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성레저산업(주)은 이미 경주와 제주, 설악 등 전국에 8개의 콘도를 보유하고 있었고 9번째로 문경에서 일성리조트 사업을 전개했다. 이는 관광활성화 차원에서 문경시가 개발촉진지구 및 폐광지역진흥지구 사업으로 일성콘도미니엄을 유치한 데서 시작한다. 

경북 문경은 강원도 태백 등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석탄 산업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폐광이 되고 난 뒤 석탄 산업을 대신해줄 만한 사업 계획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천혜의 자연을 품은 경북 관광의 중심지로 새롭게 거듭나고자 문경새재 도립공원 활성화에 나섰던 것. 

리조트 공사 지연되면서 200객실이 400객실로 확대

폐광지역의 대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 아래 문경시는 2007년 일성리조트 건설을 위한 기공식을 진행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3만7731㎡(약 1만1000평)의 부지에 총 사업비 541억 원을 투입해 각종 부대시설을 비롯해 203개의 객실이 있는 12층 규모의 리조트가 계획됐다. 하지만 2009년 완공을 목표로 첫 삽을 뜬 해당 사업은 적기에 진행되지 못했다. 2006년 통일그룹으로부터 일성레저산업을 인수했던 세광그룹이 워크아웃 및 경영진 구속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후 사업은 2013년 일성레저산업개발에 이규표 대표가 합류하면서 확대되기 시작했다. 2014년 4월 일성리조트는 경상북도와 문경시 등과 맺은 투자양해 각서에 서명하며, “5만5000㎡(약 1만6600평)에 총 930억 원을 들여 230객실의 리조트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1년 만에 또 확대됐다. 2015년 10월 일성 측의 자료에 따르면 16층짜리 타워동 300실과 43세대의 빌라동이 예정됐다. 이 계획에서는 워터파크와 골프장이 부대시설로 지어질 것이라는 계획이 포함됐다. 1년 만에 부대시설이 대규모로 확대되면서 약 100객실이 늘어난 셈이다. 확대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6년 10월 일성은 일성엘파크문경콘도&리조트로 사업명을 바꾸면서 지하 5층에 지상 16층 규모로 2000명의 인원이 동시 수용 가능한 대연회장과 워터파크를 포함한 매머드급 건물을 예고하며, 또 한 차례 기공식을 개최했다. 대지 7만8475㎡(약 2만3700평)에 400객실과 워터파크 등을 포함한 대규모 사업으로 확대됐다.

일성 문경 콘도 조감도. [일성콘도]
일성 문경 콘도 조감도. [일성콘도]

지속적인 사업규모 확대, 하지만 결국 공사 중단

공사 지연이 반복되면서 사업 규모는 확대됐지만, 완공 예정일은 점차 밀렸다. 2017년 예정했던 준공일은 2019년으로, 또 2020년으로 다시 2022년으로 연기되기를 반복하다가 최근 2023년 6월을 준공일로 정해둔 채 공사는 무기한 중단됐다. 문제는 자본금. 

일성 측이 공사비를 내지 못하면서 1년 전 시공사가 자리를 비웠고, 지난해 말 감리업체가 떠났다. 이렇게 지연을 반복하면서도 사업규모가 커지자 관할 지자체인 문경시마저 “자본금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로 어떻게 공사를 지연하면서 이렇게까지 추진해 왔는지 모르겠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일성레저개발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문경 출신으로, 문경지역 포럼인 새재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또 문경시에 꾸준히 장학금도 전달해왔고 2015년 문경새재 여름시인학교 암송대회 대회장을 맡는 등 후원에도 나섰다. 

특히 재경문경향우회에서도 부회장 및 사무국장 등 임원을 꾸준히 맡으면서 문경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해 왔다. 최근에는 직전까지 3선의 문경시장 출신인 고윤환 신임 재경문경향후회장이 취임하면서,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문경지역 거주자에 따르면 일성콘도 대표와 고 전 시장은 문경종합고등학교 선후배 사이 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경시, 일성 측으로 “피해자 대책 먼저” 요구

결국은 자본금. 일성 측이 해당 사업 진행을 위해 지역 금융기관에 자본금 대출을 요청했으나, 문경시는 이를 긍정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문경시에 따르면 20~25% 수준에서 공사는 중단됐다. 도립공원 초입에 일부 철골이 드러난 상태의 콘크리트 건축물이 주변을 찾은 관광객을 맞이하자, 문경시 관계자들이 일성레저개발 본사를 찾았다. 

문경시는 일성 측이 ‘공사비’ 마련을 위한 대출을 요청했지만 경영 여건 등 현재 상황에서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경시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문경시도 일성리조트 회원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면서 피해자가 늘고 있어 문경 사업 지속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라며 “우선 일성이 문제 파악에 나서고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문경시 관광진흥과는 일성리조트 문경 사업 공사가 20%를 넘기면서 조건부 분양 진행 및 회원모집에 나서자 이를 즉각 중단시켰다. 문경시 관계자는 “리조트 사업이 일정 수준으로 진행되면 일부 회원 모집(분양 등)이 가능하다”라면서도 “다른 지자체에서 일성리조트 회원 피해가 늘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용인할 수 없어 분양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신현국 문경시장은 “우선 피해자 구제 방안이 마련되면 문경시도 도립공원 내 사업 진행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정책과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일성 콘도 사태에 대한 사안을 전해들은 바는 있다”라면서도 “해당 이슈에 대해서 좀 더 확인해 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경새재 도립공원 초입에 산을 깎으며 진행되던 공사가 중단된 일성 리조트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이창환 기자]
문경새재 도립공원 초입에 산을 깎으며 진행되던 공사가 중단된 일성 리조트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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